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통일 구상’의 뿌리는 8년 전인 지난 2006년 행해진 독 아데나워재단 초청연설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연설은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신분으로 한 연설이지만 박 대통령의 통일구상은 물론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들의 토대가 된 연설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감상적 통일 지상주의’를 경계하면서 통일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공산주의 체제가 혼재하는 중간 정도의 혼합체제가 될 수 없다’고 분명히 강조했다.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통일의 방향과 정체성을 강조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독일식 흡수통일을 탄착점으로 하는 통일론의 전체 그림을 내보인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박 대통령은 이미 당시 연설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대담한 지원을 역설, 현재의 대북 지원론의 단초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아데나워재단 연설에서 “아직도 한국 내에는 ‘어떠한 통일도 분단보다 선(善)이다’는 감상적 통일지상주의가 위력을 떨치고 있다”면서 “이러한 감상적 통일지상주의는 어떠한 통일 체제가 돼야 하고, 그 체제가 한국인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그것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일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공산주의 체제의 중간 정도의 혼합체제 비슷한 체제가 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은 당시 독일 통일이 ‘3가지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력과 강력한 전쟁 억지력, 동독의 변화를 유도한 원칙 있는 정책,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조를 얻어낸 독일외교의 성공이 바로 그 3가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독일은 통일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막대한 통일비용 등으로 아직까지 여러 가지 후유증을 앓고 있다”면서 “한국 역시 선진국 수준으로 경제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통일에 대비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역설했다.

아데나워재단 연설에는 또 북한의 변화 유도 및 대북 지원 등과 관련해 ‘호혜적 상호주의’가 언급돼 있다. 북한의 약속 이행에 상응하는 지원을 통해 변화를 유도할 때 올바른 남북관계로 갈 수 있고 그러한 관행이 제도로 정착될 때 비로소 북한을 개방과 개혁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아데나워재단 연설에서 통일 논의의 선결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적으로 거론한 것도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이라는 원대한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한국이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북핵 문제”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한다면 남북관계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이고 국제사회는 대담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