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세 아들을 둔 아랍의 상인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17마리의 낙타가 있었는데, 죽으면서 세 아들에게 이렇게 

유언했습니다. “큰아이야, 너는 전체의 반을 가져라. 둘째는 3분의 1을 가져라. 그리고 셋째는 9분의 1을 가지도록 해라.”

  세 아들은 고민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랍비를 찾아갔습니다. 랍비는 자신의 우리에서 낙타 한 마리를 더 주면서 “가져가서 나누어 

가지도록 해라.”고 말했습니다. 낙타가 18마리가 되자 세 아들은 쉽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큰 아들은 18마리의 반인 9마리를, 둘째 아들은 18마리의 3분의 1인 6마리를, 셋째 아들은 18마리의 9분의 일로 2마리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9마리와 6마리, 2마리를 모두 더하자 열일곱 마리로 한 마리가 남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낙타를 잘 나누었을 

뿐 아니라 한 마리가 남아, 랍비에게 무사히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준 유산은 낙타가 아닌 지혜였던 것입니다.

 지식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만, 지혜는 세상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재산입니다.

  어느 유명한 큰스님은 매일 법문이 똑같았습니다. “저 허공을 봐라, 허공에 멸이 있고 생이 있는가.” 불자들이 법문을 청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 말을 반복하셨습니다. 하루는 제자들이 농담처럼 “스님, 어차피 매일 같은 법문만 하시는데, 그냥 써가지고 다니면서 남에게 

보여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묻자 큰스님은 섭섭하신 듯 “에끼, 그런 말 하지 마라. 내 말을 들을 때마다 저 사람들이 얼마나 복이 

쌓이는 줄 아느냐.”라며 꾸짖으셨습니다.

  큰스님은 취미도 독특하셨습니다. 보시한 돈이 조금 쌓이면 농부들도 외면하는 천수답을 사셨습니다.

  천수답은 다른 논과는 달리 수리시설이 없어 오직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으니 버려진 논이나 마찬가지였습니

다.

  좋은 옥전도 많지만 큰스님은 천수답만 고집하셨고 가을이 되면 천수답에서 추수한 쌀을 보시고 어린 아이처럼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제자들도 큰스님이 천수답을 사시는 데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토를 달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중 똑똑한 제자가 있었다면 이렇게

 따졌을 겁니다.

“좋은 논도 많은데 왜 하필 남이 버리는 천수답을 사시는 겁니까?”

  여기에는 큰스님의 깊은 뜻이 있습니다. 못 쓰는 천수답까지 내다 팔아야 하는 농사꾼이라면 필시 형편이 매우 어려운 농민일 것입니다.

  천수답을 내놓는다고 누가 사기나 하겠습니까. 그러니 큰스님은 농사꾼들의 살림을 보살펴주고 싶은 생각에 천수답을 사셨던 겁니다.

  또한 가장 불모지인 척박한 천수답에서 쌀이 나오는 것을 보시고 자연의 신비로운 이치를 통해 배우는 깨달음이 있으셨기에 아이처럼 

기뻐하셨습니다. 그러니 큰스님께서 사실 때는 가타부타 말이 필요 없는 것입니다.

  지식 있는 사람이라면 천수답은 거들떠보지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속으로 ‘큰스님은 참으로 바보로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무릇 깨달은 사람의 행동은 물가에 놓인 어린 아이처럼 천방지축 불안해 보입니다. 그들의 행동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각자(覺者)가 그렇게 할 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