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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파괴될 우리

메디먼트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8 22:20:04
조회 119 추천 0 댓글 0
[메디먼트뉴스 길하은 인턴기자]

 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좋아한다. 오싹하고 어딘가 서늘한 그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스터리 스릴러를 보다 보면, 범인들은 대부분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초반부터 중반까지 무서운 느낌을 잔뜩 내다가 갑자기 나오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면 공감도 되지 않을뿐더러 흐름이 끊기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사연이 공감되고 아프게 와닿은 영화를 발견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공효진, 엄지원 주연의 이다.


출처:NAVER 블로그


 이 영화는 남편과의 이혼 후 말도 못 하는 아기인 딸을 혼자 키우는 워킹맘 지선과 그녀를 대신해 아기를 돌보는 중국인 보모인 한매의 이야기이다. 워킹맘으로 사느라 바쁜 지선은 집안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런 그녀를 어느 날 집에 돌아온 후 한매와 자신의 딸이 집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 그녀의 안일한 태도는 3일이 지나고서야 한매가 의도적으로 아기를 데리고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지선은 뒤늦게 한매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하고, 끝내 그녀에게 엄청난 비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한매는 어쩌다가 이렇게 돼버린 걸까?'였다. 미스터리 스릴러인데 왜 인물 중심이야?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다른 작품들과는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섬뜩하고 소름 돋는 연출에 집중하는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초반부터 아이가 없어진 후 한매라는 여자가 '왜' 이 아기를 데리고 사라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중심으로 영화가 흘러간다.

 한매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팔려온 후, 아무한테도 의지하지 못한다. 물론 그녀에게 다가와 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한국에 처음 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그러던 그녀에게 생긴 유일한 희망인 딸마저도, 결국 사람들의 외면 때문에 죽고 만다. 아픈 아이의 옆에서 다급하게 119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할 줄 아는 말이 없었다. 결국 아이를 껴안고 밖으로 나와 달리는데, 아이는 이미 움직이지 않았다. 한매는 그 어떠한 노력도, 준비도 못 했는데 말이다. 한매가 아이를 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장면은 그녀의 파괴된 이유를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아이를 떠나보내지 못했던, 떠나보내는 법을 몰랐던 한매는 지선의 집에 있는 김치냉장고에 아이를 넣어놓는다. 그리고 직접 만든 식탁보로 아이를 덮어준다. 이러한 한매의 행동은 그녀가 사랑을 주는 법은 알지만, 소중한 것을 떠내보내는 법을 몰랐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실을 믿기 힘들어 외면하던 그녀는 결국 완전히 파괴되고 복수를 해야만 하는 마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안타까운 한매의 비밀이 밝혀지며 이 영화가 완성되었다. 영화의 러닝타임 동안 한매는 계속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다. 그냥 납치가 아니라 한매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한매와 현익의 관계성이다. 둘의 명확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관계, 그리고 한매와 마지막 약속이 엇갈렸던 현익, 파괴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한매를 본 현익의 시선.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거북한데 사랑이 아니라고 하기에 둘은 꽤 깊은 관계였다. 현익을 연기한 박해준 배우와 공효진의 관계성이 이 영화를 더 미묘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그 외의 얘기들을 더 많이 하고있다. 그냥 한번 볼 킬링타임용 영화들 속에서 그래도 다른 방향성을 가졌기에, 가볍게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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