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첫 댓글을 달았을 때

"저 멍청이는 왜 또 저런 독재자를 찬양하려 나서려는거지?"

이런 생각부터 들었을 걸?

아이러니하게도 White_Wolf가 지적한 그대로,

자기 주관이 없이 주변 사람이 하는 얘기만 듣고 그런가보다 해왔던 것일수록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짜증부터 나지.

왜냐면 그것이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야.

솔직히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서 얼마나 되지?

프갤 사람 대부분은 그 사람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
(굳이 프갤이 아니더라도 20~30대 대부분은 다 그럴걸?)

거기서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내비쳤을 때 생기게 되는 상황을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잖아?

그냥 시원하게 까버리고 다른 사람 찬양이나 받고 싶은 충동이 먼저 들잖아?

그러면 White_wolf가 말한대로

그저 버럭 화 내면서 멍청한 놈이라고 윽박지르면 다 해결되는거야.

왜냐면 나머지가 다 내 편이거든.

왜 논리적으로 반박하질 못하고 그렇게 화부터 내냐고 지적하기보다는,

\'맞어, 하여간 저런 멍청한 놈들이 있다니깐\'

이렇게 해버리는게 \'편리\'하다는거야.

나도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박정희=독재자=나쁜놈 이런 생각밖에 없었어.

도대체 저런 늙은이들은 무슨 망령이 들어서 그런 인물을 지지하는 걸까.

그런데 그런 탄식이 어느 날 정말로 의문으로 바뀌었어.

\'도대체 왜 그럴까?\'

우선 나는 그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현재의 장년, 노년층은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점.

내가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앞서 말한

\'박정희=독재자=나쁜놈\' 이 아홉 글자가 \'사실상 전부\'였다는 점.

그걸 의식하고부터는 그간 내가 \'멍청한 늙은이들\'이라고 치부해왔던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일체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들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그 전까지는 정말 \'헛소리\'로밖엔 여겨지지 않았는데

\'아하, 저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가질만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러고나니까 내 주변 사람들이나 내 친구들이야말로 눈과 귀를 닫은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어.

\'박정희\'라는 이름만 꺼내도 욕부터 나오는데 거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소통? 대화? 그게 소통이고 대화인가?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그저 멍청하고 한심한 사람들이 헛소리 하는 거라고 밖에는

취급하지 않으면서 내 생각만 옳다고 들이미는 건 그들이 비난하는 누군가와 다를게 없지 않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열혈 투사가 되어서 맹렬히 나를 공격하는데?

뒤집어놓고 보면 보수쪽도 마찬가지지.

영감들 모인 자리에서 노무현 칭찬 한가지라도 했다간 무슨 욕 들어먹을지 몰라.

나는 정치와 상관 없다?

절대로 못 벗어나는 거거든.

서로 대척점에 있는 급진/수구 세력이 편갈라놓고 싸우는 이상.

젊은 사람들이 진보적인 가치관을 갖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은 너무 배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