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푸른안개(blue fog) 作: 金氏

1장. 지루한 일상의 빛

올해 직장생활 4년차인 김현우는 오늘도 지각이다.
대학교때 그토록 동경해온 직장생활이였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똑같은 일상에 지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미쳐 면도도 못하고 덜 마른 머리를 대충 만지고 넥타이와
정장 상의를 왼손에 걸치고 집에서 100미터 떨어진 지하철
역으로 뛰기 시작한다.
헉헉... 젠장.. 오늘도 지각인가..

# 어어.. 좀 비켜요!!

팍~!!
지하철 계단 입구를 돌자마자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 아... 머리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약간 웨이브를 준 긴생머리에 하얀 원피스를 입고 만지면
금방이라도 녹아 버릴꺼 같은 백옥같은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현우가 그동안 상상했던 이상형이 아닌가?

# 죄..죄송합니다. 바빠서 그만..... 안다치셨어요?

# .... 네.... 그런거 같아요.

현우 손을 잡고 부축하며 일어난 그 여자 머리에선 좋은
냄새가 났다. 그 짧은 순간에 \'이런 여자라면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며 많은 생각들이 주마둥 처럼 지나갔다.

#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피식..
그녀는 살짝 웃음을 띄면서 말했다.

# 괜찮은거 같아요.

# 저두 늦어서 이만.. ^^

뭐라 말을 걸 새도 없이 그녀는 뒤돌아 가다 멈추고 돌아서서
#근데 그쪽 코피 나요.. 그러니까 너무 죄송해 하지 마세요.

엥..? 코쪽에 손을 대보자 진짜 피가 났다.
(아 뭐야.. 영화에서 보면 손수건을 꺼내서
닦아 주고 그러던데 하긴.. 내팔자에 무슨 영화냐 ㅠㅠ)

근처 화장실에 가서 보니 바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 쪽팔려~! 쌍코피다!! 걔가 왜 웃고 토꼈는지 알겠네.. 으씨)

아! 지각이다.

회사에 도착하니 팀장님이 콜을 때린다.

# 현우씨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 말인데.. 일정을 한달 더
앞으로 당겨야 겠어..

지금 내 앞에서 말하고 있는 고팀장 나이는 서른 중반이다. 근데
왜 내가 지각을 해도 지각한거 가지고 태클은 없고 업무 과다에
태클이 들어온다. 뭐 한두번이어야지.

난 IT에 근무한다. 월화수목금금금 생활이 벌써 4년차이고
그래도 회사에선 열심히 하기로 소문난 일명 "일벌레"이다.
나름데로 인지도가 있는 공대에서 교수들이 인정한 그때만 해도
꿈도 많았고, 사회에 나가면 성공 할 수 있을 꺼란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이곳 벤처붐이 일어났을 때와
더불어 야망을 갖고 입사했지만, 지금은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지각을 한것을 가지고 터치가 안오는건 이
때문이다.  난 어제도 새벽에 퇴근했걸랑.ㅠㅠ

# 처음부터 일정을 3개월 단축시켜서 기획한 솔루션
아니였습니까. 팀장님.. 이건 그 기간에 완료 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렇게 일정을 당기면 추후 당겨진 일정보다 더 많은
피드백이 들어왔다는걸 아시잖습니까...

# 현우씨. 현재 회사에 수주한 프로젝트가 3개가 벌써 일정이
늦어지기 시작하는데.. 개발자도 쉽게 구해지지 않는거 자네도
잘 알잖아.. 나도 답답하네. 잠깐 나가서 담배나 피세.

언제나 유일한 휴식 공간이자. 바깥세상의 공기를 마실 수
있었던 공간... 옥상이다.

300원짜리 커피를 뽑아 주며 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 현우씨 요즘 회사 사정이 않좋네. 자네 열심히 한건 알지만
이번만 회사에 힘을 주었으면 해.. 이런 말을 하는 내 맘도
답답하다는거 자네도 알지?

# 그거야.. 팀장님이라도 별 수 있겠습니다.

휴우...... 항상 이런식이다.
난 보안솔루션 업체에서 핵심코어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이름만 근사하지 하는 일이나 급여는 요샛말로 캐안습이다.
요즘 가끔가는 디시라는 사이트에서 내 넋누리를 올려놓으니
"막장겔로" 이러던데.. 먼말인지는 몰라도 막장이라는
말인가보다.

# 아. 현우씨 오늘 경리 새로 오는데 나이도 얼추 비슷한거
같고 잘해봐~

우리 전 경리랑 많이 친했는데 결혼하고 임신하더니 언제부턴가
그만둔다더라. 벌써 후임이 들어오나. 내 처지보단 낮네..

# 그래요.. 관심 없어요. 제 주제에 무슨...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요즘 가뜩이나 외로움을 많이 타던차에
그래도 이쁜 여자가 들어와서 내 이 허한 가슴 한구석을
메꿔주길 바라고 있었다...

# 팀장님 이제 여름인가봐요.. 휴우.. 덮네요. 내려가죠.

사무실로 내려와 에어컨 바람을 쎄고 있는데 사장실에서
어떤 여자가 나왔다. 새로운 경리 온다더니 벌써 왔나보군..
어? 저 여자 그때 그 여자 아냐?

그 여자는 여전히 이뻤다....



반응 갠찮으면 계속 연재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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