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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냥 어리지도 무해하지도 않았던, '우리들'

메디먼트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22 18:00:06
조회 66 추천 0 댓글 0
[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당신의 유소년시절은 어떤 감각과 정서로 각인되어 있는가. 순수함, 자유로움, 무해함 등의 키워드로 단순히 정의되곤 하지만, 그만으로는 온전히 형용할 수 없는, 어쩌면 더 지배적인 기억들 또한 또렷이 남아 있지 않은가. 아무 고민 없이 놀고, 먹고, 자는 것처럼 보였던 그 시절에도 나름의 지난한 고민들과 치열한 사투는 존재했다. 무리에 편입되고 배척되지 않기 위해 관계의 결속을 다지려 부단히 애썼고, 어른들의 고민을 대물림받고 그들의 요구를 떠안은 채 자유 못지 않은 제약을 느꼈고, 또래 관계 안에서 정체성을 형성해가며 친밀감 못지 않은 질투와 시기로 인해 반목하기도 했다. '우리들'은 이처럼 미화된 기억을 걷어내고 마냥 어리지도 무해하지도 않았던 그 때를 더듬어보게 하는 영화다. 

체육시간에 피구팀을 가르기 위해 가위바위보로 한 명씩 팀원들을 선택하는 찰나동안, 한 아이의 시선이 수없이 흔들린다. 프레임을 꽉 채워 담아내는 그 얼굴에는 소외에 대한 두려움과 일말의 기대가 선연히 드러난다. 종국에 홀로 남아 눈치보듯 팀에 끼여, 이리저리 배회하는 아이는 암묵적인 학급 내 왕따 '이선'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선은 방학식 날 새로 전학 온 '지아'를 마주하고 방학동안 급속도로 친해지며 친구가 생겼다는 기쁨에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비밀도 공유하고, 매일을 함께 하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지만, 여느 관계가 그렇듯, 관계에 균열이 일기도 한다. 그러던 중, 개학식이 다가오고 선은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대하고, 시쳇말로 반 내 인싸인 '보라' 무리와 어울리는 지아를 보며 이전과는 달라진 관계에 대해 확연히 감지한다. 이후 영화는 어떻게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는 '선'과 밀어내는 '지아'가 어떻게 서로를 등지고 마주하다 다시 '우리'가 되어가는지를 경유한다.


아이들의 서사가 펼쳐지는 동안, 우리는 '선', '지아', 그리고 '보라'에게 접속해 인물 너머에 있는 '나'를 떠올리게 된다. 친구의 급작스런 배신에 당혹감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선', 전처럼 배척되지 않기 위해 선을 밀어내야 하는 '지아'의 이야기는 학창 시절에 숱하게 경험했던 보편의 것이다. 한편, 스스로를 과시하고 누군가를 배척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 서툰 빌런 '보라'의 속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영화는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마주한 관계 맺기의 과제 앞에 놓인 아이들의 긴장과 기운들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러한 관계 맺기를 나아가 눈에 띄는 지점은 아이다워야 한다는 어른들의 목소리와 모순되게 저마다의 고민들을 짊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선'에게는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 가난한 가정 형편이, '지아'에게는 재혼 가정이라는 프레임과 전 학교에서의 왕따 경험이, '보라'에게는 열패감이라는 감각이 그 급소다. 그리고 이는 때로 관계 안에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렇게 아이이기에 서툴 수 밖에 없는 이들이 마냥 아이로 남을 수 없게 하는 환경과 여전히 어렵기만 한 관계 맺기의 고민 속에서 성장해가는 과도기의 광경을 러프하지만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전형적이지 않은 연출과 날것 같은 배우들의 연기가 주는 생생한 매력이 분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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