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에 대한 포용을 역설해 온 콘텐츠는 숱하다. 많은 매체에서 이미 다름이 '틀림'으로 배척되지 않고 '특별함'으로 수용될 수 있는 세계를 지향해 오고 있다. 금번에 개봉한 '엘리멘탈'도 마찬가지다. 늘상 소외되곤 했던 비주류 이민자 가정이 낯선 타지에 정착해가는 설정이라거나 불인간과 물인간이 서로의 극명한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줄기 서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다소 식상하고 평이한 주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한 외침이긴 하다.
영화는 두 캐릭터 중 불사람 '앰버'에 비교적 더 비중을 둔다. 극중 앰버는 불의 속성과 밀접하게도 본인의 다혈질적 성격으로인해 가업을 잇는 데 한동안 장애를 겪는다. 그에 대한 근원적인 사유는 차후에 물사람 '웨이드'와의 진솔한 대화와 자극을 통해 드러난다. 갖은 비난과 괄시 속에서 가족을 위해 가게를 일궈온 아버지의 희생에 부응하고자 원치도 않는 가게 계승에 집착했던 것이고, 그로 인해 그러한 신경증적 반응이 동반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준 웨이드를 통해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매몰되어 있던 앰버는 그제서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초점에 두고 삶을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 된다.
앰버의 성장사는 비교적 논리정연하게 와닿는 반면, 웨이드의 성장사는 보다 모호하다. 두 남녀는 결국 사랑도 얻고 성장도 이루지만, 앰버에게 부각된 테마가 '성장'이라면, 웨이드에게 그것은 '사랑'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주류 집단의 성원인 동시에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했고, 물의 속성처럼 쉽게 스며들고 어울리는 둥근 성격까지 보유한 웨이드는 근원 모를 우울에 침체되어가던 중이었다. 이때 우연한 계기로 앰버와 계속 접촉하게 되고 호탕하고 열정적인 그의 모습을 보며 점차 공허감을 채우고 삶의 활기를 북돋게 된다. 그는 상극의 속성을 지닌 앰버를 밀어내기보다 도리어 한 발짝 더 다가가 그의 찬란한 광휘에 매료되고 만다. 극의 분위기를 배가하는 메인 사운드트랙 'Steal The Show'는 웨이드의 입장과 맞물리는, 엄연히 사랑에 빠진 남자의 고백이다.
원초적인 기질부터 시작해 성격, 성장 배경 등 모든 것이 상충되는 불사람 '앰버'와 물사람 '웨이드'는 그렇게 하나가 된다. 달라서 반목했고, 두려웠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그 낯섦은 점차 새로운 자극을 선사하고 두 남녀는 자신의 세계 안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던 경이로운 순간들 앞에 서게 된다. 변화의 전제에는 언제나 이질적이고 생경한 자극이 존재한다는 걸,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이 상생할 수 있다는 걸 원대한 상상력을 집대성해 유려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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