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빈 숙소로 쓰이는 일본 정부 영빈관 대신 도쿄(東京)의 일반 호텔에 투숙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17일 보도했다. 국빈 초청을 받은 정상들이 대부분 영빈관에 묵었던 전례와 비교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 6월 국빈 방일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물론 18년 전 마지막으로 국빈 초청을 받은 미국 대통령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모두 영빈관에서 머물렀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구체적인 내용 면에서는 국빈 방문의 ‘격(格)’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왕실 만찬 참석 등 국빈 일정을 감안해 달라는 일본의 강력한 요청으로 2박 3일 일정을 수락했지만, 23일 저녁 이후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실제 일본 체류시간은 1박 2일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배우자 동행’이라는 국빈 정상들의 외교관례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일을 6일 앞둔 상황에서도 도쿄 도착 시간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일본 정부를 초조하게 하고 있다. 경호 문제 등 준비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너무 늦게 도착할 경우엔 23일부터 일정을 소화할 수 없어 사실상 1박 2일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측은 23일 밤 총리 주최의 비공식 만찬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관 출신의 외교평론가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는 17일 칼럼을 통해 “2박 3일의 일정이 공식적으로 발표가 됐는데, 한밤중에 도착한다면 1박 2일이나 마찬가지”라며 “중국에 두 딸까지 데리고 장기간 체류했던 오바마 여사가 국빈 방일에는 동행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일본 경시”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이 미·일 간 최대 현안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도쿄 도착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TV아사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저녁 시간까지 하네다(羽田) 공항에 도착하느냐 마느냐는 미·일 장관급 TPP 협상에 달려 있다”면서 “최근 시리아,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비판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TPP 협상 성과도 없이 저녁에 도착해 국빈 대접을 받으면서 아베 총리와 만찬을 한다면 미국 의회에서 비난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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