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따뚜이(2007)'에서는 쥐와 주방, 또는 쥐와 요리,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의 가치가 나란히 공존한다. 주인공 쥐 '레미'는 우연히 파리 최고의 레스토랑 '구스또 레스토랑'의 견습생 '링귀니'를 통해 자신의 요리 실력을 뽐낼 기회를 얻는다.
조선 초기, 선비 김유가 저술한 최초의 요리서 '수운잡방'을 소재로 한 KBS 영화 프로젝트 드라마 도 피차일반이다. 사내와 주방, 또는 양반과 주방이라는 옛 법에는 통할 길이 없는 두 가지의 가치가 동존한다. 때는 조선 초기, 세상 만물이 유교 사상으로 통하던 시대였다. "사내가 부엌에 들어간다는 것은 예를 어기는 것이지요!"라며 유교 전통에 충실하던 그는 과거 시험 공부를 위해 방문한 절에 갔다가 천민이자 요리사인 '계암'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요리의 진짜 묘미에 차츰 물들어간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도 도 어느 개체, 성별, 신분에도 구애받지 않고 음식을 만지고 요리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각 콘텐츠의 주인공 '레미'와 '김유'는 음식 앞에서 지배적인 시대와 신분이란 장애물을 초월하고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두 캐릭터의 기적적인 성장 서사를 여실히 드러낸다. 레미는 '쥐답게 쓰레기나 먹으라'는 자신의 꿈에 대한 가족들의 멸시에도 링귀니의 도움으로 생쥐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딛고 요리사의 꿈을 놓지 않았다. 이후 프랑스 파리라는 화려한 배경 아래, 요리사로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뽐낼 기회를 쟁취했다. 천부적인 후각과 요리 감각으로 자신만의 특색이 담긴 레시피를 개발해 다시 맛보고 싶은 음식을 만드는 재주를 보유한 레미는 마침내 프랑스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로 도약한다.
김유 역시 조선의 사대부 양반 집안에서 태어나 가문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과거 급제의 의무를 짊어진다. 김유의 형 '김연'은 유에게 지속적으로 급제에 대한 부담을 상기시키고 이후에는 천민 '계암'과의 관계에도 훼방을 놓는다. 주방과는 거리가 먼 양반 출신이지만 신분의 벽을 뛰어 넘어 음식이 자신에게 안겨준 깊은 울림을 통해 본격적으로 요리사로서의 자아를 다짐한다. 양반 신분의 체통을 살리기 위해 원하는 바와는 무관하게 짊어졌던 과거 급제라는 허물을 벗어 던지고 세상에 반기를 들어올린 것이다. 관습처럼 행해져 온 가문의 과거 시험을 치루는 대신, 임금의 상을 차리는 요리 경연 대회에 입상해 진정 자신이 소망해온 '요리'라는 꿈에 한발짝 다가선다. 레미와 김유 모두 가족들의 반발과 만류에도 불구, 요리사의 꿈을 꺾지 않고 묵묵히 요리사로서의 자아를 찾아간다.
사진 제공 = Pixar Animation Studios
'레미'와 '김유'는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우연을 가장한 운명적인 기회로 조력자를 만났다. 자신이 어느 영역에 독보적인 기량을 가졌고 무엇을 할 때 잴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며 진정 '나'로서 존재하는지,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것들을 레미와 김유는 훌륭한 조력자들을 통해 깨달았다.
레미가 아무리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졌더라도 링귀니가 이를 외면했다면? 레미는 그저 그대로 길바닥에서 남은 여생을 보냈을 터. 그러나 링귀니는 레미의 진심을 믿어주었고 결국엔 그의 유일무이한 동반자로서 레미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과 쥐, 쥐와 사람, 서로가 서로에게 나눈 믿음은 레미에게 요리사로서의 용기를 불어넣었고 마침내 프랑스 최고 요리, '라따뚜이'를 선사했다.
김유 역시 천민 '계암'의 조수로 활약하면서 처음에는 그를 무시하고 못미더워 했지만 계암과 함께 음식에 담긴 가치를 맛본 뒤, 요리사로서의 여정을 그와 함께한다. 스승 계암에게 훌륭한 요리법을 전수받아 마침내 진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발견한 김유는 계암으로부터 배웠던 각종 요리법을 집약한 책을 집필한다. 그것이 바로 '수운잡방', 조선 선비의 최초 요리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제2134호 보물이다.
전개 초반부에서 레미와 김유는 자신들이 꿈을 찾아 나서는데 있어 여러 사회적 고정관념, 일종의 편견과 같은 제약을 받았지만, 옆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큰 공을 세운 조력자를 곁에 두었기에 해피엔딩의 결말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여기서 와 두 이야기는 생쥐든, 인간이든 그 어떤 존재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와 공존하며 협력할 때 빛을 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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