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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부대 살인사건 , tag[소설, 스크롤]4

소설맨(116.33) 2013.02.07 21:13:20
조회 109 추천 0 댓글 1

어젯밤 그 서류는 흙탕물 속에 잠겨, 엄천난 빗줄기 때문에 물에 풀어지듯 사라졌을텐데...

나의 이런 의문에 사단장은 답이 될만한 질문을 던졌다.


"그 아기는 잘 묻었나?"


"네?"


"군단 수사관이 그러더군.....아기를 하나 묻고 오더라고..."


"그런데 사건 서류의 내용은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제서야 사단장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소름끼치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호..혹시? 20년 전 그 대위?"


사단장은 음흉스런 미소를 풀지 않았다. 


"미소만 지어도 알아차리다니 대단하구만.

그래...아기를 찾아내 어미 무덤까지 가서 묻어 주었겠지? 그 정도면 모든 걸 알았을거라 생각했네."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는 내 허리 뒤의 두 손이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에게 따로 사건 조사를 맡기셨던 거군요....

관할 경찰서나 헌병대에서 어떤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알고 싶은셨던 겁니다."


사단장은 입을 굳게 한 번 다물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그 동안 20여년 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대략적으로나마 듣고 있었지.

젊은 날의 한 때 불장난으로 인해 지금 이 때까지 나는 무거운 죄책감에 시달려 왔네.

다시는 이 곳으로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이 곳에 사단장으로 부임해 올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나?

내가 여기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길 바랬는데 결국 최중사 사건이 터졌으니...

어떤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솔직히 두려웠지. 

그렇다고 헌병대에 세세한 상황까지 캐묻고 다니는 건 무리였어. 

국방 장관에까지 보고된 사건에 내가 자꾸 관여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았거든.

사건을 은폐 조작하려 든다는 느낌을 주지 않겠나?

그래서 자네를 내 대리로 이용한 걸세.

그런데 헌병대 조사가 끝났는데도 자네가 더 사건을 파헤치려고 하는거야.

그냥 둘 수가 없었어. 

조금만 있으면 진급시즌이 다가오고 나는 이번 진급이 결정되면 여기를 떠날 상황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진급은 커녕 현재 보직도 유지할 수 있을 지 걱정이야.

새벽에 사건 보고를 받고 그 현장에 직접 갔었지.

난 20여년 만에 돌아와, 나의 경솔한 언행 때문에 일어난 그 참혹한 사건의 현장에 서 있던 내 심정이 어떠했겠나. 

늦었지만 그들에게 마음 속으로 조용히 사죄를 했지...."


사단장은 들고 있던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겼다.


나는 웬지 모를 분노감이 치밀었다.

"정말로 죄책감이 드십니까? 진심으로 사죄를 하셨습니까?"


사단장은 대답을 거부한 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 정복 모자를 갖추어 쓰고, 뚜벅뚜벅 문 쪽으로 걸음을 향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열려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춰서 뒤돌아보며 나에게 물었다.


"아참....군검찰로 소환되면 어디까지 얘기할텐가? 내 얘기를 할텐가?"


"......."


"내 얘기를 하든 안하든 사건조사에는 큰 영향이 없을 텐데...단지 나에게 도덕적인 책임만 물을거야.

내가 총질을 한 건 아니거든"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터질 듯한 분노와 증오가 밀려왔다.


"필요하다 판단이 되면 진실을 밝힐 것입니다."


"훗......도대체 왜 자네는 안전한 길을 놔두고 자꾸 이런 위험을 자초하나?"


나는 열중쉬어 자세를 풀지 않은 채 등 뒤에서 들리는 사단장의 말에 대답을 했다.


"사관생도 훈에 보면 '귀관이 정의를 행함에 있어 닥쳐오는 고난을 감내할 수 있는가?' 라는 귀절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따를 뿐입니다."


"훗...그렇군."


한 번 가소로운 듯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사단장은 말을 이었다.


"...그런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아......"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사단장은 조용히 문을 열고 빠져 나갔다.


사단장실을 빠져 나왔을 때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헌병대 호송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병으로 보이는 친구가 차량 옆에 서서 말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게 어제밤 일로 끝난 것 같았는데, 이 편치 않은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순간 내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진동을 알렸다.


"네?"


"대위님...최상사입니다."


"수사관님!!!"


기쁨의 함박 웃음을 지었다.


"괜찮으십니까? 수사관님?"


"크크...살아있으니까 전화질 하는거 아니오?"


"수사관님...미안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그런 말 마쇼.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후회는 없소."


"그런데 웬 전화이십니까?"


"그냥 그 애기 잘 묻어줬나 궁금해서 말이죠...."


"네..잘 묻어주고 왔습니다."


"이제 모든 게 끝난건가요?"


"저....그게 말입니다..."


나는 찝찝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요?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요?"


"정말로 아기 영혼이 우리를 다치게 한 걸까요?"


"그게 무슨 말이오?"


"아기가 아니라 그 애 아빠의 영혼이 우리를 괴롭혔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애는 단지 이런 살육을 막기 위해 울음소리로 우리에게 알린 거라면?"


"설..설마요..."


"예전에 죽은 소대장이 밤마다 가위에 눌렸을 때, 피범벅이 된 무장한 군인이 나타났다고 그러지 않았나요?

어젯밤 아기를 들어내는 작업할 때 제가 목격한 것도, 얼굴이 온통 피로 덮여있는 낮선 남자였습니다.

귀신 씌인 병사가 한 말 기억나요? 군바리 새끼들 다 죽여 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기가 어떻게 군바리라는 말을 알죠?"


"대위님....."


불현 듯 내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잠시 멍하니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대위님......듣고 계시나요?"


나의 대답이 없자, 수사관이 아픈 몸으로 힘겹게 불러댔다.


"대위님...듣고 있어요?"


나는 온 몸이 오그라드는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어제 그 병사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뭐였죠?"


"예?"


"어제 총을 쏜 그 병사가 마지막으로 한 말!!!!!!"


"군바리 새끼들 다 죽여버린다고 그랬잖아요."


"그..그거 말고, 바로 전에 말...."


"음....뭐더라...아.....그런다고 모든 게 끝나지 않는댔나?"


동시에 나는 조금 전 사단장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그런다고 모든게 끝나지 않아...."



나는 그 자리에 휴대폰을 떨구고 말았다.

사단본부 주변으로 보이는 드넓은 산악지형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헤어날 수 없는 깊고 어두운 숲속에 나 홀로 남겨진 듯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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