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인연의 종교입니다. 인연의 신비는 사리불과 부처님과의 첫 만남으로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사리불은 마가다국 왕사성 사람으로 친구인 목련존자와 함께 부처님과 동시대에 살던 유명한 회의론자 산자야의 문하생이었습니다.

 산자야의 가르침을 모두 받았지만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던 사리불은 어느 날 왕사성 거리에서 우연히 부처님의 첫 번째 제자인 아설시라를 만납니다. 사리불은 같은 수행자로서 아설시라의 면모에 깊은 인상을 받고 스승이 누구며 무엇을 가르치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설시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법은 인연에서 생겨난다고 부처님께서 그 인연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모든 존재가 원인을 끊고 자유로움을 얻는 방법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즉시 사리불은 친구 목련존자와 함께 휘하의 2백50여명 제자를 이끌고 부처님에게 귀의하여 ‘지혜제일’의 제자가 됩니다.

  인연법을 중시했던 부처님도 세 가지는 하실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첫째 모든 중생을 제도할 수 없고, 둘째 자신이 지은 정업은 면할 수 없고, 셋째 인연 없는 중생은 제도할 수 없다.’ 이처럼 인연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앞서 말했듯이, 먹는 즐거움, 생각하는 즐거움, 자연과 벗 삼는 즐거움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아마도 좋은 인연을 만나는 즐거움일 것입니다. 나는 수많은 복 중에서 인연복이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연복은 자기가 전생에 지은 복도 되지만 지금 만난 인연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 사람을 어떻게 잘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잘 사는 사람은 작은 인연도 소중히 생각하며 큰 인연으로 만들지만, 못 사는 사람은 아무리 큰 인연이 곁에 있어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좋은 인연을 짓고 싶다면 “항상 줘라, 빈 곳에 줘라, 주고 난 뒤 잊어버려라.”라는 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연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주고 그 대가를 바란다면 이는 인연을 그르치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또한 인연을 만날 때는 잘 판단하고 관찰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악연을 좋은 인연인 줄 알고 가까이 두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인연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아무리 좋은 인연이라도 언제 나쁜 인연으로 변할지 알 수 없습니다. 만남과 이별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다’는 연기법의 가르침처럼 인연법을 잘 따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