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평론가하재봉의 오래된정원평 별 4개 ㅠㅠ?

1 2006.12.19 22:48:54
조회 200 추천 0 댓글 5

오래된 정원 황석영 원작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쓰라렸다.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가슴 벅찬 감동보다는 상처가 아물지 않은 곳에 모래를 뿌린 듯, 과장해서 표현하면 영혼이 쓰라렸다. 회한이 온몸의 실핏줄까지 사무치게 말달려갔다.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십 몇년 전 당시의 우리의 삶은 암울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과연 우리의 앞에 빛이 있기는 하는 것인지, 시계제로의 캄캄한 상황 속에서 몸부림치던 날들이 떠올랐다. [오래된 정원]은 지나간 우리의 아픈 역사에 바치는 진혼가이다. 80년대를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자신의 지나온 삶과 무관하게 볼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나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시절 나의 삶들이 떠올랐다. 시대와 정면으로 맞서서 치열하게 싸우지는 못했지만 그 상처를 잊고 살지도 못했다. 광주라는 도시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던 시절, 편안하게 먹고 마시며 즐겁게 살던 것이 죄악이던 시절, 살아남은 자들이 느껴야만 했던 죄의식은 일종의 시대적 부채였다. [오래된 정원]은 그 부채의식을 멜로 장르 속으로 녹여서 표현한다. 80년 5월, 진압군이 광주로 진입하기 직전, 전남도청에 마련된 시민군 지휘부에서 빠져나가 도피생할을 시작한 현우(지진희 분)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시골학교 미술교사인 한윤희(염정아 분)의 집에서 은거를 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외딴 오지에서 두 사람만의 생활을 보내면서 그들은 뜨겁게 사랑한다. 시대가 고통스럽고 절장적이어도 사랑은 피어나는 법이다. 그러나 그 사랑이 영원할 수는 없다. 임상수 감독은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그린 [그때 그 사람들]에 이어 그 바로 뒤에 이어진 80년대 초의 암울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뜨거운 사랑이야기를 만들었다. 과거와 현재가 수시로 교차되면서, 17년 뒤 감옥에서 풀려난 현우가, 한윤희와 함께 지내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들이 파편적으로 삽입된 편집은 대중적으로 불편한 양식이지만,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룩하고 있다. 염정아의 너무나 세련된 도시적 이미지는, 사회주의자 청년을 숨겨주고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불길처럼 사랑하는 한윤희 역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지진희도 너무나 인텔리적이다. 더 좋은 배우의 조합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캐스팅이 나쁜 것은 아니다. 두 배우 모두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각자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모자람 없이 전력투구하고 있다. 다만 시대의 차갑고 무서운 공기가 더 느껴졌다면 역설적으로 그들의 절박한 사랑이 더 빛나지 않았을까? 현우의 체포 뒤 오래동안 이어지는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이념적 사투와 위장취업 노동운동 등이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밀집도는 조금 떨어진다. 그러나 삶에 대한 도덕적 의지와 정열을 갖고 어두운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열정적으로 화면에 옮긴 감독의 노력은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7978 영갤 존나 찌질해졌네연 그래도 할껀 해야지연 [2] 눈깔괴물 06.12.20 65 0
7967 이사람 이후부터 울나라 진정한 평론가는 끊겼다 [2] 123 06.12.20 100 0
7960 한국 영화 관객수준을 보면 그 사회의 주류문화가 뭔지 알수있습니다 [4] 아나클랜짱 06.12.20 102 0
7959 솔직히 중세전쟁영화중 잔다르크가 최고지않냐? [7] 345 06.12.20 184 0
7957 우리나라 영화평론가 [2] 123 06.12.20 48 0
7950 난 한국영화가 좀 유치하더라 [3] ㄹㄴㅇ 06.12.20 68 0
7947 한국영화가 국외에서 외면받는 이유 [7] 아나클랜짱 06.12.20 200 0
7941 퍼즐 본다는 횽아 [1] 123 06.12.20 46 0
7934 ppp 선정 2006년 베스트 10 (국내 영화 편) [4] ppp 06.12.20 298 0
7933 중천에서 왜 한복 안나오냐면 한복자체가 기모노+치파오 잡종이거든요 [7] 아나클랜짱 06.12.20 227 0
7928 해피피트 아이맥스 시사로 본 형들~ ㅋ [3] 눈깔귀신 06.12.20 135 0
7925 ppp 횽...전에 물어봤던거 있잖아 [2] 눈깔괴물 06.12.20 55 0
7924 좀 뒷북이지만 빅피쉬 거인배우 돌아가신거 아냐? [3] 인하대생 06.12.20 147 0
7922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1] 눈깔괴물 06.12.20 82 0
7919 퍼즐 볼려는데 재밌냐? [2] 소리빠 06.12.20 96 0
7916 해피피트 감상평들 보면 대박이라는데 [2] ㅇㅇ 06.12.20 148 0
7915 연애의 목적 같은 영화없냐? [1] 오로 06.12.20 83 0
7914 ㅎ오 [1] 고고싱 06.12.20 70 0
7913 주성치특유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화는 [6] 지존보 06.12.20 215 0
7912 존나 슬픈 한국영화 추천 좀... (멜로물 말고) [3] -_- 06.12.20 151 0
7911 와 더 재킷!! 이거 대박인데?????? [4] 알바 06.12.20 214 0
7910 인터넷을 안하니까 [2] 1 06.12.20 56 0
7909 심심한데 재밋는 영화 없냐?? [2] 06.12.20 60 0
7908 묵공 10점 만점에 6점 [4] 이건뭐 06.12.20 238 0
7907 알콜중독자가 되는 건 생각보다 쉽다 [4] 서강대1호 06.12.20 140 0
7905 러브하우스라는 영화 개봉 안하나? [2] 5덕who 06.12.20 37 0
7904 가족의탄생의 문소리.. [2] 소리빠 06.12.20 142 0
7903 타이타닉 에서 보면 왜 여자랑 아이부터 탈출시키냐. [2] ㄴㅇㄹ 06.12.20 149 0
7902 강혜정 '허브' 예고편 본 사람 있냐?? [2] T 06.12.20 150 0
7901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1] 냐ㅐ아냉 06.12.20 86 0
7900 해피피트 아이맥스로 봐야해요? [3] 123 06.12.20 117 0
7899 스타워즈 한국 순회전 갔다 온 사람있냐? [2] 님하똥 06.12.20 86 0
7898 판의미로... 예상외의 수작이었다 [2] 김소심 06.12.20 252 0
7896 로젠택배 착해요.,.. [3] ㅁㅇㄴ 06.12.20 108 0
7895 2006년 한국인을 떡실신시켰던짤방 [1] ㅁㄴㅁ 06.12.20 223 0
7894 이짤방에 적절한 대사 [3] ㅇㄹㄹ 06.12.20 152 0
7893 안녕횽들...몇개 좀 물어볼께.... [2] 말년 06.12.20 49 0
7892 뱀허물 꼬치 [2] -_- 06.12.20 75 0
7891 터미네이터 vs 에일리언 [2] ㅁㄴㅇㄹ 06.12.20 147 0
7890 송강호하고 전도연하고 잘 노네. [2] T 06.12.20 180 0
7889 알파치노는 본좌로 설명이 되는 [2] ㄼ2 06.12.20 124 0
7888 조폭마누라3 본사람 나밖에없나?(영화평) [10] 리명훈 06.12.20 303 0
7887 왕의남자 정말 괜찮은 영화로고만. [6] 낄낄낄 06.12.20 218 0
7885 이뭐병 영화의 조건 [2] 찌질형 06.12.20 102 0
7884 sos 두번쨰 막장인생.. [2] 12 06.12.20 128 0
7883 지금 떨리는 가슴 dvd [3] ㅇㅇㅇㅇ 06.12.20 187 0
7881 [보기 추가] 배우자 선택시 가장 중요한 것은? [10] 늑대ㅘ춤 06.12.20 195 0
7880 지금 상상플러스 답 물색없다 이거임 확신한다 [3] 1212 06.12.20 135 0
7879 어제 디비디로본 백만장자의첫사랑 [1] 소효 06.12.20 79 0
7877 호텔 르완다는 명작이에요. [1] 노마크 06.12.19 7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