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1이닝 퍼펙트'…2번째 등판서는 '홀드'

(창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지난 1년 4개월간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투수 원종현(29)의 목표는 대장암을 이겨내고 다시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2015년 1월 30일 대장암 수술을 받은 원종현은 긴 재활 기간을 거쳐 지난달 31일 성공적으로 복귀 등판을 했다.

창원 마산구장에 모인 홈 팬들 앞에서 두산 베어스의 강타자 오재원, 민병헌, 오재일을 최고 시속 152㎞의 강속구로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완벽한' 복귀전이었다.

복귀의 꿈을 이룬 원종현의 다음 목표는 공을 원 없이 던지면서 모든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투수가 되는 것이다. 

복귀 등판 하루 뒤인 1일 마산구장에서 만난 원종현은 "앞으로 저의 목표는 그냥 많이 던지는 것"이라며 "항상 타자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보이겠다. 그리고 팀이 이겨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암과 싸우고 몸을 다시 만드는 재활 기간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종현은 오직 야구만 생각하며 고통을 이겨냈다.

그는 "다시 야구를 하고 싶은 생각을 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다시 야구를 해야 하니 꾹 참았다"고 돌아봤다.

그만큼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다.

원종현은 "마운드에 서서 팬들의 응원 소리를 들으며 던지니 설레고 좋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투구 내용이 완벽했다.

원종현은 "첫 경기여서 힘을 빼고 던지려 했는데 1점 차(5-6으로 뒤진 8회초) 상황에 올라갔다"며 "초구를 던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구속도 잘 나오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원종현은 첫 상대 오재원에게 초구로 시속 149㎞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격려 받는 NC 원종현[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한 이닝을 15개의 공으로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리라고는 자신도 생각지 못했다.

그는 "초구를 던지고 자신감이 생긴 덕분"이라며 "잘 치는 타자들이 나와서 더 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 이상의 호투를 펼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복귀전에서는 한 이닝이 더 남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완급 조절을 하며 던진 것이었다"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또 큰 병을 겪고 돌아왔지만 당장 연투도 가능하다면서 "물론 해야 한다. 첫 경기에서 너무 힘을 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무리 없이 했다"고 여유를 보였다.

그렇다고 무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원종현은 "어린 불펜들이 잘하고 있어서 저는 앞으로 천천히 따라가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종현의 멋진 복귀 등판은 동료에게 큰 감동을 줬다. NC 선수들은 임무를 완벽히 완수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원종현을 더그아웃에서 기다렸다가 크게 반겨줬다.

원종현은 내려오면서 "됐다. 잘했다. 다행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런 원종현에게 동료는 "축하한다. 잘했다. 소름 돋았다"라고 칭찬했다.

그런 동료의 마음에 마운드에서 강심장을 자랑한 원종현도 감동했다.

그는 "경기 후 미팅을 마치고 주장 이종욱이 선수들을 모아서 저에게 박수를 쳐줬는데 그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고 고마워했다.

이 인터뷰를 마치고 원종현은 두산전 3-0으로 앞선 8회초 복귀 두 번째 등판했다. 상대는 전날과 똑같이 오재원-민병헌-오재일로 이어지는 타선이었다. 

오재원을 1루수 땅볼, 민병헌을 삼진으로 잡은 원종현은 오재일에게 좌중월 솔로포 한 방을 맞았지만, 양의지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 이닝을 마치고 복귀 첫 홀드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