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35주년… 갈림길에 선 이란
“오바마에게 죽음을!”

이란 이슬람 혁명 35주년인 11일(현지시간) 테헤란 풍경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자디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시민들은 반미 구호를 외쳤고 어김없이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웠다. 특히 올해 기념집회에는 6개월 시한으로 진행 중인 핵 관련 내용이 추가된 게 특이했다고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전했다.

스티로폼으로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 모형을 제조하는 어린이 경진대회가 열렸고 거리 곳곳에는 “우리(이란)는 (미국과) 성전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는 슬로건이 눈에 띄었다. 미국이 최근 이란과 핵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행동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CSM은 해석했다.

이 란 국영TV는 이날 테헤란과 마쉬하드, 이스파한 등 주요 도시에서 수백만 인파가 거리에 모여 1979년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를 몰아내고 신정 체제를 구축한 초대 이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와 그의 후계자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흔들며 국가 기념일을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호메이니가 35년 전 약속했던 (미국·러시아와는 다른 이란만의) 경제·사회 발전을 이루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CSM은 지적했다. 호메이니는 당시 “새로운 집과 무료 시설·교통뿐 아니라 영적인 행복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서방의 오랜 경제봉쇄 등으로 이란인의 살림살이는 궁핍해졌고 극단적인 이념과 각종 사회 제약으로 정신적 삶도 피폐해졌다는 게 CSM의 진단이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이날 기념사는 미국과 오랜 적대관계를 허무는 등 이란을 개혁·개방으로 이끌려는 중도주의자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외국 식민주의에 맞선 통합과 저항 정신이 이란을 승리로 이끌었다”면서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은 국제규제의 틀 안에서 공정하고 건설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군사 옵션 배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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