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때부터 만나서 20살때 헤어졌는데

그때는 분명 동일한 느낌이였는데, 같은 공간에서 같이 숨쉬고, 같이 붙어다니고, 같이 학교가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놀고, 같이 독서실 가고, 같이 양치하고, 이러니까 당연히 나랑 동일한 사람이라고 느꼈지.

근데 대략 시간이 8년정도 흐른 지금 걔 인스타를 보니까 나랑 너무 다른 삶을 사는게 슬픈거야. 이게 좆같다기보단 뭔가 슬픔.

걔는 집이 좀 괜찮게 사는 집이라, 20살때 2016년 8월에 캐나다 넘어가서 밴쿠버 ubc 입학함. 그동안 걔의 삶을 보면 매번 순탄해. 물론 가까이서 지켜보면 나름의 상처는 있겠지만, 적어도 멀리서 보면 탄탄대로임. ubc라는 좋은 대학에서 좋은 환경에서 아름다운 청춘을 즐긴 것 같고, 교환학생도 마음껏 다니고,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 지금은 진작에 졸업하고 영주권도 따고 건축사로 몇년째 일하고 있음. 지금 교포 남친도 잘 만나는 거 같고. 엄청 오래 만나는 거 같더라.


반대로 나는? 인서울 실패해서 충남대 입학했다가, 1학기 다니고 대전 좆같아서 중간에 때려치고, 반수한다고 깝치면서 분당 청솔 들어감. 근데 반수반 가서 뭐했는지 아냐? 대학생 새끼마냥 술 처먹고 놀러 다녔음. 당연히 수능 좆망했지. 집이 아주 거지 같은 건 아닌데, 이상하게 매번 허덕이는 그런 그냥 서민 가정임. 근데 그런 집에서 반수반 보내놨더니, 연애하고 술마시고 처 놀러다님. 


수능 망치고 또 술먹고, 허송세월 시간만 보내다가, 충남대를 다시 갈까 한번 더 해볼까 했는데, 그냥 충남대를 다시 들어감. 근데 학교 자체가 맘에 안드는데 도시 자체가 맘에 안드는데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겠냐. 그냥 배째라 하면서 막 다녔음. 솔직히 입대전까지 좆도 아무 생각없이 살았음. 그리고 입대하고 전역하고 정신차려보니까 나의 20대가 저물어간다.


이제 막학기라 졸업은 하는데, 취준은 부실하고, 대충 어찌어찌 취업해서 들어간다 한들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일은 이제 없을 것 같다.

나는 욕심은 많은데 하고싶은 건 많은데, 현실은 구데기인 그런 느낌. 그래서 인생이 고통인 것 같다. 

이 새벽에 잠 안와서 전여친 인스타 뒤적이다가, 주말에 지 친구들이랑 밴쿠버 호수에서 피크닉하고 와인먹고 사는 모습 보니까

난 이 나이 먹을동안 뭐했나.. 걍 이 생각 들어서 끄적임.

좆도 누구한테 말할 새끼도 이제 없어서 디씨 처들어와서 지랄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