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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죽 소설-광신- (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36) 2016.04.20 17:23:52
조회 773 추천 5 댓글 7


니콜라 주교의 오후 일정은 교회 주변의 농부들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마차를 타고 들판을 순회하는 그 시간은 교구신부 그레고리와 교구의 향후 일정을 논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주교는 그레고리 신부에게 담담히 내뱉었다.
"세례식을 할 생각입니다."
그레고리 신부는 평온한 어조에 속아 하마터면 같이 고개를 끄덕여 줄 뻔하였다. 당황한 신부가 주교를 향해 뭔가 말하려고 할 때 주교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이틀 뒤에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떻습니까? 그리고 이번에 세례를 받게 될 사람들의 명단도 만들어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주교. 교단의 방침이 아직 철회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마차가 덜컹거리며 비포장된 들길을 지나갔다. 창문 밖으로는 열심히 씨를 뿌리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주교는 창문을 열고 바깥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탓에 그레고리 신부는 입을 잠시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주교가 손을 거두자 신부는 창을 닫고 휘장을 쳤다. 원래 일정을 소화할 수 없게 된 주교는 당황해서 신부를 쳐다보았다. 그는 굳은살 박힌 손으로 휘장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진의 이름으로 맹세컨대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겁니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요?
감히 말하건대 주교님께서는 세례식의 절차를 잊으신 게 아니신지요?"
"무슨 말을 하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교구의 주교인 제가 신께서 주관하시는 세례의 절차를 모를 리가‥‥‥."
그레고리 신부는 자꾸 논점을 회피하는 주교가 얄밉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그런 불경한 생각을 했던 것을 반성하며 그는 마음 속으로 성호를 그었다. 그런 복잡한 심경 변화 때문에 신부가 잠시 말을 잊지 않자 주교는 재빨리 말을 끝내고 휘장을 걷어내려 했다.
"제가 할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교께서는 혹시 세례식의 파계 의식을 생략이라도 하시겠다는 것입니까?"
주교는 직설적인 신부의 말에 놀라 걷어내려던 휘장을 다시 놓았다.
파계 의식은 오직 진의 교리에만 있는 세례의 절차로 성수가 머리에 부어진 직후 진의 신도로서 세례명을 막 받게 된 세례식의 주인공들이 피를 마셔 최초로 계율을 어기는 의례였다. 그 행동의 속뜻은 한 번의 파계 행위로써 앞으로 진의 가르침과 계율을 영구히 따르겠다는 다짐, 그리고 현세의 계율 역시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속의 신앙이며 파계하더라도 마음 속의 신앙을 버리지 않으면 진의 뜻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신앙에 귀의하는 세례의식에 비하면 사실 중요도가 적은 의례행사였지만 교단의 기록에 남은 모든 세례식은 이 의례를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의식은 세례가 막 끝나 이미 교도로 거듭난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므로 결국에는 진의 교구에서 진의 신도가 교리를 어기는 일이 된다. 그것은 모종의 방법으로 일대에 진의 성역을 반영구적으로 유지시켜 안전을 도모하는 대부분의 진의 교회에 있어 성역을 소멸시키게 만드는 행위였으므로 정식적인 세례식을 반드시 안전한 상황에서 거행하도록 만들었다. 과거에도 진의 교구에 위협이 될 사태는 항상 세례를 전후해서 일어났다.
비상세례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사정이 궁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교는 파계 의식을 뺄 구실을 찾지 못했다. 침묵이 이어졌다.
그레고리 신부는 주교가 더 이상 주장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는지 휘장을 다시 열어젖혔다. 창밖은 교회를 둘러싼 농촌의 정경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고 저 멀리에는 휘광이 사그라드는 성역의 경계점이 확연히 보였다. 꽤나 멀리까지 온 것이다.
"주교, 역시 세례는 조금 더 미루는 게 좋겠습니다. 1년 반을 기다렸는데 앞으로 조금 더 기다린다고‥‥‥."
"저기 사람들이 모여있군요."
주교가 고개를 틀며 말했다. 신부는 주교가 튼 방향으로 자신도 고개를 틀었다.
"저희 교회 신도들 같습니다."
신부는 마부를 재촉해 성역의 경계까지 말을 달리게 했다. 모여있던 신도들의 대부분은 세례를 받지 못한 자들이었다. 주교는 마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신도들은 무언가를 중심으로 모여서 구경하고 있었다. 뒤늦게 주교를 발견하고 인사하는 신도들의 얼굴은 하얕게 질려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주교는 황급히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가운데에는 마차만 우두커니 남아 있었다. 말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뜯겨진 마구만 처량하게 붙어 있었다. 주교는 그 마차가 낮에 도시에서 온 것임을 깨달았다.
"니콜라 주교‥‥‥."
아래쪽에서 소리가 들려 주교는 황망히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낮에 마차를 끌고 온 고자그의 사제가 틀림없었다.
그는 땅바닥에 대자로 뻗어 하반신만 성역 안으로 들여놓고 있었다. 바깥쪽에 뉘여 있는 상반신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솟아나오고 있었다. 기겁한 주교는 눈을 감아버리려 했지만 그는 이 사건을 확인할 의무가 남아있었다.
그의 명치 부근에는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외관의 육척봉이 꽂혀 있었다. 끝이 뭉특한 무기에 꿰인 그 꼴이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그 상처에서 피가 계속 솟고 있었다. 주교는 그가 곧 생을 마감할 것을 직감적으로 눈치채었다. 그래서 피가 묻는 것도 아랑곳않고 달려들어 그의 희미해지는 목소리를 잡아내려 귀를 붙였다.
"누가 찌른 겁니까, 당신과 함께 마차를 모는 우리 교회의 소년은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고자그의 사제는 마지막 기력을 짜내어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한 방향을 가리키며 최후의 말을 남겼다.
"수염 달린 놀‥‥‥ 저기에‥‥‥."
그의 숨은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육척봉에서는 끔찍한 혈향과 불쾌한 기운이 꾸역 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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