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육체와 영혼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영혼이 없는 육체는 시체에 지나지 않으며 육체가 없는 영혼은 한낱 귀신일 따름이다. 예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신의 이야기가 늘 전해져 왔건만 왜 아직도 귀신을 봤다고 하면 의아하게 여기는 것일까. 　 물론 귀신은 있다. 하지만 귀신을 보는 사람도 있고, 귀신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모 수사기관에서 근무하는 수련원생이 동료를 걱정하며 들려준 이야기다. 　 K라는 동료가 있었다. K는 근무처 건물 안에서 한밤중에 누군가와 마주치곤 했다. 그곳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외진 계단이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의 얼굴을 올려다 봤더니 눈에 검은자위가 보이지 않았다. 소스라치게 놀란 K는 즉각 상관에게 보고를 했다. 　 K의 말을 듣던 상관은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하더니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K는 사진 속의 사람이 틀림없다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 사진 속의 인물은 2년 전쯤 총기사고로 죽은 사람이었다. 그 건물 안에서 총기를 다루다 그만 오발돼 절명했다는 것이다. 그 뒤부터 K는 말수가 줄었고, 자주 가위에 눌렸다. 　 이렇게 귀신이 보이는 경우, 당사자가 빙의돼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떠도는 영혼은 보통 인간의 눈으로 볼 수가 없다. 그의 몸에 들어온 다른 영혼의 눈으로 보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마도 K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은 귀신을 보게 되고, 그에 따른 고통 또한 커질 것이다. 귀신을 봤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빙의된 영혼의 휘두름이 강하다는 뜻이고, 그만큼 그의 기운이 허약해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