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껴안고 쇼파에서 자고 있었는데,

바람이 몹시 불고 있다고 비몽사몽간에 느끼고 있었어.

그런데 아내가 급히 소리쳐서 날 깨우는거야. 창문이 떨어지려고 한다고.

일어나서 보니 베란다의 큰 창문 윗쪽 모서리가 창틀과 생이별을 하며 안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는거야.

알루미늄 창인데 좀 오래돼서 아귀가 약간 안 맞아.

그래서 일단 아귀를 잘 맞추고 꽉 밀어서 닫았어. 하지만 바람이 워낙 심하게 부니까 자꾸 원상태로 복귀되더라고.

그래서 창문을 부여잡고, 날아가는 남의집 유리창과 박스, 나뭇잎 등을 보며 간간히 내리꽂히는 벼락과 뭐 망가지는 소음 등을 감상(?) 하며 있었지.

잠시 유체역학에 대해 생각했고, 인간의 나약함과, 원시인들의 동굴 생활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했어. 잠이 덜 깼었나봐.

아 근데 바람이 유리창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는게 아니라 강약약 중강약 강중약약 패턴으로 휘몰아치는데, 쎄게 불 때마다 창틀이 통째로 움직이는거야.

창틀이 좀 커. 한쪽 벽면을 세 구역으로 나눠서 가운데는 고정창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게 가장 커. 그리고 양쪽에 미닫이 창틀이 달려 있는 구조야. 즉 세 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셋 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아 있어.

부여 잡고 있는건 오른쪽의 폭 1미터 정도의 창이고, 진짜 큰 놈은 가운데 놈인데 폭은 3미터쯤 되고,  단 한 장의 유리로 되어 있어.

대충 그림이 그려지지?

근데 세 개의 유리창이 하나의 샤시에 끼워져 있는데, 바닥은 잘 고정이 되어 있으나 천장과 맞닿은 부분이 휘청휘청하면서 안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거야.

심한 곳은 1cm 정도 움직이더라고. 아 이거 잘 못하면 창틀이 통째로 빠져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강약약 중강약약 패턴에 따라 쿵 하면서 안으로 들어올때도 있고, 스윽 하면서 밀려 들어오기도 했어.

어떻게 지은 건물이기에 이런 일이 생기나? 관리사무실에 얘기해야 하는건가? 창틀이 떨어지면 누가 다치지나 않을까? 비바람이 몰아칠텐데 어디로 피신해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일단 창문부터 고정시켜야 겠는데, 테이프로 붙여도 안 될 거 같고 나사를 박기도 어려워서 몇 가지 실패를 한 후, 대각선 반대쪽 아래에 쐐기처럼 생긴 나무조각을 끼워 넣어서 고정시켰어.

그 담에 창틀을 가만히 올려다 보니, 콘크리트 못이 반 쯤 삐져 나온게 보였어. 못을 박아서 창틀을 천정에 고정시켰었나봐. 원래부터 그렇게 시공된건지 전에 살던 사람이 박아 놓은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못을 잘 박아주면 해결되겠더라고.

그런 못이 여섯개가 박혀 있었는데 두 개는 반 쯤 빠져서 제 구실을 못 하고 있고, 세 개는 없어져서 구멍만 남아있어. 나머지 한 개는 손을 댈 수 없는 위치라 어쩔 수 없고.

오랜 세월동안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며 천장을 향해 박아 넣은 콘크리트 못이 슬슬 빠져버렸겠지.

콘크리트 못을 사러 가는데 주차한 차 위로 나무가 넘어져 있고, 철물점 있는 건물의 간판 세 개가 떨어질랑 말랑 흔들거리고 있었어.

학원 간판이 제일 심했는데, 위쪽 연결부위가 끊어져서 뒤집혀 있더라고. 그 상태로 흔들거리는거야.

다행히 철물점 주인아저씨가 부지런하셔서 일찍 문을 여셨더라고. 콘크리트 못을 사와서 본드를 발라 구멍에 맞춰 박아 넣고 상황 끝.

오늘의 교훈: 스트레스 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