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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회 택 위주 나노 감상] 누군가와 비밀을 공유한다는 것은

.손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2.16 09:56:19
조회 1863 추천 51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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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2회의 키워드는 '비밀'인 것 같다.


11회 택 관련 씬은 정환의 집에서 정환, 덕선, 선우의 가족들과 택의 아버지인 무성이 함께 함박스테이크를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택이는요? 택이도 데리고 오시지.
내일 모레가 최고위전 결승이에요. 그래서 요새 공부한다고 일절 방에서도 안 나옵니다.
아, 최고위전이면 택이가 지금 타이틀 들고 있는 것 아닙니까?
예, 근데 이번 결승전 상대가 스승님이라서요. 부담이 큰가봐요.


택의 근황에 대해 설명하며 함박스테이크를 자르던 무성의 서툰 손길에 선우의 어머니이자 무성의 고향 동생인 선영이 가위로 잘라준다. 이 장면은 곧이어 나올 덕선과 택의 모습과 대치되지만 12회 경양식 돈까스 씬과도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선영아, 내 물 좀 도.


무성의 부탁에 또 다시 물을 건네던 선영은 '그래도 택이 좀 갖다주고 와야겠다. 애 혼자 밥도 안 먹고 있는데.' 라고 말하며 택이 역시 살뜰히 챙긴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덕선. 정환의 옆에서 밥을 먹으려는 덕선에게 선영은 택이 방에 다녀오라며 음식을 건넨다.

수연아, 이거 택이 방에 좀 갖다 주고 온나.
택이 안 왔어요?
내일 모레 시합한다고 방에서 꼼짝도 안 한다더라. 이거 갈비는 안 먹어도 스프라도 좀 먹으라캐라, 알았제?
네!


식사도 거르며 바둑을 두고 있는 택의 바둑판 너머 상에는 선영이 챙겨주고 덕선이 가져온 스프가 있다. 음식을 올려놓고 가려던 덕선은 여전히 바둑에만 몰두한 택을 보며 마음이 쓰인다.


야, 식기 전에 먹어.
어.



하지만 여전히 음식에는 시선도 주지 않는 택. 택의 시선은 오롯이 바둑판에 고정되어 있다. 그런 택에게 다시 한 번 말하는 덕선.


그거 식으면 맛 없는데.
...


하지만 이제 대답도 없는 택을 보던 덕선은 결국 택이 스프 먹는 것을 볼 때까지 만화책을 보며 택의 방에 있는다. 그리고 만화책이 쌓여갈 만큼 느릿느릿 스프를 다 먹은 택이 덕선의 이름을 부른다.


덕선아.
수연이.
수연이가 누구야?
나. 내가 수연이야. 이제부터  수연이라고 불러. 그래야지 나 대학갈 수 있대.


해맑은 얼굴로 진지하게 말하는 덕선을 보며 택은 결국 웃게 된다.


너 지금 나 비웃는 거야?
아니. 미쳤어?
너 똑바로 해. 내가 요새 너 많이 봐준다, 어?
알았어.


이 때 택의 '미쳤어?'라는 말투가 굉장히 자연스러웠는데,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하고 분노할 덕선의 보복이 두려웠던 택이 황급히 변명하는 모습이 개그 코드로 비춰지다가도 이내 자신을 윽박지르는 덕선을 보고 '알았어'라고 말하며 귀여운 듯 웃는 택의 모습에서 오빠미가 낭낭하게 그려진다. (뒤이어 선우에게도 같은 말을 하는데, 이때 역시 형아미 낭낭) 


저기, 덕선아.
수연이, 이 멍충아!
어, 수연아, 나 커피. 전처럼 우유 섞어서.
알았어. 넌 네 할 일 해. ...해.


그리고 다시 한 번 덕선을 부른 택은 바다에서 덕선이 건넸던 것처럼 커피에 우유를 섞어서 달라고 부탁한다. 바닷가에서 보낸 시간은 덕선과 택, 단 둘만 공유한 시간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우유와 커피는 각각 아이와 어른을 의미하며, 우유와 커피를 섞는다는 의미는 아이와 어른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5인방의 모습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면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인물이 택인데, 우유와 커피, ㄷ신과 바둑의 신 등 택에게 주어진 양면적인 모습은 택이라는 인물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한편, 택이 부탁한 우유 섞인 커피를 택에게 전한 후 방을 나가려는 덕선의 등 뒤로 택이 다급히 말한다.


수연아! 나, 물.
...


덕선은 점점 표정이 일그러져 가지만 다시 한 번 택에게 물을 건네주고, 그런 덕선에게 택은 또 한 번 수연아! 라고 부른다.


택의 부탁과 그를 들어주는 덕선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그려지던 때에 어른들은 택의 연애 스타일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쌍문동 5인방에게 택은 그저 오랜 친구일 뿐이지만 세상에서의 최택은 인기가 아주 많은 인물로 보여진다. 팬레터를 많이 받는다는 것도 그렇고, 늘 택과 만나게 해달라는 덕선의 학교 친구들을 봐도 알 수 있다.


택이가 퍽이나 누구 좋다고 그러겠다. 좋아해도 어디 티낼 애야? 조용히 아무 말도 안 할 걸.
택이도 티내요.
어찌요? 어찌 티내는대요?


택의 연애 스타일에 대해 말하던 무성은 계속해서 선영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한다.


택이 성격 상 앞에서 알랑방구 뀌고 그러지는 않을끼고.
어휴, 절대. 저 닮아서 애교라고는 없습니다.


선영아, 여기 뿌리는 양념 좀...

선영아, 여기 휴지 좀 도.


무성의 부탁을 계속 들어주던 선영이 무성에게 택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었다.


택이는 어쩌는데? 지 좋아하는 사람한테 어쩌는데요?
앵긴다!


그런 선영을 보며 무성은 대답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려 택에 대해 얘기한다.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엄청 앵겨요.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부탁도 많이 하고. 근데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오히려 깍듯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무성은 또 한 번 사발을 가져다 달라며 선영에게 부탁하는데 이렇듯 계속해서 선영에게 '앵기는' 무성을 보며 일화가 결국 한 마디 한다.


아이고, 참말로 우리 선영이 그만 좀 부려무라.
제가요?
...선영아, 사발 됐다.


무성은 선영을 대하는 자신의 행동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듯 혹은 그런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챌 것을 예상하지 못한 듯 잠시 머뭇대다 선영에게 부탁했던 것을 되물렸다. 택과 무성은 아주 닮은 성격의 부자다. 무성이 선영에게만 사투리를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지키는 것처럼 택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무엇인가를 부탁하는 법이 없다. 택의 요청은 덕선에게 한정 되어 있다.


한편, 택에게 물을 가져다 주는 덕선. 이미 화가 많이 난 상태의 덕선은 이제 정말 택의 방에서 나가려고 하지만 택은 덕선이 가져다 준 컵에 손을 가져다 대고 말한다.


따뜻한 물!


결국 폭발한 덕선.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야, 네가 갖다 먹어. 네가! 이게 맨날 고생한다고 봐주니까, 내가 네 종이야? 머슴이야?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덕선의 무자비한 구타에 온몸으로 막는 택. 늘 홀로 삶의 무게를 감당하던 택이 이렇게 아프다고 소리치며 표현하는 것을 처음 본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짠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덕선에게 택은 여전히 노을과 비슷한 동생같은 느낌이 더 강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드디어 진정된 덕선이 보온병을 가리키며 말한다.


야, 저기 보온병 있네. 네가 떠먹어.
알았어. 손 진짜 매워.


덕선의 말에 택은 알겠다고 말하면서도 손이 진짜 맵다며 아픔을 표현한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해보려고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이상한 듯 보온병만 보는 택을 쳐다보던 덕선이 부른다.


어이.
응?
코드.
아.


알고 보니 코드가 빠져 있었던 것. 택은 기존에 꽂혀 있던 노란색 코드를 뽑으려고 하지만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덕선이 그런 택을 도와주려고 하지만 택은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됐어. 할 수 있어.


결국 택은 코드를 뽑으려다 자신의 팔꿈치로 덕선을 가격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덕선은 쌍코피가 터진다.


코피...


코피를 휴지로 막은 채 택의 방에 드러누운 덕선은 휴지를 쥔 채 분노를 다스린다.


그동안 응답에서 코피=정환이었는데, 정환은 평소에 코피가 잘 나는 설정이며 6회에서는 선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었지만 사실 선우가 좋아하는 사람은 보라임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덕선이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이 때 대문 뒤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정환은 갑작스레 문을 연 덕선으로 인해 대문에 맞아 코피가 난다. 이 장면은 곧 정환이 이미 시작된 자신의 사랑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하며 덕선의 쌍코피 씬과 연결된다.


11회에 덕선은 이미 정환이 자신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덕선 역시 그런 정환을 대하는 마음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정환의 코에서 코피가 난 것은 한 쪽이었지만, 뒤이어 나오는 덕선의 코피는 두 곳 모두에서 나온다. 이것은 정환-택 두 사람에 대한 덕선의 마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정환의 짝사랑이 쌍방향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택으로 인해 정환과 덕선이 서로의 감정을 깨닫게 된다고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암튼 이렇게 자신으로 인해 덕선이 코피를 흘리고 결국 자신의 방에서 눕게 되자 택은 다시 한 번 덕선의 이름을 부른다.


저기, 덕선아.
수연이.
어, 수연아.


쌍코피로 인해 몸져 누운 상태이지만 꿋꿋이 자신을 덕선이라고 부르는 택에게 수연이라고 정정해주며 휴지를 꼭 쥐고 있는 덕선. 택은 그런 덕선을 달래며 덕선의 손에 들려진 휴지를 빼준다.


좀 자.


덕선의 손에서 휴지를 빼주며 이불을 덮어주던 택이 말한다.


나, 일한다.


이 대사에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앞서 택의 아버지인 무성은 택이 바둑을 두는 것을 두고 '공부'한다고 표현하지만 택은 '일'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사회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처음 택이 덕선에게 우유를 섞은 커피를 부탁했을 때 덕선은 '알았어. 넌 네 할 일 해.' 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택은 '일'한다고 표현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들대던 덕선은 그 상태로 잠 드는데 평소에 불을 켜놓고 잠든 모습을 많이 보여온 택은 잠든 덕선이 깨지 않도록 불을 켜지 않은 채 자신의 일에 집중한다. 


*


택의 방에서 만화책 보던 정환과 동룡. 정환은 달력을 보며 빡빡한 택의 경기 스케줄을 알게 된다.


얘 2월달엔 죽겠는데?
원래 겨울에 대국이 제일 많잖아. 넌 친구가 되서 그것도 모르냐?
그래도 내일 최고위전이 제일 힘든가봐. 오늘 기원에서 밤 샌대.


택은 언제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운다. 그 점이 택이라는 인물을 더욱 애틋하고 아프게 만든다.


그리고 또 다른 날, 택의 방에서 라면을 먹던 덕선은 정환과 동룡에게 이문세 콘서트에 갈지 묻는다. 동룡은 가지 않겠다고 말하며 그 자리에 없는 택이 얘기를 한다.


그런데 택이는 갈란가? 택이는 2월에 스케줄 만땅이던데.
왜 무슨 일 있어?
그런데 대국 기간에 꼼짝도 안 할 거니까 당연히 안 갈 거고.
아니지. 덕선이가 간다고 하면 좋다고 신나서 따라갈 거야, 그렇지?
아니지, 아니지. 천하의 최 사범이 여자보다 당연히 바둑이 중요하지.


하지만 동룡이 이렇게 대놓고 덕선에 대한 택의 관심을 얘기 하고 있음에도 덕선의 관심은 오로지 이문세 콘서트에 못 간다고 말하는 정환에게로 쏠려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맞이한 1989년 설날 아침, 선우네 집에 무성이 온다. 고향에 내려 가지 않는 무성과 택을 위해 선영이 함께 식사를 하자고 부른 것이다.


떡국이가?
오늘 설이다, 설인 건 알제?
안다.
택이는요?
올끼다.
제가 데리고 올게요.
아냐, 밥 먹어. 밥 먹어, 이제 오겠지.
걔 바둑 두면 정신 없잖아요. 제가 얼른 가서 데리고 올게요.


선우의 무릎에 안겨있던 진주는 선우가 택을 데리러 간 사이 어느새 무성의 무릎에 앉아서 밥을 먹는다.


점을 봤다고? 그래, 뭐라카던데?
말도 마이소. 성님들 내 점 때문에 다 기절했다.
그래? 와 뭐라 카던데?
참 내가 오빠니까 얘기해준다.


그리고 밝혀지는 선영의 비밀.


그것보다 더 큰 경사가 있어, 자네 팔자에.
뭔데요?
아들이 하나 더 생겨.
...올해 아들 보겠네.


올해 아들이 하나 더 생긴다는 점쟁이의 말로 인해 함께 웃던 무성과 선영. 그리고 여전히 웃음이 남아있는 얼굴로 무성이 말한다.


사람 일은 모른다, 너 아직 젊다 아이가?
네? 진짜 오빠 미쳤는갑다, 진짜. 내가 지금 오빠, 나이가 40대 중반이다.


그런 선영을 보며 웃는 무성. 어쩌면 무성에게 선영은 남편을 잃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40대 중반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에 함께 살던 어린 날의 모습으로 비춰질 지도 모른다. 택에게 덕선이 그러한 것처럼. 그래서 이따금 덕선을 보며 오빠미 넘치는 미소를 짓는 택의 얼굴과 선영을 보며 웃는 무성의 얼굴은 닮아있다. 하지만 선영은 그런 무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여전히 농담을 건넨다.

 

혹시 모르지. 어디서 한 놈이 떡하고 떨어지면 몰라도.


그 때 때마침 들어오는 선우,


맞지 선우야?
어? 뭐, 뭐가?


그리고 택.


선우를 보면서도 내내 웃고 있던 선영은 택을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줌마. 진주 안녕?


자신과 진주에게 살갑게 인사하며 자리에 앉는 택.


너 또 밤샜지?
괜찮아.
이제 큰 대회 다 끝났냐?
응.
아, 대회 좀 그만 잡으라고 그래.
이제 최고위 끝났으니까 괜찮아. 오늘 내일은 좀 쉬려고.


택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선우.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선영의 표정은 여전히 미묘하다.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와 평온하게 밥을 먹는 자리. 그 자연스러움이 문득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순간으로 변하는 것을 겪어본 사람만이 느끼는 이질감이었다. 그리고 택을 보며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선영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 * * 그리고 12회.


1989년 2월, 어느 늦은 밤 비밀 연애 중인 선우와 보라는 보라의 집 앞에서 만나던 중 대문을 나서던 택과 마주친다. 선우, 보라 커플과 마주치자 당황한 채 한쪽 발은 대문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서 있는 택의 손에 들려진 것은 담배였다.


세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며 당황스러운 순간이 이어지고, 택은 자신의 손에 있던 담배를 도로 주머니에 넣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어린 나이에 사회 생활을 시작한 택이 모두들 잠든 시간, 그래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이 남몰래 만나는 늦은 밤까지 혼자 바둑을 두다가 답답해서 담배를 피러 나오곤 했을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한편, 자신들의 관계를 들킨 보라는 쟤는 네가 처리해, 라고 선우에게 말하고 그를 위해 자려고 준비 중인 택의 방으로 선우가 들어온다. 그리고 함께 누운 두 사람.


내 소중한 친구, 택아!


선우의 한껏 늘어뜨리는 목소리에 돌아서서 누운 택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이미 선우가 무슨 말을 할 지 알고 있다는 듯 웃는 택의 얼굴에서 장난기와 함께 형아미가 낭낭하게 묻어났다.


...비밀이다? 비밀이라고!
알았어어.
선우야.
응?
넌 보라 누나 안 무서워?
아니, 전혀. 귀여운데?
미친 새끼.
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야, 너 욕 어디서 배웠어! 누가 너한테 욕 가르쳐 줬어!


택이 욕하는 소리를 듣고 당황한 선우는 누구에게 욕을 배웠는지 추궁하지만 택은 이제 활짝 웃으며 말한다.


비밀이야.


하지만 그 비밀을 금방 밝혀진다.


미친새끼.
아, 더 찰지게! 미친새끼!
미친새끼!
좋아. 다음. 이런 개새.
아이 씨, 개새!
굿. 많이 좋아졌다.


택에게 욕을 가르친 것은 다름 아닌 덕선이었다.


너네 지금 뭐하냐?
좋은 거 가르친다, 좋은 거 가르쳐.
아니, 그게 아니고 얘 어제 연구생 선배한테 또 천만원 빌려줬대.


그리고 택에게 욕을 가르치는 모습을 아이들은 덕선을 나무라고, 변명처럼 이어지는 덕선의 말에 연습생 선배에 대한 소식을 들은 아이들의 표정은 금세 심각하게 변한다.


뭐? 이런 연구생 선배 미친새끼, 개새끼, 쌍팔넘의 새끼. 야, 면도칼 씹는 걸 알려줘야지.
넌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려고 그래? 호구냐, 호구? 으이구 답답하다.


선우의 말에 굳은 표정의 택. 바다에서 덕선이 자신을 호구라고 불러도 마냥 웃던 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 따라해 봐. 싫은데요?
싫은데요?
제가 왜요?
제가 왜요?
웬열 아, 진짜 캡 빡치네!
웬열 아, 진짜 캡 빡치네!


덕선의 제스츄어까지 열심히 따라하는 택. 하지만 덕선은 그런 택이 귀여울 뿐이다.


너 뭐하냐?
욕.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망했어! 뭐하는 거야!


함께 웃는 택과 덕선. 이 장면에서의 포인트는 연습생에 대한 일을 다른 아이들은 알지 못했지만 덕선은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덕선은 연습생 선배로 대표되는 세상으로부터 택을 보호하고자 택에게 욕을 가르친 것이다. 택이 스스로 세상 앞에 설 수 있도록. 하지만 덕선은 이내 택에게 욕 가르치는 것을 포기한다. 마치 예전에 덕선에게 바둑을 가르치려고 바둑판 앞에 마주앉던 택이 바둑의 기본적인 룰조차 알지 못하는 덕선을 포기하던 것처럼. 그리고 두 사람은 그저 해맑게 웃는다. 그런 두사람을 보던 정환이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동룡이 또오치 경양식 무료쿠폰을 꺼낸다.


또치 경양식? 그게 뭐야?
돈까스 집이지, 뭐.


셋째 형의 친구가 경양식 집을 오픈해서 주말에는 사용이 안 되고 평일에만 쓸 수 있는 무료쿠폰을 받은 것이다. 동룡은 화요일에 경양식집에 가자고 제안하고, 덕선은 승낙한다.


난 월, 화 계속 대국 있는데.

 

덕선을 보며 얘기하던 택은 경기가 몇 시 인지 묻는 선우의 말에 고개를 돌린다.


몇 시인데?
아홉시. 혹시 일찍 끝나면 갈게.
야, 너무 무리는 하지 마라.


선우의 말에 웃는 택. 극의 초반부 택의 방에서 모여 잘 때도 택은 선우에게 팔짱을 끼며 잠들었었다. 택과 선우 사이의 원만한 관계에 대해 조금씩 보여주던 것이 12회에 여러 부분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된 아이들. 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간 사이 밤새 바둑을 두며 경기를 준비하던 택은 잠시 몸을 움직이며 긴장을 풀다 어느새 환해진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덕선, 그리고 아이들과는 다른 세계에 홀로 존재하는 택의 모습은 언제나 그렇듯 덤덤한 듯 처연하다.


한편 야자가 끝난 후 정환에게 비디오를 보여주는 동룡.


바로 택이 방!
뭐야, 그게?
뭐긴 뭐야, 노루표지. 마이콜한테 만원이나 주고 빌렸어. 택이 내일 대회라는데 우리가 또 친구끼리 이런 것도 챙겨주고 그래야지. 공부가 다가 아니야.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몸으로 직접 체험해 봐야지, 이 새끼들아. 몸으로 직접 느껴봐야지.


선생님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빙의하여 한껏 인생 수업 중인 동룡에게 정환은 정봉과 다이하드를 보기로 했다며 택의 방에 가는 것을 거절한다. '택이 덕선을 좋아한다'는 남자들만의 비밀이 생긴 이후 정환은 택의 방에 가는 것이 조금은 어려워진 듯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콜에게 만원이나 주고 공수해 온 비디오를 택에게 보여주러 혼자서 택의 방으로 향하는 동룡.


저 잠깐 택이 좀 보고 올게요!


그런 동룡과 창문을 통해 눈이 마주친 택이 해맑게 웃으면 동룡 역시 웃으며 둘 사이 무언의 대화는 이뤄진다. 금세 택의 방에 도착한 동룡은 금방 씻고 나온 듯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던 택에게 비디오를 보여준다.


아빠는?
주무셔.
오케이, 나이스.


동룡이 비디오를 재생하려고 하자 택이 말한다.


애들이랑 같이 보지.


택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동룡이 공수해 온 비디오를 친구들과 함께 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일이었음이 드러난다.


내일 반납해야 돼. 야, 그리고 친구 성 생활까지 책임지는 친구가 정말 진정한 친구, 나! 고맙다고 해라.


동룡이 비디오를 넣으려는 찰나, 덕선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방 안의 미묘한 공기를 감지한 덕선은 이내 비디오를 발견하고, 덕선은 이들에게서 비디오를 빼앗으려 하지만 택은 그런 덕선을 필사적으로 막는다.


잘했어, 희동이!


하지만 곧 덕선은 택과 동룡을 간단하게 진압하고 비디오를 재생하는데 그들이 기대하던 화면과는 전혀 다르게 전국 노래자랑 녹화 화면이 보여진다. 동시에 굳어진 택과 덕선. 동룡의 표정에는 분노 가득한 살기가 느껴진다.


이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9회 담배씬 이후 또 한 번의 충격을 경험하게 되는데, 담배를 손에 쥐고 있던 택의 반전 이후에도 극에서의 택은 여전히 계속해서 '쌍문동 천연기념물'로 그려졌다. 하지만 노루표 씬을 통해 제작진은 또 한 번의 반전을 선사한 것이다.


아이같은, 요정같은, 어쩌면 정말 천연기념물과도 같은 택은 사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노루표를 즐겨 보고, 좋은 것은 함께 나눌 줄 아는 그 나이대의 소년이었고 남자였다.


그리고 덕선이 자신은 섞일 수 없는 남자들의 세계에 속한 택을 마주할 기회가 생겼지만 노루표 비디오에서 전국노래자랑 화면이 보여짐으로써 덕선에게 있어서 남자로서의 택은 또 한 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렇게 택 방에서 옥수수를 먹는 택, 동룡, 덕선.


바바리맨? 그 코트 입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 말하는 거지?
응. 또치 경영식 있는 그 상가에 자주 나타난대.
그럼 딴 데 가.
안돼! 그 쿠폰 써야 돼!
괜찮아! 바바리맨이 뭐가 무섭다고, 난 보는 게 소원이야.
너 안 무서워?
응!
야, 얘가 퍽이나 무서워하겠다. 얘는 세상에서 보라누나 말고 무서울 게 없는 애야. 무슨 소리야, 말도 안돼.


바바리맨에 대해 얘기하던 세 사람은 쥐가 내는 소리를 듣게 된다. 동룡이 그 소리의 출처를 묻자 택이 대답한다.


쥐! 아빠가 안 그래도 쥐덫이랑 끈끈이 몇 개 놓아두셨는데 아빠랑 나도 무서워서 아직 확인 못했어.

...버려야 되는데.


그 때 덕선이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한다.


너 어디 가?
쥐 잡으러! 가자, 내가 오늘 버려줄게!


자신은 쥐가 무서워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데도 쥐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며 그것으로 오히려 장난 치는 덕선이 귀엽기도 하고, 대단해 보여 택은 조금 웃는다. 덕선이 문 너머에서 쥐를 처리하는 동안 동룡은 심각한 표정으로 택에게 말한다.


너 다시 생각해.
응?
너 쟤가 진짜 좋아, 여자로?
귀여운데?
정신차려! 바보야, 정신 차려!


동룡은 그런 택에게 정신 차리라며 멱살을 쥐고 흔들지만 택은 여전히 문 밖에 있을 덕선을 생각하며 귀여운 듯 웃는다. 보라가 무섭지 않냐는 택의 질문에 선우가 귀엽다고 대답한 것과 연결되는 씬이다.

 

그리고 다음날 쌍문고 점심시간. 택의 경기 중계를 듣고 있는 동룡에게 정환이 묻는다.


택이는 끝났어?
우리 택이 어떡하냐?
왜, 졌어?
아니, 아직도 안 끝났대.
오늘 아침 경기 아니었어?
아홉시에 시작했는데 아직도 안 끝났어. 열 시간 째야.
상대가 엄청 잘하는 사람이라던데. 그러고 지면 어떡하냐?
힘 쭉 빠지는 거지, 뭐...


정환의 대사 너머로 대국 중인 택의 얼굴이 보여진다. 얼굴에 핏기가 모두 가신 채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던 택이 놓은 흰 돌을 마지막으로 열 시간이 넘는 경기는 끝난다.


대국이 끝난 후 유대리가 태워주는 차를 탄 택. 이미 반쯤 눈을 감은 채 지친 모습이다. 그렇게 잠시 눈을 붙이는 택을 안쓰럽게 보던 유대리가 운전한 차가 집 앞에 도착하고, 택은 그제야 겨우 눈을 뜬다.


감사합니다, 대리님.

목이 잠긴 채로 인사하는 택에게 대리가 말한다.


조심해서 가세요. 내일 아홉시 대국인 거 아시죠?


고개를 끄덕이는 택. 축 늘어진 어깨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택을 보고 한숨 쉬며 걱정하는 유대리. 고개 숙이고 걷는 택의 걸음에서 무거운 삶의 무게가 뚝뚝 떨어진다.


한편, 덕선의 집 텔레비전에서 택에 대한 뉴스가 보도 되고 있었다.


오늘 한국기원 특별 대국실에서 왕위전 첫 대국이 열렸는데요. 최택 6단이 무려 10시간 30분에 걸친 대혈투 끝에 유진호 9단에게 한 집 반 차이로 패했다는 소식입니다. 최택 6단은 대국 중반에 잡은 승기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상대의 마지막 끝내기에 안타깝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택이 형 어떡하냐? 저러고 지면 얼마나 억울할까?


노을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이어지는 한편 늦은 밤 집으로 향하던 덕선은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는 택을 발견하고 다가간다.


어이, 최사범 어깨 좀 피시지?


자신을 향해 환히 웃는 덕선을 보며, 고개 숙이며 걷던 택의 얼굴은 조금씩 웃음을 찾아간다.


야, 어깨 좀 펴고 걸어. 고개 들고!


열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싸우고 끝내 패배한 택은 덕선의 일부러 더 힘을 준 듯한 밝은 목소리에 이윽고 고개를 들며 덕선과 눈을 맞춘다. 그리고 택의 진중한 눈빛에 잠시 당황해 하던 덕선은 택이 한 걸음 다가서자 다른 곳에 시선을 둔 채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어...너 오늘 많이 힘...힘들었겠다.
그래, 뭐 질 수도 있...지.


그런 덕선에게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다는 듯 택은 덕선의 팔을 조심스럽게, 하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손으로 붙잡는다. 그리고 가만히 덕선의 어깨에 기댄다. 평소 두 사람 사이의 스킨십은 덕선이 주도하며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그려져왔다. 하지만 아주 기쁜 순간, 그리고 정말 지친 순간 택은 덕선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팔을 살며시 붙잡고 가만히 기대는 택을 느끼며 덕선이 말한다.


고생...고생했어.


고생했어, 라는 덕선의 말에 택은 나지막이 웃는다. 지친 하루의 끝에서 택이 기댈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덕선이기에 택은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택의 아주 길었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등교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4명과 우유를 꺼내기 위해 대문 밖으로 나온 택까지 쌍문동 5인방이 모두 골목에서 모였다.


학교 가냐?


택의 말에 동룡은 흐뭇한 듯 웃으며 같은 동네에 20년을 살다 보면 이렇게 텔레파시가 통할 때가 있다고 말하지만 택의 시선은 이미 덕선에게 향해 있었다.


덕선아, 안녕.
수연이야.
어, 알았어.


수연이라고 몇 번이나 고쳐주지만 택은 여전히 수연이라는 이름보다 덕선이라는 이름을 먼저 부른다. 택에게 아직 수연이라는 이름은 너무도 낯선 것이다.


너희들 오늘 저녁에 알지? 또치 경양식. 안 나오기만 해, 한 놈이라도. 다같이 죽는 거야, 진짜.
너 올 수 있어? 오늘도 대국 있지 않아?
일찍 끝나면 갈게.
길 잘 찾아와라. 또 엉뚱한 데서 헤메지 말고.
알았어.


선우의 말에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하는 택. 그리고 택과 덕선을 보며 굳은 얼굴로 침묵하던 정환의 늦었다는 말을 듣고 학교 쪽으로 달려가는 친구들을, 우유를 손에 쥔 택이 물끄러미 본다.


그리고 하교 후 또치 경양식에 가장 먼저 도착한 덕선. 뒤이어 정환과 동룡이 도착한다. 선우는 야자를 땡땡이 친 상태였다. 동룡은 덕선에게 택의 행방을 묻는다.


택이는 아직 안 왔지?
못 올 것 같은데? 어제 경기도 10시간 넘게 했대.


하지만 바로 그때 택이 가게로 들어선다.


오, 최사범 왔어? 이겼구나, 그렇지?
응. 오늘은 일찍 끝났어.


사실 택은 이틀 전 대국을 준비하며 밤을 샜고, 그 후 열 시간이 넘는 장시간 경기를 펼쳤으며 약속 당일인 오늘도 또 한 번의 대국을 치르고 오는 길이었다. 하지만 택의 표정에는 그늘이 없다. 지친 하루의 끝, 덕선에게 기대어 잠시 쉬던 그 힘으로 열심히 했는지 경기 역시 일찍 끝났다.


그리고 주문했던 돈까스가 나오자 해맑게 말하는 덕선.


야, 나 두 개 먹어도 되지?
나랑 반 반 해.
내 거 먹어.
됐어, 너나 많이 먹고 살이나 쪄.


하지만 동룡의 반대에 부딪힌 덕선. 그런 덕선에게 택이 자신의 돈까스를 밀어주지만 덕선은 거절한다. 택은 덕선에게 돈까스은 물론이고 꼬깔콘, 밥, 지갑, 심지어 고기에 대한 자신의 식성까지 양보한다. 덕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덕선에게 직접 원하는 것을 물어보거나 혹은 덕선이 먼저 말했을 때 그게 무엇이든 덕선에게 주었다. (노루표는 제외) 그것이 덕선을 향한 택의 애정 방식이다.


하지만 돈까스를 자르는 택을 보며 답답해진 덕선은 직접 택의 돈까스를 썰어주고 택은 그런 덕선을 보며 웃는다. 그러다 덕선은 잠시 화장실을 간다고 하며 자리를 비우고, 택 역시 화장실을 얘기하며 일어난다. 택이 일어나기 전 보이는 눈빛에서 택이 무엇인가를 떠올렸음을 알 수 있다. 택은 바바리맨 얘기를 듣고 처음부터 경양식집으로 가는 것을 반대했었다. 아마도 택은 덕선이 바바리맨과 마주칠까 걱정되어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는 길, 덕선은 바바리맨을 만나게 되고 그런 덕선의 뒤에서 택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진짜 쪼끄매가지고 별로 볼 것도 없구만! 집에 가세요, 아저씨. 별로 볼 것도 없구만.


큰 소리로 자신을 타박하는 덕선을 보며 바바리맨은 씁쓸히 퇴장하고 그런 덕선이 대단하게 느껴진 택은 웃으며 덕선에게 다가간다.


덕선아, 너 진짜 대단하다. 어디서 그런 깡...


하지만 그 순간 덕선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 엉엉 운다. 그리고 그런 덕선을 보며 택은 당황해 한다. 늘 자신을 지켜주고 보호해주었고, 강한 줄만 알았던 덕선도 사실은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이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의연한 척 대처했지만 놀라고 무서운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그렇게 택과 자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계단에 앉아 한참을 울던 덕선의 옆에서 손수건을 쥔 채 가만히 지켜보던 택이 묻는다.
 
다 울었어? 
애들한테는 얘기하지 마.
울면 좀 어떠냐.
그래도...쪽팔려.


덕선의 말에 택이 웃는다. 택의 대국 경기 일정 내내 함께 하면서 동네 밖 택의 또 다른 세계와 그 세계에 속한 택의 모습을 이미 알고 있던 덕선, 그리고 덕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택. 두 사람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물론 12회 초반 택은 선우-보라 커플에게 담배 핀다는 사실을 들켰지만 덕선은 그 사실을 모른다.) 


누군가와 비밀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더욱 친밀해지고 둘 사이의 관계가 더 특별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혹은 그렇다고 믿는) 비밀을 공유함으로써 두 사람의 세계는 더욱 견고해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경양식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 덕선은 돈까스를 미친듯이 먹고 택은 그런 덕선을 귀엽다는 듯 웃으며 본다. 그러던 중 덕선은 갑자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 근데 나 어떡하지?
왜? 다 못 먹을 것 같아?
아니, 또 화장실 가고 싶어서.


또 다시 화장실 가고 싶다는 덕선을 쳐다보는 택. 동룡은 덕선에게 얼른 다녀오라고 하지만 덕선은 괜찮다고 하며 참는다. 그러나 발을 동동 구르며 참던 덕선은 결국 다시 화장실로 향하지만 또 다시 바바리맨과 마주할까 두려워하며 조심 조심 걷는다.


그런 덕선의 뒤를 따라오는 그림자. 긴장감이 고조되고 겨우 용기를 낸 덕선이 뒤돌아보다 상대의 정체를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쉰다. 덕선의 뒤에 있던 사람은 택이었다. 여전히 멈춰 있는 덕선에게 택은 담배곽을 보인다. 덕선의 비밀을 알게 된 택은 이미 덕선에게 드러난 자신의 비밀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줌으로써 두 사람 사이의 비밀 공유로 오는 안도감을 덕선에게 선사한다.


담배 피려고.
아...
갔다 와. 여기 있을게.
응.


덕선이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본 택은 담배를 입에 문다. 담배를 핑계로 덕선을 따라왔지만 택의 목적은 덕선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바바리맨 씬을 통해 택에게 덕선은 자신을 보호하는 존재에서 자신이 지켜주고 싶은 존재로 변화한 것 같다. 즉, 택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자신이 알지 못했던 덕선의 감춰진 여성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덕선이 사라진 후 보이는 택의 얼굴이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인상 깊었다.


시간은 흐르고 어느 날 아침, 미란의 심부름으로 택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러 온 정환은 택의 방 앞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그러다 이내 방문을 열면 바둑을 두다 불편한 모습으로 잠든 택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택을 보며 한숨 짓던 정환은 택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바둑판을 치우고 이불을 편다. 그리고 택을 조심히 깨우면 비몽사몽한 상태로 택은 이불 쪽으로 몸을 옮겨 그대로 잠든다. 그런 택을 보며 안쓰러워 하던 정환은 세심한 손길로 택의 이불을 덮어준다. 정환의 따스한 손길에도 눈을 뜨지 않은 채 여전히 곤히 잠든 택의 얼굴은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덕선을 기다리며 짓던 어른의 얼굴을 한 택은 더더욱 비밀스럽게 다가온다. 


사랑한다는 건 미워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코 미워할 수 없다는 뜻인 거야. 


택과 그를 둘러싼 관계들에 초점을 맞춘 채 11회와 12회를 시청하면 새삼 흥미로워진다. 11회의 마지막은 택을 보는 선영의 시선으로 끝을 맺고, 12회의 마지막은 택을 보는 정환의 시선으로 끝을 맺는다. 이는 택을 바라보는 선영과 정환 각각 혼자만이 알고 있고, 짊어지고 있는 비밀이 시청자들에게 드러나며 끝을 맺었다는 말과도 같다. 이제 택에게 비밀을 가지게 된 두 사람, 그리고 택과 비밀을 공유하게 된 덕선. 이들의 관계에서 '비밀'이 가지는 의미가 어떤 식으로 표현될 지 궁금해진다.





쓰다 보니 어김없이 길어졌다. 미안. 갤주 연기 관련 리뷰도 덧붙이려다 이미 분량 조절 실패여서 나중에 따로 써야할 듯.

짤은 언제나 옳은 모자택 담배택. 짤줍은 토끼 블.록에서 줍줍

혹시 이런 글 안되면 얘기해줘. 빛삭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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