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보건원에 의하면 미국 성인 중 9,700만 명이 비만 또는 과체중에 해당한다고 한다. 비만은 2형당뇨, 관상동맥심질환, 뇌졸중, 담낭질환, 골관절염, 기타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비만의 급격한 증가와 그로 인한 의료비의 증가는 연구자들로 하여금 비만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보다 나은 접근법을 모색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접근법은 비만의 병인론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이제까지 밝혀진 비만의 원인은 과식, 고지방식 섭취, 운동부족, 유전적 소인, 특정 약물복용, 감염 등이다. 다양한 비만의 유발요인 중에서 감염은 최근에 와서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비만을 유발하는 10개의 병원체가 보고되었는데, 그 중에는 인간 및 동물 바이러스, 스크래피 병원체, 세균, 위장관세균 등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는 인간의 비만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 것도 있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Adv Food Nutr Res. 2007;52:61-102)

루이지애나 주립대 생의학연구소의 연구진은 인간의 호흡기 및 눈 감염의 원인으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던 인간아데노바이러스-36(Ad-36)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실험실 연구를 통하여 Ad-36이 지방조직의 성체줄기세포를 지방으로 전환시킨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에 관여하는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를 찾아 내었다. 제 234차 미국화학회 전국대회(the 234th national meeting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성 비만(viral obesity)의 예방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의 기원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구진의 일원인 Dhurandhar 박사는 1980년대 인도의 봄베이에서 가정의로 일하면서 조류 아데노바이러스의 일종인 SMAM-1바이러스의 창궐로 닭들이 떼죽음을 당했을 때 죽은 닭들은 이상하리만큼 살이 쪄있고 간, 신장 비대와 함께 혈중 콜레스테롤이 낮아져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 이 때부터 바이러스가 비만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 발견은 "가난한 나라에서조차 비만의 주범은 과식과 운동부족"이라는 도그마를 깨는 신호탄이 되었다. 연구진은 그 후의 연구에서 Ad-36바이러스가 감염된 동물의 지방축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同연구는 역학조사를 통하여, 야윈 사람은 11%가 Ad-36바이러스에 감염된 데 비하여, 비만환자는 30%가 Ad-36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최초로 밝히기도 하였다. 연구진은 또 다른 연구에서 비만환자의 15%가 Ad-36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하여, 야윈 사람은 항체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실제로 인간의 지방축적을 증가시킨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이제까지 제시된 바 없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지방흡입술을 받은 환자의 지방조직으로부터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하였다. 그리고는 그 중의 절반을 Ad-36에 노출시키고 나머지 절반은 바이러스에 노출시키지 않았다. 1주일 간의 조직배양을 거친 후, 바이러스에 감염된 성체줄기세포의 대부분은 지방세포로 전환되었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줄기세포들은 그렇지 않았다. 연구진은 나아가, 감염된 동물의 지방축적에 관여하는 Ad-36의 특정 유전자를 발견하였다. E4Orfl이라는 이름의 이 유전자는 비만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이나 바이러스성 비만을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제의 새로운 표적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비만을 유발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Ad-36 이외의 다른 바이러스가 인간의 비만을 초래한다는 것을 배제할 수도 없다.(바이러스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다른 연구진에 의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2006년 1월 미국 생리학회에서 발간하는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Regulatory, Integrative and Comparative Physiology에 기고된 논문에서 위스콘신 대학교의 연구진은 Ad-37이 닭의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제까지 비만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아데노바이러스는 SMAM-1, Ad-36, Ad-37이며, 이 중에서 인간과 관련된 것은 Ad-36과 SMAM-1이다.) 또한 바이러스가 비만환자의 인체에 머무는 시간이 어느 정도이며, 바이러스가 제거된 후 지방축적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최근의 동물실험 결과에 의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경우 바이러스가 제거된 후에도 6개월 간 비만상태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비만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바이러스가 일부 비만 환자의 비만화과정에 개입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비만하게 되는 것은 아닌 만큼, 바이러스성 비만에 감수성을 갖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인간을 대상으로, 비만바이러스에 감수성을 갖게 하는 요인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