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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재수한 이야기 上 분량주의

Ic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0.12.17 00:48:48
조회 107 추천 0 댓글 0

 원서쓰다 보니까 생각나서 나중에 내가 볼 글 셈치고 걍 씀니당ㅎ!



 일어나니까 여섯 시 반이었다. 맙소사, 인간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문 건너편에서 어머니가 어서 좀 일어나라고 외치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럭저럭 쌀쌀해지기 시작해서 침대 밖보다 안이 따뜻해지기 시작할 계절이니까.
 억지로 발을 끌어내고 있으니까 비로소 생각났다. 그래. 나는 오늘 하루를 위해서…대충, 300일쯤 전에 고등학교 과정을 한 번 더 공부하기 시작했다. 결전의 날. 모두 다 끝날 날. 여하튼, "그날". 2010년 11월 18일.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다.


 11월 11일이었나, 12일이었나. 여하튼 작년 수능.
 마치고 나와도 어머니는 기다리고 계시지 않았다. 집에 계셨지. 별로 섭섭하지는 않았다. 내 기억으론 아마 내가 알아서 집에 가겠다고 했던가? 먼저 말을 했고, 어머니도 어머니대로 사정이 있으셔서 못 오셨던 거였다. 옆에서 아는 처지의 모르는 사람이 부모님과 껴안고 운다. 뒤에선 웃는다. 저기선 아예 드러누운 사람까지도 있다.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그냥 웃었다. 쓴웃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입구에 나올 때쯤에는 이미 대충 예감을 하고 있었다. 아, 잘 친 시험은 아니겠구나~ 하고.

 언어영역은 그럭저럭 했다. 외국어도. 탐구야 애초에 공부를 거의 안 했으니 억울할 것도 없다. 하지만 수리, 안 된다고 해서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일부러 한 달에 백 만원씩 주고 학원을 다닌 수학. 그 전 주에 친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92점이 나와서 이번에야말로 1등급을 맞겠거니 하면서 임했다. 78점. 어려웠나? 염치불구하고 다른 애들한테 전화를 해 봤다. 허, 제기랄. 내가 수학 문제 푸는 법을 가르쳐주곤 하던 애가 88점이었다. 웃으면서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울었다. 입구 앞에서 못 해 봤던 어머니 껴안고 울기도 했고, 혼자서 벽에 뒤통수 치면서 울었고, 전화해서 울었고, 하여튼 울었다. 살이 빠지도록 울었다. 간만에 엄청 울었다.


 다음날이 되니까 그럭저럭 진정됐다. 모의 성적을 빼 보니까, 빤하다. 언수외탐 순으로 1 3 1 2 2.5…. 말했지만, 수학 점수가 도저히 용납이 안 됐다. 물론, 2010학년도 외국어영역 어려웠다. 점수 잘 맞았는 건 좋았지만, 솔직히 원래 잘 하던 과목이라 별 감흥도 없었다. 한 이틀 고민했다. 고민했다고 해서 되게 심각한 것도 아니고, 밥 먹고 자고 멍히 있고 게임도 하면서 고민했다. 음. 이리저리 고민하고 인터넷 모의지원을 돈 퍼줘 가면서 해 봐도 답이 없다. 음, 답이 없다.

 어머니랑 조금 의논을 했다. 형이 이미 삼수?…횟수는 정확하지 않지만, 여하튼 공부를 그만두고 공익 생활을 하기 직전이었다. 당시도, 그리고 지금도 아제로스와 노스렌드, 그리고 가끔 와갤을 떠도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은 그나마 공익이라도 하고 있다면, 당시에는 날백수 NEET였다는 차이 정도는 있을까. 그런 형이었기에, 어머니는 나만큼은 어떻게든 대학을 보내고 싶으셨다. 하지만 지방대는 아니라는 듯 하셨다. 소개가 늦었지만, 나는 인문과다. 인문과의 지방 대학은 소위 백수공장이라는 것이 어머니의 의견이었다. 솔직히 딱히 반감도 없었다. 당시엔 나도 거기 공감하고 있었으니까. (인문계로 지방대학을 다니는 모든 사람한테 사과한다. 재수라도 한 번 해 본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어쨌든,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재수를 결심했고, 어머니와 합의?했다. 형 때는 하지 않았던 안전장치로, 백수공장이라며 꺼려 하시던 지방대학-그래도 국립이었지만-에 등록을 했다. 보험료라며, 어머니는 웃으셨다. 편한 웃음이 아니라는 거 정도만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곤 놀았다. 영화도 보고, 운동도 원없이 하고, 살도 빼고. 재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싶었던 건지, 여하튼 엄청 놀았다. 그렇게 12월과 1월의 중순을 보냈고, 1월 시작할 즈음부터는 도서관이나마 간간히 갔다. 우스갯소리로 "글씨 쓰는 법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루에 두세시간 정도씩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게 전부였지만, 그 시간 동안은 왠지 재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건 본격적인 재수라고 부를 수는 없는 물건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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