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콩고 비밀 정보 요원, 한국의 난민이 되다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3.02.02 20:38:21
조회 170 추천 1 댓글 2

 

비행기가 제 궤도에 오르자마자 나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비좁은 화장실 안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와중에 두꺼운 화장을 지우고 여자 속옷과 치마, 치렁치렁한 가발 따위를 벗었다. 이제 한고비는 넘긴 셈이었다. 자리에 돌아와 한숨을 돌리니 비로소 비행기 창밖으로 아프리카의 너른 대륙이 구름 사이로 보였다. 이 땅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다. 일단은 떠나야 했다. 중국은 위험했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중국은 콩고의 동맹국이었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안전한 나라, 될수록 콩고와 인연이 없는 나라를 찾아야 마땅했다. 감옥을 탈출해 정글 오두막에 숨어 있는 내가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중국 비자뿐. 일단은 중국에 가서 뒷날을 생각해 보자 싶었다. 가족과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그렇게 나는 콩고 땅에서 쫓겨 나왔다. 지난 일들이 모두 꿈만 같이 아득해졌다. 

 


↑ 욤비씨는 스물여섯 살에 킨샤사 국립대학에 들어갔다. 사진은 당시 학생증

 

“욤비,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 되겠네. 자넨 준비가 됐어.”

 

나를 정보국에 끌어들인 건 킨종지 교수였다. 어느 날, 킨종지 교수가 평소와 달리 상기된 얼굴로 나를 맞았다. 킨종지 교수는 나를 앉혀 놓고 낯선 사람에게 의심을 사지 않고 다가가 말을 거는 법, 외모로 사람의 직업이나 나이를 짐작하는 법, 사람들의 얼굴 특징을 기억하거나 모르는 언어로 된 문서를 암기하는 법 등, 하나같이 ‘이상한’ 것들을 내게 가르쳤다. 언젠가 학생 대표로 야당 정치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이런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났다.

 

“콩고에서 가장 은밀한 사람들이 누군지 아나? 사복 경찰 따위가 아니야. 정보국의 정보원은 정부 요직뿐 아니라 민간 기업, 심지어 대학에도 잠복하고 있지. 겉으로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어. 가장 평범해 보이는 얼굴 가운데 정보원이 있고, 그들이 가진 정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보국으로 착착 들어가고 있을 거야.”

 

킨종지 교수는 처음부터 내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 같았다. 킨샤사 국립대학 내에까지 스며든 콩고 최대 야당 <민주사회진보연합>을 예의 주시하기에 나만큼 적격인 사람도 없었다. 한때는 당원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학교를 계속 다니기 위해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나야말로 매력적인 포섭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정보국 비밀 요원이 됐다. 넬리와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고, 남부럽지 않게 재산을 모아 큰 집도 장만했다. 부당한 일은 부당한 대로, 부정한 것은 부정한 대로 지나가게 두었다면 아마 그런 풍요로운 삶은 평생 보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정보국 작전상 방문한 동부 지역 베니에서 반군지도자인 장 피에르 멤바의 총서기 올리비에 카미다투를 만나고 반군과 정부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나는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왔다는 걸 직감했다. 그땐 이미 두 번의 투옥을 경험했던 터라, 어느 정도 각오는 되어 있었다. 동료들은 나를 만류했다. 그러나 조셉 카빌라 대통령 모르게 진행된 밀약이 있다면 그가 마땅히 알아야 옳았다. 그리고 만약 대통령이 이미 아는 일이고 그가 의도한 일이라면, 야당에게 이 사실을 알려 비밀이 만천하에 폭로되게 해야 했다.

 

내 손에는 고치지 않은 최초의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내가 진실을 밝히려는 건 영웅이 되고 싶어서도, 유명세를 타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나는 보고서를 여러 장 복사한 뒤, 대통령 직무실과 정보국 내 각 팀장에게 보냈다. 그리고 남은 마지막 하나를 <민주사회진보연합>에 전달했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2002년 7월 1일, 정보국 요원들이 들이닥쳐 내 손목을 비틀더니 “이 반역자 새끼”라고 욕을 하며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칠흑같이 어둡고 역겨운 비밀 감옥이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탈출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카빌라 정권하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사람들’ 목록에 이름을 올렸을지 모를 일이다. 조국 콩고와의 이별은 그렇게 찾아왔다.

                                                                                                                                

by 칼럼니스트  욤비 토나, 박진숙

                                                                

욤비 토나 - 콩고민주공화국 반둔두 주 키토나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킨샤사 국립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콩고비밀정보국(ANR) 요원이 됐다. 정보국 작전을 수행하다가 조셉 카빌라 정권의 비리를 알게 됐고 이 정보를 야당에 전달하려다 발각돼 비밀 감옥에 수감돼 갖은 옥고를 치렀다. 2002년, 구사일생으로 탈출해 한국에 들어왔다. 5년 동안 인쇄 공장, 사료 공장, 직물 공장을 전전하며 탈장으로 쓰러지고, 팔이 기계에 끼이고, 숱하게 월급을 떼였다. 난민 신청을 했지만 불허 처분을 받았고, 이의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결국 행정 소송까지 가서 겨우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 한국에 온 지 6년 만의 일이었다. / 박진숙 - 욤비를 알게 된 건 난민을 도우며 변호 활동을 하는 남편 덕분이었다. 불어권 난민들의 통역을 돕고 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의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이주 여성을 위한 문화·경제 공동체 [에코팜므]의 대표로 있으면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난민 여성의 자립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인권은 소중합니다.

어둠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지 마시고 밝고 맑고 투명하게 삽시다.

혼자서 어려우신 분들 도와드립니다.

당신의 위치와 입장 무관하게 외롭고 힘드신 분들 종이편지, 이메일, 방문, 에스코트, 언론사, 정당, 시민단체 추천 해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밝고 맑고 투명한 믿을만하고 정직한 무직 시민입니다.

여기 해커, 크래커 분들이 고생하는 게 보여서 이렇게 무리해서 올려봅니다.

제가 이런 걸 전문적으로 해보거나 했던 사람은 절대 아닌데 인권에 관심이 많으므로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립니다.

인권은 소중합니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이번주 설문은 탈모 걱정 없어 보이는 머리숱 금수저 스타는? 운영자 25/07/14 - -
AD 디지털 액세서리 기간한정 세일! 운영자 25/07/11 - -
344844 저기 형님들 와우컹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30 0
344842 그러면 우분투 입문서좀 추천해주세연 [3] 리플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63 0
344841 웹에이젼시 차리는게 난점은 무엇이 있을가요? [1] ㅋㅋㅋ(180.67) 13.02.04 62 0
344840 자바 물어볼게있는데... 중요함 꼭 제발 [1] 자바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59 0
344839 윈도 메모장은 뭘로 만들엇나요? [2] 이힝(175.215) 13.02.04 89 0
344838 아 형들 웹으로 돌아가는 마크서버 어드민 탈취 할수 없을까. 티모티모(211.112) 13.02.04 69 0
344836 우리이성적으로생각하자 [3] 할마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96 0
344835 이어서 [1]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1154 0
344834 야 너네 여기서 뭐 가입하고 싶어? [4]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162 0
344833 데비안 서버 책은 어떤걸로 입문하면 되나연? [3] 리플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58 0
344832 왜 글이 안 올라가지?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21 0
344831 학교 커리큘럼에 데이터구조잇던데 이게 자료구조지? [1] 한그로가컴퓨(61.79) 13.02.04 79 0
344828 그치 명문대 아니라고 성공 못하는건 아님 [2] 루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143 0
344827 메이플스토리 핵 일주일 만에만드는법좀 가르쳐주실분 [5] 카이니최고(61.79) 13.02.04 153 0
344826 내가 쓴글을 C언어 기준으로 답하지마라 [5] 얼룩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105 0
344822 게임핵 이야기 나오니 프갤러들아 이민갈생각있으면 [5] ㅁㅁ(125.183) 13.02.04 635 1
344821 SSD 벤치마크 프로그램 관련해서 좀 아는 형들 있엉? MUF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40 0
344820 궁금한게 있는데 알려주실분 ㅎㅎ [6] 자료구조(175.196) 13.02.04 93 0
344819 소셜네트워크에서 주커버그가 첨에쓰는컴터 OS 유닉스냐?? [3] 한글과컴퓨터(61.79) 13.02.04 104 0
344818 perl도 php처럼 웹 프로그래밍 언어인가여?? [3] 글쓴이(61.79) 13.02.04 92 0
344817 고삼 존뉴비들은 봄미다 (2) [5] 땡칠도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146 0
344814 맥북이 아트네 [3] dd(121.163) 13.02.04 115 0
344812 PHP 공부할거면 javascript 꼭안해도되냐? [4] 엽산(61.79) 13.02.04 130 0
344810 중국어가 얼마나 메리트가있어? [7] kysersoze(211.234) 13.02.04 192 0
344809 디버깅할때 한줄씩 읽다 함수를 빠져나가면서 에러가 나는건 무슨경우져? [3] 웨펀마스터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68 0
344808 스타트업 떡밥이 그립다 뉴비1(1.214) 13.02.04 51 0
344807 형들 if문 내에서........ [6] ㅇㅇ(203.253) 13.02.04 151 0
344805 포인터 모르고 프로그래밍 하면 안돼는거냐? [5] 얼룩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179 0
344802 기절하듯이 잠들면 기분이 드럽다 [3] 루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145 0
344801 중딩1 컨셉종자임 먹이ㄴㄴ [8] c(175.208) 13.02.04 156 0
344799 자바를 할줄 모른다..여기서 텍스트로 출력하는거 어떻게 하나요... [9] java(121.151) 13.02.04 127 0
344797 프로그래밍으로 돈버는 방법 [1] d(168.126) 13.02.04 126 0
344796 이렇게 좋은 갤러리가 있었다니 [7] 유리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224 0
344791 리눅스 쉘 프로그래밍 기초 질문합니다. [2] i(218.158) 13.02.04 97 0
344789 리버스 프로그래밍 [9] PO스크롤W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297 0
344788 어셈블리 명령어 갯수가 몇개나 있어??? [1] ㅇㅇ(203.90) 13.02.04 110 0
344787 피자쏘겠댔는데 망해서 못쏘는 삭은 뉴비..아키에이지 물고 다시왔다 Unforgiven(121.151) 13.02.04 110 0
344785 자바 opengl es로 테트리스 구현했는데 [2] d(125.177) 13.02.04 167 0
344782 감정의 종류가 몇 가지 일까요? [3]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70 0
344781 백왕님 어제인가 취미라며 올린 글 생각납니다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40 0
344779 김지운이 미국에서도 영화를 찍었다는데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42 0
344778 asp해야되는데 추천서적있는사람 늘모(58.143) 13.02.04 29 0
344777 주온본사람ㅇ손... 작성자(175.215) 13.02.04 32 0
344776 좀비영화는 재미있게보는데 귀신나오는 영화는도저히 못보겠다.. [1] 작성자(175.215) 13.02.04 53 0
344775 TINY-G(타이니지) _ MINIMANIMO(미니마니모) [5]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81 0
344774 이 책 제목이 궁금하다 아는 분? [2] 에어로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114 0
344773 진지하게물어볼께 [4] 할마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2.04 144 0
344772 솔직히 냥이는 멍멍이보다 충성심같은게 없어 별로라고하는데 [7] ㅁㅁ(211.234) 13.02.03 140 0
344770 다른 앱의 액티비티로 어떻게 넘김? ㄹㅇㄴㅁ(175.205) 13.02.03 36 0
344769 주말이ㅏㄴ데 장애나서 회사 나왔다 [2] ??(223.62) 13.02.03 109 0
뉴스 이지수 모델, 인천국제민속영화제 홍보대사 위촉 디시트렌드 07.1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