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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부근 골목에 등장한 ‘슈퍼교황’ 그래피티. | 교황청 트위터 |
지난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 옆 골목에 이색 그래피티(벽화)가 등장했다. 흰 모자에 흰 옷을 입고, 슈퍼맨처럼 오른쪽 주먹을 앞으로 쭉 뻗으며 날아가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그린 그림이었다.
그림 속 교황은 할리우드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슈퍼히어로(세계를 구하는 영웅)’ 포즈를 하고 있지만 그가 손에 든 것은 ‘아이언맨’의 첨단슈트나 ‘울버린’의 초강력금속 같은 무기와는 다르다. 교황이 왼손에 들고 있는 가방에는 ‘가치(VALORES)’라는 단어가 스페인어로 쓰여 있다. 세상의 힘 없고 가난한 이들, 난민과 노숙인과 전쟁터의 어린이들을 돌아보자고 호소해온 교황이 이런 가치관을 무기로 세상을 구하러 나섰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마우팔(Maupal)’이라는 서명을 남겼지만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교황청은 트위터에 이 그림을 찍은 사진을 올렸고, ‘슈퍼교황(Super pope)’의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기도와 강론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는 성직자를 넘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슈퍼교황’ 그래피티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인터넷에서는 교황을 슈퍼히어로와 합성한 사진들이 인기를 끌었다. 교황이 날려보낸 흰 비둘기들이 까마귀떼의 공격을 받자, 인기 게임앱 ‘앵그리버드’의 새들이 교황을 뒤쫓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가 등장했다.
교황은 미국의 유명 대중문화잡지 ‘롤링스톤’의 표지모델로도 등장했다. 롤링스톤은 다음달 13일자 표지에 교황을 싣고, 77세의 연로한 교황이 세대와 성별과 인종과 종교를 막론하고 붐을 일으키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 기사가 온라인에 공개되자 트위터에는 “교황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록스타”라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교황은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성소수자 잡지 ‘애드버케이트’의 ‘올해의 인물’로도 선정된 바 있다.
매주 수요일이면 성베드로 광장은 교황의 설교를 듣기 위한 사람들로 붐빈다. 지난해 3월 교황 즉위 이래 지금까지 수요 설교를 들은 청중은 연인원 66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임 베네딕토 16세 때와 비교하면 3배 정도로 늘었다. 지난 성탄절에는 수만명이 광장에 모여들어 교황을 반겼고, 마치 톱스타의 콘서트장에 온 듯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어 교황의 모습을 찍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미국 종교 관련 미디어 ‘릴리전뉴스서비스(NRS)’는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달라이 라마, 비틀스 등 대중을 사로잡은 스타들은 많지만 교황 프란치스코는 특별하다”며 쉬운 언어로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과 함께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통의 도구들을 잘 활용하는 것도 인기의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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