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입장에서, 그리고 부전공으로 수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교수학과 대학수학은 필요로 하는 능력이 거의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음.

고교수학은 내용은 무지 쉬워. 뭐 그냥 읽어내려가면서 죽죽 이해가 되지.

그리고, \'고난이도\'라고 불리는 문제들도 보면, 실제로 \'어렵다\'라는 느낌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따위를 요구하는 그런 문제들이 많음.



하지만, 대학수학부터는 얘기가 좀 많이 달라짐. 대학수학은 내용 자체가 현저히 복잡해짐.

특히, 맨 처음 1학년때는 문제가 아니라, 책에 서술된 내용을 이해하는데만도 하루죙일 붙들고

앉아있어야 진도 몇페이지 나가기 힘듬.(어릴때 경시공부같은거 한 애들은 캐치하는 속도가 어느정도 빠르긴 함.)

심한경우, 문제를 바라보고 3-4시간동안 그냥 멍때리는 경우도 종종 있음.

1학년 1학기때 애들 살 족족 빠지는게 진짜 눈에 보임. ㅋ

즉, \'컨셉\' 자체를 이해하고 머리속에 집어넣는거 자체가 어려워짐. 그에 반해 문제에서 요구하는

\'기발한 트릭\'같은건 컨셉 자체의 이해에 비하면 오히려 쉽다고 느끼게 됨.(한 1-2년 파다보면

자주 쓰이는 트릭들의 종류는 어차피 한정되어 있다는걸 깨닫게 됨.)



여기서, 주목할것이 아시아인이 강한 부분과 서양애들이 강한 부분이 서로 다르다는것임.

아시아인은 보통...\'기술적인것\'에 능함. 즉, 이러저러한 알고리듬이나 테크닉같은걸 보고

캐치하고 익혀서 적용하는데 강한 면모를 보임. 고로, IQ 테스트나 고교수학에서 빛을 발함.



근데, 서양애들은 그런것들보다 뭐랄까...철학적인 면에 능한것같음. 파편적인 지식들을

모아서 하나의 체계로 만드는데 능한것같음. 그리고, 인내심이 대단해서 모르는거 나오면

진짜 무지막지한 집중력&시간을 투자해서 끝까지 알아내고 마는 그런게 있음.(체력이 좀 좋은듯.)



실제로 외국에서 대학교 수학과 보면 입학할때 아시아애들 성적이 상위권을 휩쓰는데, 가면 갈수록

못따라가고 뒤로 쳐지는 경우가 허다함.

고교수학에선 지식은 대충대충 얻고, 문제푸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수학이라, 아시아애들에게 유리했는데,

대학수학에서는 지식 자체를 얻는것 자체가 이미 커다란 난관이 되버리고 여기서 떨어져나가는 사람이 많음.



특히, 한국같은경우 입시교육이 정말 큰 문제가 되는데, 입시교육 자체가 문제풀이용 교육이므로,

그것을 \'왜\' 공부하는가,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배운것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체계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그런 능력의 발달을 완전 막아버림. 오로지 파편적 지식과 그것을 이용해서 \'기술적으로\' 문제를 풀어내게

만드는데 집중할뿐.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사춘기에 이런식의 교육을 받아버리면,

대학가서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될수밖에 없다고 봄.



문화도 어느정도 차이가 지는데, 서양은 법과 제도를 무지막지하게 중시함. 5달러짜리 시계 하나 사도

수십페이지 설명서 들어있고, 실제로 쓰기전에 그거 다 읽어보는 사람 꽤 많음. 집에 민법책 하나씩

다 사두는 가정도 많고. 즉, 삶 자체가  논리라고 보면 됨.

근데, 한국은 뭐랄까...아직은 삶이 관습법이지. 계약서도 서양에서 수백페이지라면 한국은 달랑 몇페이지.

나머진 걍 전통/관습/알아서 적응.

이러다보니 대학에서 거대한 논리덩어리를 만났을때, 서양애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오던대로 침착하게 하나씩 풀어가는

애들이 많은데, 동양에선 그냥 주저앉아버리는 경우가 많은것같음.



또, 하나는 서양애들 진짜 순진하고 개인주의적이라 남 시선에 신경을 안쓰는 애들이 많음. 서양도 순수과학 전공하면

택시기사 하는 애들 많음. 알면서도 좋아서 그냥 함. 한국은 남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므로, 당연히 돈많이 벌어서

뽀대내는것을 중시함. 그래서, 배고픈 학과는 다들 기피하는 경향이 심함. 외국도 물론, 기피하긴 하지만, 한국처럼

극단적이진 않음.



암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시아인은 기술은 잘 쫓아가도, 학문에서는 아직 쪽을 못쓰는것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