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 방어율 3.63으로 리그 9위였지만 승리는 겨우 4승(11패)에 그쳤다. 2014시즌에도 ‘불운’이 이어졌다. 타고투저가 더욱 심해진 그해 방어율 4.01은 리그 7위였지만 두자릿수 승리에 실패한 채 8승8패를 기록했다. 전반기 동안 방어율 4.05에 8승3패를 기록한 뒤 후반기에 방어율을 3.96으로 더 낮추고도 승리없이 5패만 떠 안았다.

이름을 바꿨다. 에릭이라 불렸던 NC의 외국인 투수는 올시즌을 앞두고 단장에게 “에릭이 아니라 해커라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에릭이라 불리다, 이제는 해커라 불리는 NC 에릭 해커(32)는 올시즌 리그 다승왕을 노리는 투수로 변신했다. 해커는 7일 현재 16승(5패)으로 다승 2위, 방어율 2.92 역시 리그 2위다. 145개의 삼진은 리그 4위에 올라있다. 앞선 2년과 비교하면, 깜짝 놀랄 만한 기록이다.

NC 에릭 해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이름 바꿔서일까. 해커는 “징크스? 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국에서 원래 불리던 이름으로 불리는 게 마음이 편해지는 측면은 있다”며 웃었다. 올시즌 성적 상승 이유에 대해 해커는 “3년째를 맞아 한국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타자들의 스타일은 물론 한국 야구 스타일에 익숙해졌다”며 “한국 생활을 하면서 귀를 열고 많이 배우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커의 가장 큰 무기는 독특한 투구폼이다. 부드러운 투구폼이 아니라 서투른 인형사가 조종하는 마리오네트처럼 덜커덩덜커덩거리는 투구폼이다. 수도권 구단의 한 선수는 “나는 도저히 해커 공을 칠 수가 없다.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해커의 독특한 투구폼에 대해 KBO리그 심판위원회는 “그때그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일관성을 갖고 있으므로 부정 투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투구폼은 한국에 오기 전인 2011시즌 만들어졌다. 해커는 “살아남기 위한 변화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을 위해 투구폼을 바꿨다. 주변 도움 없이 셀프 코칭을 통해 터득했다”며 “주변에서 ‘아시아 스타일 투구’라고 평가했다. 어쩌면 내가 한국에서 뛰게 된 것은 운명일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해커는 “투구폼을 바꾸고 나서 오히려 제구가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해커의 투구폼은 KBO리그 입성 뒤 더욱 다듬어지고 있는 중이다. 한국야구를 알아갈수록, 한국 타자의 스타일을 이해할수록 해커의 투구폼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해커로 하여금 한국 야구를 더욱 이해하고, 공부하게 만드는 것은 가족 덕분이기도 하다. 해커는 NC 입단 첫 해 한국에서 딸 켈리를 얻었다. 오랜 바람 끝에 얻은 딸이었고 덕분에 한국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 한국의 ‘출산 및 산후조리 시스템’을 겪어 본 해커는 다른 팀의 외국인 선수에게 그 장점을 열심히 설명해 줄 정도다. 

가족은 언제나 힘이 된다. 해커는 “이제 딸이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아빠 해커는 12일 마산 SK전에서 딸의 두돌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스카이박스를 빌려 딸의 어린이집 친구와 부모들을 초청한다. 해커는 “대부분 손님들이 한국 사람들”이라고 했다. 

많은 투수들이 다른 리그에서 뛸 때 ‘3년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해커가 ‘3년의 벽’은 커녕 오히려 3년째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리그와 리그를 둘러싼 사회,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한 덕분이다. 해커는 이제 NC의 명실상부 에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