'염력'의 실패 이후 야심차게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마저 흥행 참패를 거두며 한국형 히어로물은 끊임없는 실패를 거듭했다. 10여년전의 '전우치'가 끊임없이 재평가되었으나, 달리 말하면 '전우치' 이후의 한국형 히어로장르는 발전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유명 웹툰 작가 강풀 원작의 드라마, '무빙'이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되었다.
촌스럽지 않은 초능력 묘사
한국형 히어로물의 실패는 '촌스러움'이었다. 할리우드의 작품들과의 자본 차이가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연출 역시 어색하였다. 그 사이 관객들의 눈높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영화에 맞추어졌다.
'무빙'은 그 마블의 제작사인 '디즈니'에서 총 제작비 650억 원이라는 금액을 투자받았기에 기존의 한국형 히어로물의 '촌스러움'은 많이 빠졌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능력에 현실성과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노력했다. 장주원(류승룡 扮)의 힐링팩터를 이용한 액션은 영화 수준의 연출을 보여주었고, 강풀이 하늘을 나는 김두식의 경우 배우 조인성을 캐스팅하며 설득력을 더했다. 후반 작업에 150억원이라는 추가 제작비를 더한 만큼, 비주얼적으로 세련된 능력 연출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이재만(김성균 扮)의 스피드와 괴력을 보여준 연출은 일품이었다. 작중에서 힘과 스피드로는 최강인 이재만은 북한군과의 싸움에서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데, 이 과정에서 괴력 능력자가 보여주어야할 타격감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다만 후반부 체육관 액션에서 김봉석(이정하 扮) 과 정준화(양동근 扮)의 공중 액션은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인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한국형 초능력자들 중 가장 세련된 연출을 여감없이 보여준 무빙이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은 화려한 캐스팅
제작비 만큼 화려한 것이 무빙의 출연진이다. 주인공격인 부모 세대 역에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김성균 등의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었고, 북한 진영에서도 박희순, 양동근 등 걸출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조연의 경우 안기부의 민차장 역의 문성근 배우가 묵직하게 흑막 역할을 맡아주었다. 김봉석(이정하 扮)과 장희수(고윤정 扮)의 학원로맨스와 같은 느낌의 전반부에서는 오리지널 캐릭터 프랭크(류승범 扮)가 다른 능력자들을 사냥하면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전반부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었다. 이러한 화려한 캐스팅만으로도 '무빙'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젊은 배우들의 도약
해당 작품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배우가 있다면 고윤정일테다. 고윤정은 장주원(류승룡 扮)의 딸로 장주원의 치유 능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고윤정은 원작의 노란 우비를 입고 뛰는 모습을 완벽 재현했다. 완벽한 미모 뿐만 아니라 연기력 역시 증명하면서 고윤정은 어느 작품에서도 잘 녹아들 수 있는 차세대 여배우임을 증명했다.
배우 이정하 역시 이미현(한효주 扮)과 김두식(조인성 扮)의 아들인 김봉석 역을 성공적으로 연기했다. 특히나 해당 배역을 위해 30kg를 증량하면서 원작의 통통한 캐릭터를 재현한 한편, 흔한 착한 아들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연기가 인상깊었다.
좋았던 점도, 아쉬웠던 점도 있던 오리지날 캐릭터
앞서 언급한 프랭크는 류승범이라는 대배우의 걸출한 연기 덕분에 오리지널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다소 유치하고 밋밋할 수 있었던 전반부를 프랭크가 긴장감있게 만들었던 것. 그 과정에서 비슷한 능력인 장주원(류승룡 扮)과의 결투씬은 매우 인상깊었다. 장주원을 차로 쫓아갈 때의 원테이크씬은 물론이거니와 그와의 대결에서 서로의 능력차이를 보여주는 연출은 한국의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다.
은퇴 요원이었던 진천(백현진 噴), 봉평(최덕문 扮), 나주(김국희 扮) 역시 각기 다른 능력을 보여주면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프랭크의 능력자 사냥이 전반부의 긴장감을 조성했던 포인트였기에 이들 역시 강자로 묘사되었고, 이들이 처참하게 패배하고 사망하는 모습은 작품 전체적으로도 꼭 필요했다. 특히나 백현진이 연기한 진천의 경우 꼬박꼬박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과 반대로 날카로운 성질머리를 보여주는 등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며, 나머지 은퇴요원들에 비해 가장 처참하게 살해당하며 1화부터 시청자들을 몰입하게끔 했다. 또한 김국희가 연기한 나주는 마치 한국의 여자 '존윅'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하듯 화려한 총기 액션을 선보였다.
다만 작품 전체적으로 아쉬움을 보여주었던 것은 차태현이 연기한 전계도다. 전계도든 전기 능력자인 봉평의 아들로, 국정원에 의해 초능력자로 키워지지만 신체 능력의 부재로 최종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차태현이 고등학생 연기를 하게되는데, 아무리 동안 배우라고 하더라도 곧 50인 나이의 차태현이 직접 연기한 것은 무리가 아닌가하는 의견도 존재하였다. 또한 전계도의 캐릭터성이 번개맨으로 이어져 다소 유치한 감도 있었으며, 최종 결전에서 정준화(양동근 扮)의 팔을 자른 것 이외에는 작품에서 드러내도 크게 이상함이 없는 캐릭터였다. 팔을 자르는 연출도, 전계도의 능력이 많은 매체에서 사기급 능력이라 여겨지는 전기 능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한국스럽기에 큰 사랑을 받은 무빙
한계가 없다고 하면 거짓이지만, '무빙'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도 히어로물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할리우드의 슈퍼 히어로무비가 적을 만나고 적을 어떤 방식으로 무찌를 수 있을까에 기반한다면, 무빙의 히어로들은 철저히 소시민적이다. 우리가 세계를 지키겠다는 '어벤져스'와 반대되게 '무빙'의 초능력자들은 그들의 능력을 철저히 숨긴다.
'무빙'의 초능력자들에게는 지구의 위기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 내 딸과 아들들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함. 이것이 '무빙'이 서구의 히어로무비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그렇기에 가족에 대한 서사를 풀기 위해 다소 질질 끌릴 수 도 있는 20부작이라는 선택을 내렸다.
이러한 선택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무빙'은 한국갤럽이 매달 조사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영상프로그램'에서 9월 1위를 차지했다. 공개 이후 OTT 종합 화제성 1위를 차지했고 디즈니 +의 신규 가입자 수는 14만 명 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나 부모세대의 과거가 드러나는 부분은 연기부터 시나리오까지 상업 영화 수준의 회차였기에 많은 시청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서사를 풀고 분배도 적절하게 반영되어 시청자들이 꾸준히 몰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강풀 유니버스가 과연 디즈니 플러스에 성공적으로 안착 될지 궁금하며 기대된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미래를 보여준 디즈니 플러스의 구원투수, '무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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