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언어
언어는 인간관계에는 물론이고 사회적 지각이나 문화 전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어와 인간의 지성, 언어와 인간의 사고와 추리에 대한 관심은 Aristotle 이래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다음의 질문이 관심의 대상이다. 언어 없는 사고가 가능한가? 언어가 다르면 사고의 방식도 다른가? 더 나아가, 언어가 다르면 사고의 방식을 다르게 만드는가?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라는 단정적인 주장을 하기란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하위 동물도 인간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만큼 정교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사고란 외현적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회화(speech) 바로 그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내현적인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하여서는 학문적인 논쟁이 없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사고를 분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해결을 할 때는 해결의 가설을 대부분 언어로 생성시키며, 그리고 열심히 생각할 때도 말하면서 생각한다. (독백, 조용한 자기와의 이야기) 그러나 언어는 사고의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사고는 제스처나 동작으로 표현될 수도 있고, 음악이나 기타 예술활동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또한 다른 이용 가능한 기타의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사고와 언어의 관계는 중요하며 여러 논쟁들을 계속하여 야기시키고 있다.
언어 상대성 가설
사람이 소리내어 말하지 않고 사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언어는 사고에 필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사고의 내용이나 방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문화인류 학자이고 언어학자인 Sapir(1968)와 Whorf(1956)는 Hopi 및 Navaho 인디언 족의 언어 및 Nootka 족의 언어를 연구하였다. 이들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사고가 다르다고 말한다. 이를 우리는 Whorf 가설(Whorfian hypotheses), 또는 언어 상대성 가설(liguistic relativity)이라 부른다.
그런데 Whorf 가설을 직접적으로 실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설을 보다 정확하게 해석해 볼 수는 있다. 다음의 세 가지는 모두 Whorf의 일반적인 이론의 입장과 일치하지만 각기에서 할 수 있는 예측의 강도는 다르다. 가장 강한 가설은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언어의 차이는 사고의 차이를 가져오며, 따라서 언어가 다를수록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개념화한다고 말한다. 약한 가설은 언어는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언어에 따라 어떤 아이디어가 쉽게 가용할 수도 있고,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세번째 가설은 가장 약한 것으로 언어는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우선 결론부터 보면,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며, 그러므로 언어가 사고의 실제의 구조를 반영한다는 강한 가설은 연구들의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事象)이나 장면들은 기술하고 거기에 대하여 사고하는 데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무엇에 대하여 사고하며 또한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느냐에 효과를 미친다는 데는 대개 의견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거꾸로, 사고에 따라 언어구조가 영향을 받는가라는 질문도 해 볼 수 있다. Piaget(1967)는 사고는 주인이 아니라 봉사자라 말한다. Eysenck & Keane (1990)은 여러 연구들을 종설해 보고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리고 있다 : "언어는 사고를 제한하는 그러한 영향을 별로 미치지 아니한다. 오히려 사고과정이 언어구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사고한 것을 머리 속의 '상자'에다 조직화한다. 이렇게 상자에 집어 넣을 때 사용하는 '라벨'(label)이 단어이다. 우리는 이런 라벨에 따라 사고를 해 간다. 예컨대 Eskimo인은 '얼음'을 나타내는 단어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주변에는 이런 저런 종류의 얼음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다고 생각해 보라. 미끄러운 얼음, 녹고 있는 얼음, 단단한 얼음, 투덜투덜한 얼음, 물기가 많은 얼음... 이런 내용을 간단하게 커뮤니케이션하려면 여러 가지 유형의 얼음을 의미하는 여러 가지의 '단어'를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각기의 얼음 유형에 따라 라벨을 붙여 '사고'를 상자 속에서 조직화할 것이다.
단어란 사고이다. 명사는 '사물'을 나타내는 단어이고, 동사는 '행위'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단어는 사고를 결정하며 우리의 지각과 태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명사를 '동사화' 해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능할 수 있다.
언어, 개념, 그리고 범주
단어(word) 가운데 어떤 한 가지 종류의 대상만을 가리키는 단어는 거의 없다. '화성', '수성', '지구' 등과 같은 단어는 한 개 대상만의 이름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런 단어는 아주 드물다. 반면에 대부분의 단어들은 대상, 사건, 행위 또는 아이디어들의 전체적인 집단을 나타낸다. '물' 이라 하면 강에 있는 물이나 바다에 있는 물뿐만 아니라 찻잔 속의 물까지도 가리키는 '전체적인' 것이다. 이를 우리는 개념(concept)라 부른다. 그러므로 개념이란 구체적인 것들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의미로 '일반화(generalization)하고 '요약'한 것이다. 따라서 어떤 개념은 다른 것과 구분되는 어떤 종류의 유사성을 나타내게 된다. 대부분의 단어들은 개념을 나타내는 개념 단어이다. 언어는 의미, 관계, 그리고 유사성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며, 그러므로 개념을 토대로 하여 또 다른 개념을 만들어 간다.
언어가 개념을 풍부하게 하는 것처럼, 개념도 언어를 풍부하게 만든다. 언어가 무한수의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개념 단어 때문이다. 개념이 없으면 사고는 크게 제한된다.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다양하고 융통성 있는 정보처리를 할 수가 있다. 특히 많은 사고는 추리를 통하여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브라질에는 '카리아마'라 부르는 새가 있다. "이 새는 날개가 있는가?" 란 질문을 받고, 카리아마를 본 적이 없어도 당신은 쉽게 "예"라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이전에 학습하여 기억 속에 저장하고 있는 "새" 라는 개념 속에 '새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리과정은 우리가 직접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것에 대하여 사고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범주(category)는 정보를 조직화하고 그것을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개념들은 이러한 범주를 나타내며, 개념 단어는 범주를 기술하는 것이다. 개념과 범주 때문에 언어는 학습과 기억에 도움이 된다. 개념 단어로서 여러 가지로 집단화시키기(결집, 조직화) 때문에 복잡한 것도 우리는 손쉽게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언어와 기억의 관계는 양방적인 것이다.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면 아동은 새로운 지식영역을 정복하게 되며,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영역은 다시 새로운 단어를 학습할 수 있게 해 준다.' 이것은 어렸을 때 가정교육이 부실했던 아동은 학교공부가 떨어지고, 반면에 부모로부터 교육을 잘 받은 아동은 학교공부가 성공적인 이유를 어느 정도는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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