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에 들어가니 뭐라 형용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공기가 폐부를 뚫고 온다. 이게 몰록이 말한 알수없는 차원의 힘인가... 한때 서리거인과 힘겨루기를 해도 한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던 힘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을 차린 내손에 들린건 단창한자루와 허리에 팔치온한자루...심지어 용을 살해하고 얻은 용비늘 갑옷까진 아니더라도 입고있는건 쿱쿱한 냄새가 진동하는 로브다.

"몰록 개자식 이런식으로 복수하다니. 기필고 죽여주마..."

당장 벗어던지고 싶지만 이마저도 벗으면 맨몸, 더이상 불멸이 불가능한 나이기에 터럭같은 천이라도 필요하다. 하다못해 죽는 그날에 알몸으로 죽을 순 없잖은가.

수의라고 생각하자.

냄새는 빼고.

던전의 구조는 내가 알던 던전과는 달랐다. 미궁처럼 통로를 통해 방에 들어가는 구조는 아니고 큰 공동에 들어온 느낌이다. 대체 던전이라면서 이 크기는뭐지? 천장도 깔끔하고 벽들도 반듯한게 마치 콜로세움에 온느낌이다.

"조트....라고 했던가? 건축학이라도 배웠나 보군. 대지술을 얼마나 연구한거야..."

그 뒤로 던전을 탐험하는 동안 습격하는 몬스터들은 알고 있는 녀석도 있었고 처음보는 녀석도 많았다. 아니 솔직히 처음보는 녀석이 더 많았다. 마치 다른 차원처럼...

홉고블린 한마리 뉴트한마리도 창으로 멀찍히 찌르고 도망가고 다가오면 칼로 바꿔들고 베어야 할만큼 예전의 기술의 숙련도는 기대할 수 없었다.

수많은 악마들도 단박에 머리를 떨어뜨렸던 칼솜씨도 시퍼렇게 빛나던 은색의 세이버도 이젠 존재하지 않으니까 ..

던전을 진행하면서 제일 웃겼던 점은 뱀에 물렸을 때다. 독이 온몸이 퍼지면서 \'이렇게 죽는건가...\'라고 생각했을 무렵 갑작스럽게 퍼지던 독이 점점 중화되는가 싶더니 약간의 탈력감과 함께 독기운이 사라져버렸다.

\'이 던전의 차원의 기운이 독기운도 잡아주는건가? 약간의 휴식으로도 독이 풀린다고? 말도 안되는...\'

던전을 진행하면서 몇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던전이 개방형이기때문에 포위되면 순식간에 위기가 찾아왔는데 예전이라면 웃으면서 목을 날려버릴 놀사냥꾼들이 창을 하나씩 꼬나쥐고 포위진을 치고 달려오는 것이다 !

컹컹짖으며 쫒아오는 녀석들을 한마리 한마리씩 던전에 간간히 존재하는 일자통로에서 처리하자니 한마리 뒤에 있는 녀석이 거대한 할버드로 내 정수리를 노리고 후려쳐 오기도 했다.

놈들의 할버드도 죽여서 뺏어들고 던전을 내려가다 보니 내 눈을 의심하는 일이 생겼다. 길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플레이트메일...간간히 녹슨부분도 보인다만 관절부분도 적당히 잘 작동이 되고, 대충 지나며 만났던 오크놈의 비곗덩어리를 끓여서 녹슨 부분에 윤활제로 넣고 닦아보니 쓸만하게 되었다.

"플레이트 메일정도로 기뻐지다니...하..."

냄새나는 로브는 당장 던져버리고 싶지만 잘 놔뒀다가 침낭 대용으로 쓰도록 하고 던전을 계속 진행했다.

던전을 진행하다 보니 신기한 무기들이 몇몇 있었다.

아티펙트도 아닌것이 불의 기운이 나는 도끼라던지 독액이 뚝뚝떨어지는 단검. 맞자마자 끔직한고통이 들어오는 단창등.. 몇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새로운 무기를 손이 넣었다. 룬문자가 양각되어 있어 뭔가 신비한 기능이 있을거 같은데 잡으려고 하면 갑자기 현기증이 나도록 배고파지는 양손검....

끔찍한 저주가 걸려있는 검인가 싶어서 배낭에 대충 걸쳐두고 던전을 진행하다가 만난 오크부대에서 오크마법사가 혼란의 마법을 실수로 다른오크에게 사용했을때 그 오크가 내 양손검과 똑같은 룬이 양각된 단검을 통해 다른 오크들의 피를 빨아들이는 것을 보고 깨닳았다.

"저주 받을 흡혈의 검인건가 !"

하지만 당장에 강력한 힘이 필요하기에 사용하기로 결심한 나는 그 뒤로 더뎠던 던전탐험에 가속을 시작했다.

끝없이 내 앞을 막아내는 몬스터들. 아니 그네들 입장에선 내가 괴물일까....

우호적인 존재하나 없는 곳에서 모든것은 적으로 다가왔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진행한게 몇일째일까...아니, 몇달인가?

던전을 탐험중에 거미줄이 우거진 통로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거미줄에 걸렸지만 날 죽이러 오는 거대전갈과 거대개미등도 거미줄에 걸려 허둥대는 동안 하나 둘 흡혈의 양손검에 산화시켜버렸다.

그통로의 끝에는 요사스럽게 빛나는 한손에 들기 버거워보이는 두꺼운 검이하나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빛의 영롱함에 끌린탓일까? 조심스럽게 던전을 진행하던 내가 경각심을 잃고 흡혈의 양손검을 떼고 조심스레 검을 들어올렸다.

"안녕 나는 노래하는 검이야 !"

순간 귓가에 깜짝놀랄만큼 귀엽고 아름다운....아니 발랄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