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갤에서 노트북 구매에 대한 글을 자주 본다.

전산 전공하게 되었는데 화면 해상도가 어때야 하나요?

또는 넷북으로 개발 가능한가요? 등등


내가 생각하는 프로그래밍이란 이렇다.

페이퍼(또는 머릿속의 구상)가 프로그래밍의 실체이고, 컴퓨터에 코드를 입력하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누군가 유언장을 작성한다고 해보자.

어떤 유언을 남길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 유언의 실체이고, 그걸 문서로 작성하고 공증 받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그치?

다만 다른게 있다면 프로그래밍은 디버깅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좋은 컴퓨터가 어느 정도 업무 효율을 향상시켜 주기는 한다. 하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다.


프로그래밍을 업으로 삼고 있거나 장차 업으로 삼을 사람들에게, 십년 이상 밥벌이를 해 온 사람으로서 몇 가지 조언을 하자면...

- 함수는 한 화면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짧게 작성하라. 가능하면 분리할 필요가 별로 없어보이더라도 분리를 하라. 모든 소스코드는 이후에 고쳐질 운명을 타고 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굳이 이걸 잘라야 하나? 불과 다섯 라인에 불과한 소스코드인데 함수로 뺄 필요가 있겠나 싶어도 잘라 놓으면 코드의 품질이 높아진다. 한 눈에 읽기 좋은 형태를 만들면 충분히 좋은 소스코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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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선언
if ( 뭐 어쩌고 저쩌고 1단계 작업)
     대충 10줄 정도의 소스코드

2단계 작업을 위한 잡다한 변수 선언
또 뭐 어쩌고 저쩌고 2단계 작업에10줄

3단계 작업을 위한 잡다한 변수 선언
if 분기해서 다섯줄 짜리 코드들 서너개로 3단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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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식의 코드가 들어 있는 함수를 찢으면 이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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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1단계 작업() != 성공) retun false;

2단계_작업();

3단계_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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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으로 100라인 넘어가는 함수를 작성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런 함수는 100개의 함수 중에 하나 정도만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 화면의 작업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단축키를 써라.
모니터가 작다면 잘 안 쓰는 툴바는 숨기고, 전체 화면(풀스크린) 기능을 활용하여 공간을 확보하라. (짤방은 내 개발환경이니 참고)
그게 불편하다면 단축키를 외워라. 컨닝 페이퍼 만들 듯 단축키 페이퍼를 작게 만들어 책상에 붙이던 모니터에 붙이던 키보드에 붙이던, 무조건 외우고 외워고 또 외워서 써라.
이렇게 하면 작업 공간 확보는 뽀너스이고, 업무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왜 높아지는지 과학적 근거는 없는데, 내 생각에 마우스를 만지는 동작에 들어가는 뇌의 스위칭 비용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타자를 무의식중에 치기 때문에, 글을 쓰거나 코딩을 하는데 별 불편함이 없듯이, 단축키를 외우고 손에 익으면 코딩/디버깅 작업을 할 때 무의식중에 손이 움직이고, 머리는 논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근데 마우스를 만지는 순간 그게 깨진다는거지.
그래서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타자 칠 때 자판을 보면서 치는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

- 개발툴 내에서 프로그래밍 하지 마라.
프로그래밍은 종이에서 하라. 개발툴은 타자를 치고, 디버깅을 하는 툴이다.
로직도 없이 일단 개발툴부터 켜 놓고, 거기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줄 한 줄 쳐가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인데,
마치 줄거리 구상도 안 하고 원고지부터 펴 놓고 소설을 쓰는 것과 같다.
천재면 그렇게 하던가... 그게 아니라면 완전한 구상을 해 놓고 소스 코드에 옮겨 적어라.
내가 마치 타자연습하듯 다다다닥 소리를 내며 코딩하는 걸 옆에서 보고 보고 우와아아~ 하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줄거리 구상한걸 작은 메모장에 적어 놓고 그냥 다다다닥 옮겨 적는 거 뿐이라 알고보면 대단한게 아니다.
Getter Setter 만들 때 다다다닥 쳐야지 한 줄 한 줄 고민하면서 칠 이유가 있나?


말 나온 김에 몇 마디 더 하자.
개발 얘기는 아니고 인성 얘기다.
디씨에는 찌질한 놈들만 모이는거 안다. 나도 찌질대러 오는거고. 그래도 누구나 뭐가 찌질스럽고 뭐가 안 찌질스러운건지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

찌질한 놈들에게 몇 가지 QnA를 정리해 주마.

Q.컴퓨터가 후져서 개발을 못 해요.
A.시발 일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PMP에서 개발해서 힛갤 간 친구를 보고 배워라.

Q.팀의 다른 놈들이 개떡같이 일해서 개발을 못 하겠어요.
A.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라. 동료 아니냐? 그럼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해야 할 거 아니냐? 상관이 개떡 같이 해도 마찬가지다.

Q.연봉 2000 이하에서 오라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잡대라 갈 데도 없고..
A.지금이라도 노력해서 인정 받아라. 까놓고 얘기해서 서울대 나온애들하고 레벨이 다르지 않냐? 그리고 레벨이 다른 이유는 컴퓨터가 후져서도 아니고 , 부모님이 과외를 못 시켜줘서도 아니다. 걔들은 어려움이 없었겠냐? 가장 큰 이유는 문제 해결을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에서 레벨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Q.나이 많은데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
A.몇 살이나 쳐먹었다고 나이 타령이냐? 하고 싶으면 하고, 할 꺼면 목숨을 걸어라.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리는 집어 치워라. 젊은애들도 최선을 다 하는 애들 많다. 하겠다 말겠다부터 확실히 정하고,  목숨을 걸어라. 농약 사다가 서랍에 넣어 놓고 시작해라. 바닥부터 기어서 차근 차근 올라가면 되지.
핸디캡은 분명히 있다. 경력이 짧으니 분명 남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남들보다 열심히 해서 남들만큼이라도 해라.
그래도 방법은 있지 않겠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아낸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핑계거리부터 만들어 놓고 시작한다.

Q.업계가 개막장인데 어쩌라는 겁니까?
A.처음부터 다시 읽어라. 한 귀로 흘리지 말고.
영어 공부해서 외국으로 뜨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