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 국민들은 중국이 벌이는 영유권 분쟁을 얼마나 염려하고 있을까.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전세계 4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해 15일 발표한 설문조사인 ‘2014년 봄 세계 인식 조사’를 보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인의 93%, 베트남인의 84%는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군사적 충돌로 번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영유권 분쟁중인 일본인들 중 85%도 영유권 분쟁의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지 않는데도 83%가 중국의 전쟁 가능성을 염려했다.

이 국가들은 중국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일본인의 7%, 베트남인의 16%가 중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적 도청 파문 이후에도 미국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조사 대상이 된 아시아 11개국중 미국 선호도가 50%를 넘지 않는 나라는 파키스탄 밖에 없었다. 한국인의 중국 선호도는 56%, 미국 선호도는 82%였다.

반면 NSA의 도청활동이 민간인에게 벌어지는 데는 전세계가 대체로 반대했다. NSA가 자국민을 도청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2%, 자국 지도자를 도청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테러 용의자 도청엔 64%가 찬성했다. NSA 도청 파문 이후 “미국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가”는 질문에 대한 응답률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조사에서 이 질문에 ‘그렇다’고 79%가 답한 엘살바도르인들은, 이번 조사에서는 단 50%만 같은 답을 했다. 전년에 비해 29%포인트가 줄어, 가장 변화폭이 가장 컸다. NSA 도청을 가장 강하게 비난했던 브라질(25%포인트)과 독일(23%포인트)에서도 같은 응답을 한 사람들이 큰 폭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정부로 꼽혔다. 전체 58%가 ‘미국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답한 반면, 중국 정부를 꼽은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러시아 정부라고 답한 사람은 이보다 낮은 28%였다.

무인기의 광범위한 활동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의견은 대륙을 불문하고 많았다. 베네수엘라인의 92%, 요르단의 90%는 무인기에 특히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미국인의 52%는 무인기 활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외에도 현재 이슬람 무장세력이 폭탄 테러·총격전 등을 벌이는 이스라엘, 케냐, 나이지리아에선 무인기 활용을 긍정한다는 응답률이 50%를 넘었다. 한국인들은 73%가 무인기 활용에 부정적으로 답한 반면, 23%는 무인기 활동을 허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퓨리서치센터 캡처 (http://www.pewglobal.org/2014/07/14/global-opposition-to-u-s-surveillance-and-drones-but-limited-harm-to-americas-image/pg_14-07-10_alliesthreats_640px/)

이번 조사에서는 아시아 각국 국민들이 어떤 나라를 ‘동맹국’과 ‘적국’으로 생각하는지도 드러났다.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는 중국을, 조사대상이던 나머지 9개 국가들은 미국을 최고 동맹으로 지목했다. 반면 미국은 최고 동맹국으로 영국을, 중국은 러시아를 꼽았다.

반면 적국을 묻는 질문에는 답이 엇갈렸다. 방글라데시는 인도를, 인도는 파키스탄을 최대적으로 뽑았지만, 파키스탄은 최대 적국을 미국으로 꼽았다. 한국은 북한을, 태국은 캄보디아를 최고의 적으로 각각 지목했다. 최대 동맹국을 미국으로 꼽은 인도네시아인들은 최대 적국을 묻는 질문에도 ‘미국’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는 44개국 4만8643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17일부터 6월5일까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