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따윈 필요없어.



프로그래밍하면서 가장 희열을 느꼈던 순간은
Hello World 를 콘솔에 출력할 때였어.
그 순간이 가장 즐거웠어.
그 순간이 가장 두근두근했어.



하지만 나의 프로그래밍은 점점 타락해갔어.
나의 프로그래밍 순수함은 점점 더렵혀졌어.



책을 읽을수록,
더 복잡한 프로그램을 분석할수록,
나의 순수함은 역겨운 탐욕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지.
나의 겸손함은 추잡한 오만함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지.



더러워. 불결해.
내 순수하고 겸손한 프로그래밍을 다시 돌려줘.



Hello World 때만큼 프로그래밍이 즐겁지가 않아.
역겨워. 추잡해.
나의 탐욕과 오만함이 프로그래밍을 모두 망쳐 버렸어.



프로그래밍은 탐욕과 오만함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야.
프로그래밍은 키보드나 두드리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야.
프로그래밍은 컴퓨터 속의 0과 1이 아니야.
젠장, 그것들이 나를 속였어.
젠장, 그것들이 나를 망쳤어.



내가 프로그래밍이 즐거웠던 이유는 함께 했기 때문이었어.
서로의 부족한 모습 따위는 개의치 않던 우리가 함께 했기 때문이었어.



하지만 탐욕과 오만함에 눈이 멀어, 쓸데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
이젠 부족한 모습을 네게 보이는 것이 나는 부끄럽고 두려워.
되돌리기 힘든 챗바퀴 위에 올라서고 말았던 거야.



더이상 고통스럽게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Hello World 때로 돌아가고 싶어.
다 놓을꺼야. 다 버릴꺼야. 다 벗어던질꺼야.



프로그래밍 따윈 필요없어.
그게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프로그래밍을 위한 나의 선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