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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짓누르는 단순 노동에 깃든 소중함 확인하기

ㅇㅇ(49.247) 2021.09.05 23:06:36
조회 46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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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083/55_640.jpg" style="color:rgb(0,0,0);font-family:'Malgun Gothic';font-size:medium;border:0px solid rgb(0,0,0);vertical-align:baseline;">▶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우유를 따르는 여인’, 캔버스에 유화, 45.5×41cm, 1660년경,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소장│ⓒ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17세기 서양미술사는 바로크 미술의 시대였다. 바로크의 어원은 ‘일그러진 진주’를 뜻하는 포르투갈어로 과장되고 왜곡된 예술 양식을 말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 흐름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 군계일학의 명장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바로크 시대를 앞장서 개척한 렘브란트(1606~1669)와 동시대에 활동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가 그 주인공이다. 페르메이르가 거장인 이유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인 삶과 풍속에도 고귀하고 숭고한 가치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그림으로 일깨웠다는 데에 있다. 그 비결은 흔하고 익숙한 사물과 행위도 빛의 은덕을 입고 진인사 하면 지고지순한 감동을 안길 수 있다는 탁월한 발상과 예술적 솜씨다. 그 정점에 있는 그림이 ‘우유를 따르는 여인’이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1665년경)와 함께 페르메이르 화풍의 전범(典範)으로 평가되는 그림이다. 배경은 중산층 집 안의 실내. 그림이 작고(세로 45.5, 가로 41cm) 정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며 등장인물은 여성 한 명. 그림의 주제는 제목 그대로 우유를 따르는 장면이다. 차림새로 보아 이 여인은 하녀로 보인다. 부엌에서 주인집 식구들을 위한 식사 준비에 한창인 이 모습은 하녀가 날마다 반복하는 평범한 일상이다.
하녀는 지금 늘 그래왔듯 몸이 명령하는 대로 큼지막한 대접에 우유를 따르고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빵과 바구니, 식탁도 색다른 게 없고 하녀의 오른쪽 뒤로 보이는 벽에도 못과 못 자국이 선명하고 회반죽이 갈라져 있는가 하면 흠집과 얼룩이 휑하게 드러난 것도 단출하고 소박한 부엌살림의 민낯이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흔하디흔한 광경인데 깜짝 놀랄 반전이 숨어 있다.

삶의 언저리에서 예술성 추구
먼저 여인의 자세를 보자. 당당하고 다부진 체구에서 노동으로 단련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입을 굳게 다물고 무심히 할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구도자의 수행처럼 순간적으로 멈춰버린 것 같은 동작에서 일체 동요도 찾아볼 수 없는데 가만히 보면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여인의 두 눈은 붉은빛이 감도는 점토로 구운 항아리 모양 주전자를 시작으로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뽀얀 우유 줄기를 거쳐 쪼르륵 소리를 내며 하강 중인 우유를 다소곳이 받아내고 있는 대접에 이르는 세 지점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다. 무아지경의 진중함이다.
가사에 달관한 듯 말없이 차분하게 고개를 오른쪽으로 약간 꺾은 모습은 우리에게 겸손하지만 엄숙한 기운으로 다가오는데 경건함의 아우라다. 순간, 우유를 따르는 단순한 행위는 하찮은 가사노동에서 존엄한 의식의 영역으로 치환된다.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동작, 매사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 있을 땐 당연시하지만 없으면 빈자리의 무게가 삶을 짓누르는 단순 노동에 깃든 소중함에 대한 감사의 마음, 페르메이르는 세 가지 메시지를 통해 대수롭지 않은 일상에서 고귀한 가치를 일깨우는 데에 성공했다. 사회적인 이슈가 아닌, 삶 언저리에서 예술성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회화 고유의 근원적인 가치를 탐색한 것이다.
하나 더 있다. 페르메이르 스스로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는 노동 행위에 내재한 신성함을 부각하고자 의도적인 시도를 한 점이다. 여인의 치마 색을 보자. 울트라 마린 블루로 불리는 군청색이다. 울트라 마린 블루는 기원전 5000년 전부터 사용된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보석 중 하나인 청금석을 빻아 만든 분말에서 얻어지는 색이다. 값이 비싸 화가들이 구하기 힘든 재료인데다 하녀에게는 분에 넘쳐 어울리지 않는다는 통념을 페르메이르가 깬 것이다. 이 그림이 풍속화지만 명화로 칭송받는 이유다.

빛을 그림의 주체로 내세운 빛의 연금술사
이제 페르메이르 그림의 필살기인 빛을 살펴볼 차례. 페르메이르는 빛을 다루는 솜씨가 신출귀몰한 빛만큼 능수능란했다. 대수롭지 않은 인물과 소재만으로 특별한 가치를 길어내는 그만의 연금술적 역량은 빛을 그림의 주체로 내세우는 획기적인 발상에 힘입어 서양미술사에 길이 남을 눈부신 성취로 이어졌다.
빛의 특성을 조형적으로 이용한 화가는 여럿 있다. 그러나 페르메이르는 빛을 대상의 표현을 돋보이게 하는 보조 수단 또는 종속변수로 취급한 다른 화가들과 달리 빛 자체를 그림의 독립변수로 예우했다는 점이 특별나다. 페르메이르 그림 속 빛은 스스로 온전하게 그림을 구성하는 독립된 주체로 등장한다. 인물이나 물체에 비치는 빛의 각도와 빛의 양, 빛의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함으로써 공간적인 느낌과 깊이는 물론 원근법 효과까지 낼 수 있었던 것도 빛의 독립성 때문이다.
특히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빛의 움직임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기록한 것은 페르메이르가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페르메이르의 그림 속 평범한 일상은 특별함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에서처럼 보색(補色) 관계인 파란색과 노란색을 즐겨 사용한 것도 빛의 움직임이 자아내는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키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훗날 빛과 물체, 빛과 색채와의 역학관계 탐구에 몰두했던 인상파 화가들이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연구한 점은 그런 점에서 자연스럽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에서 빛이 출발하는 진원지는 왼쪽 창문이다. 깨진 유리 틈을 뚫고 들어온 빛은 벽에 걸린 바구니와 주전자를 스치듯 훑고 내려와 식탁 위에 놓인 빵과 식기들 몸통 전면에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환한 빛은 오른쪽 대각선을 향해 방향 전환을 해 여인의 팔뚝과 상체를 강하게 어루만진 뒤 아무런 장식이 없는 허름한 벽 전체를 쓰다듬고 있다.
여인의 치마 앞쪽과 창문, 식탁 아래는 빛의 기세에 눌린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명암대비가 격렬하다. 그림 전체를 빛이 장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스러기까지 눈에 보일 정도의 사실적인 빵의 질감과 인물, 소품들의 색감이 생생하게 와닿는 것도 빛의 속성을 꿰뚫은 페르메이르의 탁월한 조형 감각 덕분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도 페르메이르의 손을 거치면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이 되는 것이다. 페르메이르야말로 진정 빛의 연금술사다.

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083/56_640.jpg" style="color:rgb(0,0,0);font-family:'Malgun Gothic';font-size:medium;border:0px solid rgb(0,0,0);width:100px;float:left;">박인권 문화칼럼니스트_ PIK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전 <스포츠서울> 문화레저부 부장과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팀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와 사랑에 빠진 그림> <미술전시 홍보, 이렇게 한다>, 미술 연구용역 보고서 ‘미술관 건립·운영 매뉴얼’ ‘미술관 마케팅 백서’ 등이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style="font-family:'Malgun Gothic';font-size:medium;">www.korea.kr/newsWeb/resources/rss/icon_logo.gif" style="vertical-align:middle;border-color:#FFFFFF;" alt="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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