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군대에서 있었던 일임

그때 당시 본인은 일병 짬찌였고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함

당시 진지공사 시즌이어서
사람들이 삽, 곡괭이등을 손에들고
공사현장으로 가는 도중이었는데

외진데라 그런지 길가에 뱀들이 정말 많이 나왔음

이 와중
어떤 상병 실세 고참 한명이
뱀이 보이면 자기한테
즉각 알리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하고
계속 걸어갔음

걷다보니
마침 내 앞에도 큰지렁이 사이즈의 새끼뱀이
기어가길래 바로 그 고참한테
" 여기 뱀있습니다! " 라고 말하며 고참을 불렀음

고참은 " 어디?! 어디!? " 이러면서
내 앞으로 왔음

내가 뱀을 가리키니까
그 고참은 뱀한테 가더니

바로
곡괭이로 뱀 대가리 톡톡톡톡 쳐서
뱀을 죽여버림

즉 뱀 보이면 자기한테 말하라던게
뱀 죽일라고 그랬던 거였음ㅋㅋ


이 새끼는 이 이후로도 광기에 휩쌓여서
길가다가 뱀 보이면 솔선수범해서
지가 다 조져버림

작은 뱀은 대가리 곡괭이로 쳐서 죽이고
큰놈들은 삽으로 목 내리쳐서 뱀 두동강 내버림

이 새키가 뱀을 막 조지니 다른 고참들도 따라하기 시작함
군중심리란게 참 무섭더라

산 중턱 진지공사 현장 도착해서 곡괭이질 하고
삽질하는 와중에도 뱀 보이면 공사하다 말고
뛰어가서 뱀 죽이고 그랬음

이 짓거리를 한두명도 아니고
여러명이서 하고 있으니

뒤진 뱀의 숫자가 몇마리인지 도저히 감도 안 잡힘

군대에서 자유를 뺐긴데다 막노동까지 하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나머지

사람들의 광기가 이런식으로 표출됐던 거 같음

여름 다가오니까
문득 그 때 생각나서 한 번 썰 풀어봤음

(무고하게 희생된 뱀들에겐 묵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