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충주에 살고 있었을 땐데
갑자기 열이나고 무슨 물집같은게 얼굴이랑 이마에 다닥다닥 생기는거야 완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지

그 며칠전 물레방아간에서 옆집 순이를 몇번 안았던게 화근이었던게야 순이는 누구한테 옮았는지 내가 따질려고 찾아갔을때 이미 일어설 기력도 없이 뻗어있더라구

아 좆댓다 싶어서 동네방네 뛰어다니는데 애새끼들이 나만 보면 다 피하고 그래서 허탈한 마음에 다시 돌아와 누웠지 점점 열은 오르고 무슨 가위 눌린 것처럼 몸이 무거워지더라

그때 부산에 살던 사촌형이 얼마전 쪽바리 나라에 가서 가져온 약이 있다며 함 써보자는거야 근데 소 고름으로 만든 약이란 소릴듣고 난 아픈것도 억울한데 소 될 일있냐며 절대사양했고 우리 엄니도 미친놈 취급하며 사촌형을 내쫓아버렸어

근데 그게 약효가 있었나봐 나도 맞을걸...
괜히 아직까지 곰보자국에다가 후유증도 많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냐
소 고름짠게 약이 될 줄 누가 알았겠냐구
그당시 철종임금도 몰랐을거야

암튼 천연두 천연두 그러니까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좀 적어봤어. 졸라 무서운 병이니까 다들 조심해. 백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가끔 가위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