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8년 전 웹죽, 고대 돌창들이 우글거리던 그 시절 (2016년, v0.18 쯤)
다들 제각기 다른 플레이 스타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는 펠미반을 묵묵히 플레이하던 사람들이 몇 있었다.
*. 당시 버전에서는 펠리드, 미라, 반신족이 지금보다 더 구렸음
당시에 웹죽에 처음 입문했던 나는 이들의 플레이에 매료되었다.
사람들이 언더독의 성공에 열광하듯이, 부족한 점이 많은 조합을 성공시키는 것이 굉장히 멋져보였다.
그러다가 펠미반을 하던 플레이어들 관전 방에서 노닥거리면서
당시에 반쯤 농담으로 누가 더 조금이라도 쉬운 조합이나 쉬운 길을 가는 경우 서로 놀리는 장난 같은게 있었는데
예를들면
"석상을 올리시다니 비겁합니다, 이거 고양이가 본체가 아니라 돌땡이가 본체 아닙니까?"
"손톱을 올리시다니 비겁하네요, 종족 이름을 트롤이 아니라 손톱으로 바꿔야 할 것 같은데요"
"마법사로 그 신을 믿다니 비겁합니다. 빨리 유일신 좀님으로 신앙을 바꾸어 믿죠"
이런 식으로, 적성이 좋은 스킬을 쓰거나, 성능이 사기인 스킬, 신등을 사용하거나 하면 서로 놀리는 그런 장난이었다.
그러다가, 첫 클리어로 미라 대기술사로 올룬을 하면서 이 조합들에 대한 감을 조금 잡았었다.
*. 이것도 MuFE로 하다가, FE가 AE보다 비겁한 것 같아서 한번 더 틀어버린 것
당시 펠미반을 하던 플레이어들도, 결국 석상에 의지하거나, 스텔스를 찍어서 전투를 피해다니거나, 적성 좋은 스킬에 기대거나
성능 신을 믿거나 하는 등, 성능 타개책이 하나라도 있어야 클리어가 가능했는데
첫 클리어 이후로 "비겁하지 않은 슈퍼 언더독"을 깨 보겠다라는 일념으로, 거의 누구도 비겁하다고 할 수 없는 조합을 생각해내야 했다.
그러다가 가장 눈에 띈 것이 적성이었다. 미라가 가진 -2 적성도 구리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 이것보다 더 나쁜 적성을 가진 스킬을 찍으면 비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었다.
펠리드와 반신족으로 눈을 돌려보았지만, 적성 면에서는 이 두 종족은 미라보다 더 비겁한 종족이었다.
그래서 아예 눈을 돌려서, 최악의 적성을 찾다가 트롤의 스펠캐스팅이 -5, 대지마법을 제외한 마법류가 거의 전부 -4~-3인 것을 보고
옳다거니 하고 트롤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트롤에게 유리하지 않은 전투계열을 전혀 찍지 않은 순수 마법사로 굴려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렇다면 신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당시에는 펠미반으로 좀을 믿고 플레이하는 것을 상당히 으뜸으로 치는 분위기가 있었다.
"안 비겁한 종족으로, 나는 신도 성능픽을 하지 않고 좀 꼬장을 버티면서 플레이 한다"라는 상징적인 의미였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들을 비겁하다고 놀리려면, 이들보다 한술을 더 떠야지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좀을 믿고 시작하는 혼돈의 기사(Chaos Knight)로 시작해서 시작하자마자 좀을 배신 때리고, CK니까 Card Knight라고 우기면서 조베를 믿으면 이들보다 한술 더 뜨겠군"에서 시작된게 이 조합의 시작이었다.
[Troll Card Knight] *v0.19으로 시작, 최종 클리어 v0.25 (배고픔 삭제 이전)
무기류 스킬(투척, 활, 맨손 격투 포함) 수련 금지
변이술, 대지 마법 수련 금지
네크로뮤테이션을 제외한 변이 마법 사용 금지
0턴 좀 배교 후, 조베를 믿고 클리어
이렇게 상상 속에서 온갖 비겁한 요소를 제거한 다음, 실제로 플레이로 맞닥뜨리니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끔찍했다.
- 배교한 좀은 시작부터 꼬장을 부리기 시작
- 거의 짐승굴 중반까지 꼬장을 부림
- 저레벨 어비스 추방시 생존 확률의 희박해짐
- 꼬장으로 안 좋은 변이를 주는데 뚜까맞을때 마다 스텟이 감소하는 문둥병에 걸리는 경우 거의 말아죽어가게 됨
- 5x5 악마소환을 당하는 경우 블링크 수단이 없으면 꼼짝없이 죽어야 함
- 순수 마법사로 굴려야 하므로, 갑옷술 수련 전에는 로브를 입어야 함
- 그런데 갑옷술 수련할 시간이 어디 있나? 중후반까지 거의 마법 안정화에만 대부분의 경험치를 사용해야 함
- 대형 종족이라 방패를 찍어서 사용하는 것은 꽤 도움이 됨, 회피도 초중반까지 10~15정도 찍으면 도움이 많이 됨
- 짐승굴, 엘프굴, 오광까지 모든 경험치를 마법에 부어가면서 겨우 쓸만한 것들은 맵틱, 컨퓨징 터치(어떤 버전부터 너프당함) 정도, 더 올리지 못하는 손톱으로 최대한 몹을 썰면서, 파괴학파 계열 마법 한개를 안정화하는 것이 중반 목표가 됨, 첫룬 스펙으로 대체로 5~6렙 전투 마법 하나정도를 안정화해서 가져가는 듯, 보통 OOD가 가장 투자대비 성능이 강력하므로 파괴술 하나를 걸친 마법을 안정화하는 것이 목표가 됨 (네크로나 소환술을 찍는 빌드도 있긴 했지만, 하다보니 대체로 이렇게 진행됐음)
- 0.23부터 조베가 기도술 기반으로 바뀌면서, 발동 하나만 찍어도 되는 상황이 기도술도 올려야하게 바뀜
- 에너지 스태프가 나오지 않으면, 굶어죽어가기 시작함, 나온 판이더라도 트롤은 배가 빨리 고프기 때문에 2룬먹고 뎁스밀때 쯤이면 식량이 간당간당함
- 하도 말라죽어간 판이 많아서, 어떤 판은 조베를 배교하고 키쿠를 밥차로 쓰다가 다시 조베를 믿기에 이르렀음 (* 최종적으로 키쿠를 믿지 않고 클리어에 성공함)
- 결국 이 조합은 어비스에 들어갈 스펙을 최대한 빨리 안정화시키고, 어비스를 돌면서 경험치와 식량을 수급해 강해진 후, 룬을 따러 가는 식으로 진행하게 됨
확장 모듈 테스트한다고 컨큐한 판들이 있어서, 그것까지 고려하면 클리어까지 대충 700~800판 정도 트롤들을 던전에 묻은 것 같고
전부 쪽팔리는 판들이긴 한데, 클리어 전의 죽은 트롤 중에서 몇가지 하이라이트 판들을 소개함
1. 15룬 따고 지구라트에서 묻은 트롤 (2016년, v0.20)
이 조합으로 15룬을 성공하고 너무 기뻐서, 이 강력한 트롤으로 지구라트를 한판 돌고나서, 조베를 믿고 (키쿠를 밥차로 사용 중이었음)
오브를 챙겨서 던전을 나가야겠다 결심
*. 당시 화폭, 글라시, 토네, 컨블이 안정화된 상태였음
당시 지구라트 고층 경험이 전무하던 나는, 판데 테마에서 판데 군주가 그렇게 많이 나올줄 몰랐고
판데 군주가 혼돈 평타를 치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음, 안일하게 군주 앞에서 마법을 쓰며 몹들을 정리하다가, 뚜까맞은 혼돈평타에 마비가 걸렸고
몬스터로 뒤덮인 지구라트 21층에서 마비가 걸렸다 풀리니 순식간에 HP가 5 남았음, 그 상태에서 뒤로 제끼던지 했어야 하는데
HP에 너무 당황해서 힐봉으로 회복시도하다가 그대로 황천길로 감
2. 15룬따고 오브를 안 줍고 나온 트롤 (2019년, v0.25)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rlike&no=298930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rlike&no=300641
요약하면, 15룬들고 좃방까지 다 털어놓고, 이 화폭 토네 글라시 안정화한거 자랑한다고 이 스크린샷 찍는데 정신이 팔렸고
좃방의 Orb 상태이상이 오브를 든 건줄 착각하고, 그대로 오브를 안 들고 던전을 나왔음
군주가 안따라오고, 너무 순탄하게 층을 내려갔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그때 약간 성취에 취해있어서 그런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그대로 룬 15개만 들고 던전 밖으로 직행;;
아니야 시발 ㅠㅠㅠ, 차라리 멍청하다고 해라... ㅅㅂ...
3. 8룬따고 롬 로본한테 죽은 트롤 (2020년, 0.26 Trunk)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rlike&no=328925
아마 배고픔 삭제 이전의 트렁크 버전이었던 걸로 기억, 이번에는 기필코 오브를 들고오고자 다시 시도했었는데
8룬 들고간 판데에서 롬로본이랑 싸우다가 마나도 다 떨어지고, 서로 한대만 더 때리면 죽고 죽일 수 있는 상황이었음
묘수로 팬텀미러로 롬로본을 두마리 복제함, 나는 당연히 본체한테 글라시를 써줄줄 알았는데, 이놈들이 갑자기 토네이도를 3배로 돌리기 시작
그대로 세탁기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비명횡사함
자 이제 복수 드가자~
또 팬텀미러냐!
어~ 훼이크고 절영이야~ 반으로 얼려져서 죽어~
공교롭게, 지구라트 17층에서 또 비슷한 상황 발생
두번 당하면 그게 젤리지 트롤이냐?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
"아 이것이 지구랏 피겨린인가?"
이걸 찍느라 오브를 안 먹었다고? 야 능지 챙겨~
좋아요 나갑시다!
당신은 탈출했다!
morgue-ASCIIPhilia-20240809-172455.txt
묻힌 트롤들아 이제 편히 자라
나도 드디어 발 뻗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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