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했던가. 괴물타자 에릭 테임즈(30·NC)가 슬슬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30 일 현재 테임즈는 타율 0.380(158타수 60안타) 15홈런 42타점 4도루 OPS 1.243을 기록 중이다. 어느새 타자 부문 각 지표에서 얼굴을 올렸다. 타율 2위, 홈런 1위, 타점 4위, OPS(장타율+출루율) 1위 등 근육질에 장착한 괴력을 뿜어내고 있다. 도루는 부상 염려를 위해 자제하고 있어 의미가 없다.

겨우내 올 KBO리그는 ‘테임즈와 아이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53홈런을 터뜨린 박병호(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장악력에서 유일한 대항마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시즌 테임즈는 타율 0.381, 47홈런, 140타점, 40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의 괴물이었으니 이견도 없었다.

그런데 개막 후 ‘아이들’ 중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었다. 특히 홈런 부분에서 LG 히메네스와 두산 김재환 등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잠실홈런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 간이 흐르자 다시 테임즈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김재환은 지난 20일 롯데전 멀티홈런 이후 침묵하고 있고, 히메네스도 28일 두산전서 1개를 보탰지만 테임즈에 역전당했다. 최정도 29일 삼성전에서 멀티홈런을 쏘아올려 14개 대열에 합류했지만, 장기레이스에서 홈런경쟁을 벌일 스타일은 아니다.

사실 4월에도 테임즈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타율 0.329(85타수 28안타) 17타점 5홈런, 하지만 초반 치고나선 새 얼굴들로 인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 5월 들어 페이스를 끌어올리더니 타율 0.438(73타수 32안타) 10홈런 25타점을 쓸어담았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선 타율이 무려 0.529(3타수 18안타)에 이른다. 6개의 홈런을 몰아쳤고 11개의 타점을 챙겼다.

현 시점에서 테임즈의 대항마는 타율에서 롯데 김문호(0.415), 타점에서 삼성 최형우(48개) 정도다. 그런데 김문호의 경우, 4할 타율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 타점 부분 역시 지난해 테임즈를 이긴 선수는 박병호(146개) 뿐이었다. 타점은 앞선 타자들의 영향력도 절대적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테임즈와 아이들’이라는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