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프로에 입단한 고졸 신인 투수에게는 가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원태인을 삼성은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팀 전체가 발벗고 다시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나섰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강민호는 원태인을 따로 불러내 사과를 했다. 강민호는 “내가 체인지업이나 다른 구종 사인을 냈어야했다. 슬라이더 타이밍이 아니었다.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라고 했다. 2004년 프로에 입단해 16년차를 맞이한 대선배의 사과를 듣고 원태인은 ‘감동’을 받았다.

다음날 코칭스태프는 원태인에게 ‘복수’를 할 기회를 줬다. 4-9로 패색이 짙던 9회 오치아이 세이지 투수코치는 같은 두산의 타순에 원태인을 또 내보냈다. 정현욱 투수코치도 “전날처럼 구속 안 나오면 2군에 보낸다”며 농담 섞인 으름장을 놨다.

원태인은 “오치아이 코치님이 ‘그러면서 크는거다. 마운드에 올라가 같은 타선에서 복수해라’고 말씀하셔서 기죽지 않고 패기있게 붙으려고 했다”고 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도 원태인을 따로 불러서 애정어린 말을 건넸다. 2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는 “왜 그날 떨었냐”라며 긴장을 풀어줬다. 이날도 원태인을 8회 내보내 2이닝을 책임지게 했다.

원태인은 이같은 경험들이 자신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모든게 재미있다. 야구장에 팬들도 많이 오고 응원 소리도 크니까 더 재미있다. 아직 많이 배우는 단계니까 자신있게 붙어보자고 하면서 나 자신도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올시즌은 필승조에서 제 역할을 하며 자리를 잡고 언젠가는 선발로서 마운드에 싶다. 그는 “올시즌에는 부상 방지도 해야하고 30개만이라도 제대로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기로 했다. 투수의 ‘꽃’인 필승조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목표를 이뤘다. 나름대로 괜찮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