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전을 뒤로 하고 몇일간 던전을 진행하던 어느날.

내려가는 계단을 다 내려가자 마자 멀리서 돈을 세는듯한 소리가 들러왔다.
이 익숙함은....보물창고라도 있는건가?

사실 누구나 그렇듯 물질에 강한 존재가 얼마나 있을까. 이 던전을 진행하면서 나도 금붙이들을 하나둘 주워왔고 옆에 있는 이 미친검은 돈을 주울때마다 "돈이좋아 내가 좋아? 선택해 ! 바람피지 말라구 !"
노이로제 걸릴지경이다.

이번층은 광활한 개활지에 철같은 기둥이 받쳐주는 형식의 던전으로 적에게 걸리면 정말 위험할거 같았다. 제발 이 미친검이 닥치고 있기를....

다행히 몬스터들은 차례 차례 비엔나 소세지처럼 등장했다. 개중에 언덕거인같이 끔직하게 강한녀석도 섞여 있었지만 광폭화 목걸이를 쓰고 허리를 두동강 내버렸다.
미친검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

그렇게 조심조심 진행하다보니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게이트가 보였다.
돈세는 소리의 출처가 이곳인가보군.
금화가 산더미처럼 쌓인 보물창고를 내심 기대했지만 좋은 아이템이라도 있길바라며 입장했다.

민폐검도 피값은 해야지. 아이템 감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몇몇 상점들은 놀라운 효능을 가진 완드들을 팔았고 회복물약이나 마법물품들을 팔았다. 그중에 회복물약과 완드충전 스크롤 두어장을 사서 나오는길에 그 상점을 발견했다.

'잼머의 골동품가게'

먼지가 자욱히 낀 물품들이 중구난방하게 늘여져 있는 그 가게는 턱 보기에도 매우 상태가 안좋아보였다.

하지만 그 중에도 눈을 끄는 묘한 도끼가 하나 있었다. 자색의 넓은날도끼....
보는 이를 매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천천히 손을 데려는순간.

"안돼 ! 날두고 바람피려는거야 자기? 그 저주받을 흑요석도끼에게 속지말라구 ! 걔 서방잡아먹는 썅년으로 유명하단 말야 !"

아니. 널 만난뒤로 이 던전의 위험수치그 수직상승했는데 잘도 그런 개소리를 태연하게 하는구나 너?

"걔 이곳 던전의 판데모니엄이라는 무시무시한 소굴의 한 군주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고 엄청 자뻑심한 앤데, 사용하면 악마쫄다구들 불러모으거나 주인을 적들에게 매혹시켜서 죽는지도 모르게 전투만 시키는 미친년으로 유명하다고 !"

저 흑요석도끼 부들부들 떠는게...말은 할줄 모르나보다.
어째 영 찜찜한게...한번쯤은 민폐검 말을 들을 때도 있겠지.

"그래 좋아. 오늘은 니말을 들어주지. 니가 던전에서 조금만 더 조용히 지낸다면 나도 바람은 피우지 않는다고 약속하마."

"절대 바람피우지마, 내가 영원히 침묵할거라 약속할게!"

그 대화를 끝으로 시장을 떠났다.

시장에서 나가는 게이트를 지나 약간 주변을 탐색했을까...얼마전에 주은 대형방패 위로 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공격이 막히는 소리가 들렸다.

'투명화한 오크마법사인가 ?!'

웬일로 조용한 민폐검을 휘둘렀지만 공격방향에서는 아무런 감촉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이건...뭐지? 피한 느낌도 아니다. 아무리 그전 능력을 모두 잃었다지만 전투에 대한 센스가 하락한건 아닐텐데?

"자기 ! 도망가 ! 이건 보이지않는공포 그자식이야 ! 지금 자기에게 대항할 수단은 없어 ! 어서 급하다구 !"

갑자기 조용하던 민폐검이 미친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시끄럽긴 하지만 틀린말은 거의 하지 않는 민폐검의 말을 듣기로 하고 녀석의 공격을 대형방패뒤로 피해가며 올라가는 출구로 향하던 도중 전투소리를 듣고 달려온 만티코어가 보였다.

"제길...! 만티코어인가!"

어떻게 대항할 시간도 없이 만티코어는 접근조차 시도하지 않고 가시를 날려보냈다.

가시는 이동을 하려할때마다 몸을 파고들어 엄청난 고통을 유발했고 거기에 더해 개할지의 코너에서 바실리스크가 모습을 들어냈다.

'여기까지 인가...스크롤도 읽지 못하겠군. 몰록 그 개자식에게 복수의 칼날조차 들이밀지 못했는데...'

마지막 힘을 짜내서 광폭화를 발동하자 주변이 벌게 지면서 끝없는 분노가 가속화 한다.

민폐검은 끝없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라고 소리지르지만 적을 향한 내 몸에 후퇴란 없다.

푹.

가슴이 먹먹해 지는 고통과 함께 광폭화가 풀리자 더 미칠듯한 고통이 밀려온다. 만티코어의 꼬리가 뚫고나온 가슴이 보인다....

"안돼 안돼에에에 자기야 자기야 !"

그래도 마지막에 울어주는 존재는 있군.

검이지만.

"우욱...이건...매우...아프군..."

-다음장......없어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