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저도 답답합니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외국인 투수 저스틴 헤일리의 갑작스런 기량 저하의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례적으로 답답함을 호소했다. 부진투는 계속되고 있는데 기량 저하의 원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없다. 수차례 헤일리의 몸상태에 문제가 없는지 살폈지만 본인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일리는 부상 전후로 완전히 달라진 투수가 됐다. 옆구리 부상으로 빠지기 전에는 150㎞의 빠른 공을 바탕으로 위력적인 컷패스트볼과 변화구를 곁들여 타자를 요리하는 위력적인 모습을 뽐냈다. 오히려 시즌 초반엔 1선발감으로 영입한 덱 맥과이어보다 나은 투수였다. 하지만 옆구리 통증으로 2군에 다녀온 헤일리는 이전에 보여준 위력적인 모습을 잃어버렸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구속의 차이다. 150㎞에 육박하는 직구 구속이 140㎞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최근 경기에선 직구 최고 구속이 142㎞가 나오기도 했다. 최저 구속이 아니다. 최고 구속이다. 약 8㎞의 구속 저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김 감독은 “최근 경기에서 헤일리의 구속이 138㎞가 나왔길래 ‘지금 던진 게 컷패스트볼이냐’고 물었더니 직구라고 하더라”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직구 구속이 안나오니 다른 구종의 경쟁력이 살 수가 없다. 평범 그 이하의 투수로 전락해버린 헤일리다.

그렇다면 헤일리의 갑작스런 기량 저하를 불러온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서 삼성의 답답함이 표출된다. 아직까지 ‘원인불명’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나는 외국인 투수라도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휴식을 줄 생각이 있다. 길게 보고 가야하는 투순데 승패가 중요하다고 몸에 이상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시킬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헤일리의 일관된 ‘이상 무’ 답변이 김 감독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는 “헤일리에게 아픈 곳이 없냐고 물어도 계속 이상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왜 경기력이 뚝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보여지는 헤일리의 행동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투수는 안타를 맞을수도 있고 실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뒤에 야수들이 보고 있는데 마운드위에서 계속 좋지 않은 표정과 행동을 취하면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몸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부진의 원인을 심리적인 요인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가장 합리적인 의심은 부상 재발 걱정으로 인한 ‘소극적 피칭’이다. 이미 한 차례 당한 부상으로 자신의 몸상태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렸고, 이것이 마운드에서 소극적인 피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한번 더 로테이션에서 빠지면 퇴출될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헤일리가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는 팀에 전혀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 차라리 솔직하게 문제점을 말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을 갖는게 낫다.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