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흙생.txt모바일에서 작성

Flowers!(211.36) 2015.11.05 02:25:48
조회 219 추천 7 댓글 2

흙갤이 생기고 나서 이 흙 저 흙 보다보니 새삼 내 삶은 어땠더라.. 하고 돌아보다 함 써보게 되었어.




생각해보면 난 태어났을 때만해도 흙은 아니었던 것같아. 그래봐야 동? 플라스틱? 이었겠지만.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내 제일 처음 기억은 아버지 어머니와 작은 연립주택에 살던거였어. 그리고 난 세발자전거를 좋아하던 애기였었고..
그러다 IMF가 터졌어. 모두가 힘들던 시기였는데 우리 집같은 흙으로 쌓은 성이 버틸리가 있나.

우리집은 흔한 맞벌이가정이었는데 어머니는 은행원이셨고 아버진 중소기업의 샐러리맨이셨어. 그런데 IMF로 아버지는 회사에서 쫒겨나셨고, 그간 모아둔 돈과 친척들에게 빌리고 은행에 빌려서 작은 가게를 마련하셨던거같아. 원체 힘든 시기였는데 부모님은 나를 키워줄 시간이 없으셨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형편이 안됬고 결국 난 외할머니네에서 유년기를 보내게 되었어. 어머니는 한달에 1번? 정도밖에 못 봤던거같아. 아버지는 더더욱 보기 힘들었고.
할머니네는 좋았어 할머니도 나를 예뻐해주셨고 마을 사람들도 좋아했으니까. 그래도 제일 좋았을 때는 주말이었어. 어머니가 가끔 오셨는데 그 올 수 있는 날은 주말뿐이었으니까.. 그리곤 나와 하루 같이 자고 다음날 바로 올라가셨었지..

이 시기에 사고가 한번 났었는데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세발자전거를 타고 동네하천 근처에 있던 도로 갓길을 돌아다녔지. 근데 맞은편 차를 피하려고 손잡이를 꺾었고. 난 그 하천으로 굴러떨어졌어.
일어나보니 병원이더라. 뭐가 뭔지 몰랐지만 어머니가 옆에 계셨고 어머니는 날 보고 우시며 나를 안아주셨어.
난 주말도 아닌데 어머니가 옆에 있단 것만으로 너무 좋았어. 그땐 세상을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애였으니까..

그렇게 몇년이 흘렀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됬을 때 난 다시 부모님과 만날 수 있었어. 부모님이 아버지가게 근처에 집을 구하셨거든.. 몰랐는데 어머닌 은행에서 짤리시고 아버지를 도와드리고 계셨지. 새로운 학교는 나쁘지않았어. 친구도 많이 사겼었고. 모든게 행복했었는데 아버지께서 조금 변하셨더라구.

예전엔 잘 웃으시고 다니시던 분이 그 때에는 도통 웃으시는 걸 못봤어. 그러다 술드시고 오시는 날엔 어머니와 내게 욕을 하시고, 집안 물건들을 다 부수고 하셨지. 난 너무 무서워 아버지가 얼른 잠드시기를 기도했어. 한번은 자고있는데 아버지가 부르는 소리에 깻었지. 근데 무서워서 자는 척했어. ㅎㅎ.. 아버지 발이 내 배를 걷어찼어. 아버지께선 자식새끼가 애비가 부르는데 처자고 있냐는 이유로 두들겨 맞았고, 어머닌 그런 아버지를 말리시다 맞으셨지.

사실 밤에만 그런건 아니셨어. 다음날 숙취로 술이 덜 깨셨을 때에는 밥먹다가도 맞았어. 애비보다 수저 먼저 들었다거나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그거 많이 먹는다고 맞거나.. 아버지가 얘기하실 땐 웃어도 울어도 안됬어. 그럼 때리셨으니까. 그저 묵묵히 아버지가 원하는 대답을 상상하고 무표정으로 말해야했지. 가끔 \'니새낀 왜 태어났냐? 왜 태어나가지고 나한테 이렇게 힘들게하냐고\' 이런 질문엔 대답 못했지만.. 어머닌 그런 아버지께 맞으실 때 소리지르시며 아프다 우셨어. 난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기도 했고.

한번은 바로 옆집에 사는 친구네서 놀다 저녁 8시에 집에 왔는데 술드신 아버지가 먼저 들어가고 계셨어. 난 그때도 두들겨 맞았어 애비보다 늦게 돌아다니냐고. 그리고 구두를 던져 내 머리를 때리시곤 꺼져라고 하셨고 난 근처 놀이터 그네와 미끄럼틀에서 잤어.. 그게 내 첫 노숙이었고 난 겨우 초3이었어.. 해가 떠오를 때쯤이 되서야 난 날 깨우신 어머니 손에 이끌려 집에 들어갈 수 있었고 아버지가 일어나시기 전에 학교를 도망치듯 가야했지.

그렇게 또 몇년이 지났어. 아버지의 술드시는 날은 점점 늘어만 갔고 어머니의 눈물도 점점 많아지셨지. 죽여버리고싶다ㅡ라는 생각도 가끔 들었지만 금방 없앴어.
그래도 내 아버지신걸..

중3이 되서 우리 집이 다른 집과는 조금 틀리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기술을 배워 빨리 일을 하고 싶었고, 아버지께 엄청 맞아가며 허락받아 겨우 실업계를 갈 수 있었어.
그게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처음 있던 일이야. 내가 뭔가 주장했다는거..

고등학생이 되서는 초딩때 알던 친구를 다시 만났었는데 얘는 나완 다르게 소위 말하는 일진이 되어있더라.. 웃기게도 걔는 날 엄청 챙겨줬고, 나는 무시당하거나 그런거 없이 편하게 보냈어. 그리고 얘랑 다니면서 난 술담배를 배우게 됬지.. 그러다 여자친구도 몇번 사귀었었는데 처음과 두번째는 술을 마시다 분위기에 이끌려 사귀게됬었어. 세번째는 좀 다르게 소개받았었고. 근데 셋다 100일도 안가서 전부 헤어졌어. 친구는 한국기준 금수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역에서는 잘나가던 집 자식이었는데 우리집이 힘들다는걸 알고 많이 도와줬었어. 밥도 사주고 놀러다닐 때도 다 자기가 냈지..

좀 미안했지만 그래도 행복했어. 집에 가까워질수록 부서지던 환상이었지만 그 달콤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더라. 처음 느껴보던 자유? 같은 느낌이었거든ㅎ..
밤이 싫었어. 집엔 술만 드시면 악마가 되시던 분이 천사같은 어머니를 때리시곤 했으니까.

물론 학교생활이 완전 좋았던건 아냐.
교복바지 허벅지쪽이 찢어졌을 때 친구에게 요즘은 빈티지아니겠냐라고 넘겼는데 속으론 너무 서글펐었고, 가끔 사복입고 가야될 땐 입을 옷이 없어서피시방에서 밤샜다고 거짓말하고 교복입고도 가봤어. 선생님한텐 친구네서 잤다하구.. 그러다보니 친구도 친구겠다 나도 이미지가 나빠지더라..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못나서 애들 가려사귀지않아 덜 질나쁜 애로 보인거?정도..
2학년땐 수학여행도 못가봤어. 돈이 없어서..

2학년이 됬을 땐 아버지가 허리를 다치셔서 집이 더 힘들어졌었지. 난 그래서 일을 하고 싶었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나까지 일하면 이 가난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날까 싶었어. 근데 학교도 다녀야되고하니 낮에 할 수 있는게 없었어. 주말에 가끔 전단지 돌리던거였는데.. 알고 지내던 형이 피시방알바를 꽂아주더라..

너무 기뻤어. 비록 야간이었지만 손님이 엄청 없어서 잠깐 눈붙히고 그랬거든. 학교는 1교시는 거의 다 빼먹게 되었고 그만큼 체벌을 받았지만 그래도 좋았어. 그렇다고 공부를 안했던건 아냐 어떻게든 하려고 노력하서 그래도 반5손가락안에는 꾸준히 들게 되더라..

한번은 학교 글짓기대회? 거기서 우수상탔었거든? 상장을 어머니께 보여드리니까 어머니는 상장을 보시곤 덤덤히 잘했다. 라고 말씀하셨어. 좋아하실줄 알았는데 의아했었지..
근데 그날 밤 잠에서 깬 난 내 옆에서 어머니가 우시는걸 들었어 어머니는 내 옆에서 흐느끼며 미안하다고 이런데서 태어나게해서 미안하다고 우셨어.
그건 아버지께 맞을 때 우시던 눈물과는 다른 눈물이었어.
육체의 고통이 아닌 마음이 아파 우시던 눈물이었고, 난 뒤척이는 척하면서 어머니 계신 곳에서 등돌리고 가슴속으로 울었어.

이때 여자친구도 있었는데, 거의 얻어먹기만 했거든? 아주 가끔 더치페이? 그래서 월급받던거에서 대부분은 생활비에 보태고 조금씩 떼서 싸구려커플링이라도 해주려고 모으고 있었어.
그당시 여자친구는 정말 착했어. 얘도 잘사는 집은 아니었어 아버지가 안계시구 어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남동생과 살았었거든.. 벼룩의 간을 빼먹는거 같아 행복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은 너무나 쓰라리더라.. 그래서 그렇게 반지라도 해주고 싶었던거같아.

근데 얘네 어머니가 만나시던 아저씨와 재혼을 하시자마자 얘는 갑자기 나와 헤어지자했어. 왠지모르게 말야.. 그렇게 난 얘한테 해준 것도 없이 얘랑 헤어졌지..
나중에 알게됬는데 얘 새아버지가 얘 고졸하자마자 미구으로 유학보내셨더라..

그나마 집이 싫었던 내게 버팀목이 되준건 여자친구와 학교였는데 말이야..
음.. 이때 잠은 하루 4시간 잔거같아 하교하고 출근사이에 억지로라도 잤지 뭐..
근데 피시방도 한 반년 일하고 짤렸어. 아무래도 미성년자 야간은 좀 그렇잖아..

피시방을 그만두니 또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지 뭐..
한번은 못참아서 아버지께 대들었었는데 졌어. 그당시 난 밥값도 아까워서 다이제 한통사서 끼니마다 그 다이제 비스킷 한개로 버텼거든.. 그러다보니 체격은 왜소해져갔고 몸에 근육은 다 사라졌어. 당시 내가 아마 170에 47인가 그랬을거야

2학년 2학기 초반엔 가출도 해봤었는데 정말 너무 힘들더라. 잘 곳도 돈도 없어서 친구네서 자던가 안되면 상가 지하실에서 자고 역 화장실변기에서도 자고..
그나마 친구가 간간히 먹을거 사주고 해서 살아갔지.
근데 새벽에 혼자 터벅터벅 걷는데 맞은편 가로등에서 어떤 아저씨가 내게 길을 물어보더라? 왠지 싸해서 거리 안좁히고 말했는데 자꾸 이쪽으로 와보라는거야. 난 계속 딴말하며 조금씩 뒷걸음쳤는데 그 아저씨 뒷짐지고 있었거든? 근데 갑자기 그 아저씨 뒷짐을 푸는거야.
칼을 쥐고 있었어. 진짜 칼보자마자 뒤돌아 도망쳤어. 너무너무 무서워서 달렸어, 진짜 아무 생각없이 뒤에서 아저씨 고함치는거 다 무시하고 달렸어. 그러다 자던 상가 지하실가서 숨죽이고 있다 잠들었고 다시 깻을 때는 낮이더라.  전날 생각하니 너무 오싹했고. 이 창고마저 무서워서 낮이니까 괜찮겠지하고 밖에 나왔는데 친구네 아버지와 길거리에서 마주쳤어. 내 몰골보니
아저씨가 많이 힘들었나보네 하고 바로 앞에 있던 갈비탕집을 데려가 갈비탕을 사주셨어.

하.. 갈비탕 그때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더라..
맛있어서인지 따스한 아저씨덕인지 눈물이 났어.
정말 소리도 못내고 울며 먹었고 아저씨는 그런 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시다 집까지 데려다주셨어.

신기한건 아버지였는데 진짜 엄청 맞겠다 했는데 오히려 잘왔다 라고 말해주셨어. 그 뒤론 술드셔도 얘기만 하셨지 가족을 때리지도 않으셨지.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학교를 다녔고, 그 예의 친구놈은 내 가출담듣고 낄낄 거렸지. 이때 그 친구가 다니던 교회가 있었거든? 가족이 전부 다 다녀서 어쩔 수 없이 다닌다던 교회였는데 주말 낮엔 무조건 가야된다더라.. 근데 얘가 주말에 집에 있는데 전화로 ㅇㅇ노래방으로 오라는거야.
그래서 난 좋다고 갔지.. 아버지가 안때리신다해도 어색하고 무서운건 변하지않으니까..

갔더니 왠 남자 몇명하고 여자 2명? 3명인가가 있더라.
원체 발이 넓은 애라 얘 친구들이겠거니하고 말도 안섞고 인사만 대충하고 노래부르고 나왔어. 그랬더니 친구가 그러는거야 이참에 자기 교회도 가보지 않을래? 하고.

알고보니 그 노래방안에 있던 애들은 걔네 교회애들이었었고, 점심시간에 잠깐 나온거고 좀 있으면 오후예배한다고 가야되는 거였어. 어떡하지-하는데 친구가 가면 맛있는거 준다길래 쫒아갔지;;

갔더니 아직 점심밥이 있더라구.. 그래서 그 밥먹구 멀뚱히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부르더라. 그래서 그분따라 무슩방같은데로 들어갔어. 근데 아주머니가 갑자기 그러더라 너 XX친구지? 근데 우리 ㅇㅇ(딸이름;)이랑은 왜 같이 있었니? 하더라..

그게 누구야;; 그래서 난 솔직하게 말씀드렸어
친구가 불러서간거고 ㅇㅇ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내 노래만 부르고 왔다고.
그렇게 말하니까 아주머니 표정이 조금 풀리셨고 알겠다고 오해해서 미안하다 하시더라. 학교 어디냐 물어보시길래 우리학교 말하니까 표정 다시 굳어지시면서 그래, 알겠고 ㅇㅇ이랑은 혹시 밖에서 만나거든 모른척하고 교회에서만 아는체하라는거야.

조금 화났지만.. 그래도 나보다 어른이니 참고 네;; 라고 했어 어차피 ㅇㅇ이랑 만날 일도 없는데 뭐;

그후로 교회는 가끔 나갔어. 전날 아버지가 술드셨었거나 할때..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교회애들과도 친해지더라. 난 애기들 엄청 좋아해서 애기들이랑 자주 놀아줬었는데 ㅇㅇ이란 애도 언제부턴가 애들이랑 놀아주더라고. 그때의 ㅇㅇ은 정말 순수하고 착해보였어..
그렇게 친해져서 나중엔 인사도 하고 그랬어.

그렇게 지내는데 교회어른들이 날 별로 안좋게 보시더라. 내 친구는 교회를 진짜 싫어해서 맨날 오후예배 안듣고 가는데 나도 같이 갔거든.. 걔없음 사실상 있을 필요가 없잖아.. 나머진 너무 어색하기도 하구.. 근데 친구가 오후예배 안듣는게 나때문이라는 식의 얘기를 듣게 됬고 난 그 뒤로 교회를 가지않았어. 대신 주말에 일당받는 일 아무거나 하면서 다시 생활비에 보탰었지.

그렇게 지내는데 ㅇㅇ한테 연락이 온거야. 내 친구 연락이 안되서 그러는데 혹시 같이 있냐고. 그래서 없다했는데 그 뒤로 가끔씩 연락오더라 이것저것..
한번은 밖에서 잠깐 만나자길래 갔었어. 근데 정말 잠깐이더라.. 얘는 타지역에 있는 예고다니는 은수저미술학도여서 시외버스통학했거든? 그 터미널과 집가는 버스타는 정류장. 그 사이를 지나가는 그 몇분.. 얘네 아주머니가 시내버스시간표를 외우고 있어서 늦으면 안되가지고 딴데 가지도 못했어. 근데 사실 나 얘 좋아해서 그 시간조차 좋았다?
그런 식으로 몇번 불러내길래 갔는데 한번은 자기가 맨날 불러내는 것같다고 밥 한번 사주겠다는거야..

그때 처음으로 생일도 아닌데 돈까스를.. 그것도 싸구려배달이 아닌 식당에서.. 먹어봤다..
그리곤 고백받았어;; 첨엔 내가 흙이라 또 암것도 못해줄까봐 거절했었는데.. 좋아하는 마음 포기가 안되더라.

암튼 행복하게 사귀고 있었는데. 진짜 행복했다.
내 인생 과거 현재 미래 합쳐도 가장 행복한 때일거라 믿어.
근데 한번은 얘가 밤에 전화오길래 받앗어.
강원도 가족여행왔는데 별이 예쁘대..
그래서 대충 얘기하다가 애가 너무 밖에 오래 있는거 같아서 추우니까 들어가라고 말하구 전화끊었는데 몇분있다 다시 전화오더라? 받으니까 걔네 아주머니셨고 난 30분 가까이 욕먹었어.. 화났지만 별 수 있겠니? 그냥 네.. 죄송해요.. 했지 뭐..

그리곤 ㅇㅇ과 연락이 끊겼었는데 몇일 뒤에 미안해.. 라고 문자오더라.. 그게 ㅇㅇ과의 마지막 문자였어.
그 후로 난 ㅇㅇ을 못봤어.. 그리고 여자대하는게 뭔가 힘들어졌지..

그 뒤론 학교 졸업했는데 대학은 못 갔어. 솔직히 대학보단 돈이 먼저였거든.. 근데 길에서 어떤 아저씨가 날 아는체 하더라? 그래서 봤더니 고2때 반년 일했던 피시방에 가끔 오시던 손님인거야. 나 의외로 일은 개처럼하고 손님한텐 진짜 깍듯이 하거든? 근데 그런 면이 좋았다고 하면서 요즘은 뭐하고 지내냐 물으시더라. 그래서 졸업하고 일자리 알아보고 있다했어(그 때 고딩인거 알았음 대부분 손님이..)

그랬더니 나보고 그럼 그.. 보수 좋은 일자리 하나 알려줄까 그러시더라..
불법토토 사이트관리였어. 그분은 그 토사장의 친동생이엇구.. 하는 일은 쉽더라.. 2인1조로 12시간씩 토토사이트 봐주는거였어. 배당이나 그런건 토사장네 메인사이트 에서 정하는거 그대로 따라하면 됬었고. 그렇게 몇개월했는데 최소 300씩 벌더라 앉아서 숫자 몇개 써주는데ㅎㅎ.. 근데 부모님껜 뭐라 말을 못했어. 그냥 피시방알바한다고 했는데 가슴 한구석이 쓰라리더라..

그 토사무실엔 대부분 20후반 30중반 사이였고 내 또래는 한살위와 두살위 2명뿐이었어. 자연스레 우리 셋은 친해졌는데 두살위형이 그러더라. 슬슬 그만둬야되지않겠냐고. 솔직히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그래서 우리 셋 다 군대 핑계로 그만뒀어.. 분명 내가 잘 벌어오다 그만 둬서 다시 집이 힘들어졌을텐데 어머닌 아무 말씀도 하지않으셨어. 그러다 나 혼자 군대 연기되서 갑자기 벙찌게 됬는데 그 토사장 동생분이 항구에서 일해볼래? 하고 추천해주시더라.. 그건 부모님께 당당히 말해도 되고 합법적이니 좋았지..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그 노가다 뛰면서 좋은 분들 많이 만났는데 다들 내 사정 아시곤 자기들 밥먹을 때마다 부르셔서 사주셨어.. 막내는 원래 이런 자리에선 얻어먹는거라나? 그러고선 집에도 싸가야 효자라고 음식포장도 많이 해주셨지..

걔중엔 신학과나오신 분이 계셨는데 이분이 아마 지금의 내 긍정인성을 만들어주신 분이지 않은가싶어. 어떤 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시더라.. 정말 이분께 좋은 말씀 많이 들었고 내게 깨달음도 많이 주신 분이었거든..  
이 아저씨들.. 벌써 4년이 지났는데 간간히 연락와서 오즘은 살만하냐구 밥사주신다..
바보같이.. 착하기만 한 아저씨들ㅜㅜ

여담인데 그 일했던 곳 토사장 결혼반년차였는데 와이프버리고 자기 지인들한테 돈 있는거 다 빌리고 잠수탓다하더라.. 친동생과 가족들이 뼈빠지게 일하며 갚고 있음;;

그렇게 출퇴근하고 아저씨들이랑 그분들 집근처에서 저녁먹구 오는 버스에서 ㅇㅇ을 다시 만났어..
ㅇㅇ은 버스에서 누군가와 전화하고 있었는데
ㅇㅇ을 본 순간 조금 짙어진 화장속에서도 난 그녀가 ㅇㅇ임을 단박에 알아차렸어.
아련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혹시나 날 알아봐줄까 나는 그녀를 지나쳐 ㅇㅇ의 대각선에 위치한 좌석에 앉았어.
난.. 항구에서 일해 피부는 그을렸고 옷은 더러웠는데 ㅇㅇ은 더 빛나고 있더라..
사실 ㅇㅇ에 대한 소식은 간간히 들었었어. 친구가 걔랑 같은 교회니까.. 나랑 그렇게 헤어지고 대학입학하구 과대표인가랑 사귀어서 교회에 데려왔는데 걔 어머니가 너 대할 때랑 완전 딴판으로 엄청 잘해주더라 하면서 그 아주머니 욕을 했는데, 솔직히 내가 못배운게 죄고 가난한게 죄지 뭐.. 조금 서럽고 가슴아팠지만..
근데 반년쯤 사귀다 헤어졌다더라..

그렇게 ㅇㅇ을 바라보다가 내려야할 정류장을 놓쳤고 난 허둥지둥 하차벨을 누르고 일어섰어. 그런데 ㅇㅇ도 일어서더라.. 우린 버스 뒷문에 나란히 섰었고.. ㅇㅇ은 그제서야 날 알아본거같아. 난.. 어색하지만 오랜만이야라고 인사했어.. 그러자 ㅇㅇ이 그러게.. 오랜만이네.. 하더라..
또 정적이 흘렀어. 사실상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가 그리 긴게 아닌데 엄청 길게 느껴지더라.. 그러다 내가 다시 한번 말했어. 잘지냈냐고.. 그러니 잘지냈다하더라. 그 때 문이 열렸고 우린 내려서 나중에 또보자고 지킬리 없는 말을 하고 헤어졌어. 근데 난 ㅇㅇ한테 말해주고싶었어. 난 괜찮다고 살다보니 아주머니 맘 이해되더라고 미안해하지말라고.
그 말하려고 다시 뒤돌아서 ㅇㅇ 이름 불렀는데 그대로 뛰어가더라.. 결국 내 말은 또다시 가슴속에만 맴돌게 되었고 ㅇㅇ의 마지막 모습은 뒷모습이 되었지 뭐..

22살되던 해에 군대를 가게되었는데 솔직히 군대 좋았다. 훈련이고 뭐고 돈걱정 밥걱정 잠걱정 안한단거에서 너무 행복했어. 시간도 금방 가더라.. 같이 지내던 애들도 간부들도 전부 부사관 권유했는데.. 솔직히 병사니까 그랬던거지 책임이 생기면 그렇게 즐겁게 못보낼거 같다는 핑계로 전역했어.

그 뒤론 뭐.. 편의점알바하고 있는데.. 집도 진짜 암흑기는 다행히 넘겨서 어떻게든 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언젠간 이 흙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

사실.. 아버지께서 연세도 연세셔서 그 장사 잘 되지도 않지만 그래도 수입의 한쪽 담당하던 가게 운영 못하실정도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야.. 어머니 혼자선 힘들텐데..

그리고 어제 그 토사장친동생이 연락왔는데 자기 조만간 가게낸다고 거기 노래혼웨이터 해줄 수 있냐 물어보더라..
물론 니 성격상 당장 일 그만둘거 아닌거 아니까 한두달 더하고 그만두게되면 연락하라해서 지금 고민중..





긴 노잼인생글 읽어줘서 고맙다..
일하면서 간간히 쓴거라 다 못쓴 얘기도 있고 대충 쓴 것도 있는데.. 뭐..

그냥 힘들어도 웃으면서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간 빛볼 날이 올거라 생각하고 살아가면 될거같아..
아니 적어도 미련이 남지않게 살면 그걸로 만족해..

흙갤러들아 지금은 우리 모두 힘들지만 언젠간 우리도 동이 될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말고 열심히 살자.

추천 비추천

7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외모와 달리 술 일절 못 마셔 가장 의외인 스타는? 운영자 24/07/01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2/28 - -
32972 해외여행 한번도 못가보면 흙수저냐...? [2] 11(211.226) 15.11.05 81 0
32971 [스압] 나도 글 적고 싶어서. 탈출은 아니라도 열심히 사는 썰 ㅎ [5] 재윤(121.176) 15.11.05 156 3
32968 돈생기면 힘든사람들 도와주며 살고싶다 [5] ㅇㅇ(219.250) 15.11.05 81 0
32967 가난그릴스님 생필품 지원 해드리고 싶습니다 [3] 엠디(221.163) 15.11.05 319 0
32966 여친이 나보다 잘사는 증거.. [5] 나그네(211.246) 15.11.05 203 0
32965 야 니들 100억 생기면 뭐할거냐??ㅋㅋㅋ [15] 채원트윈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05 201 0
32964 리얼 난 차 인증 집 인증 하는애들보다 어설프게 동수저인애들이 [1] ㅇㅇ(1.233) 15.11.05 127 0
32963 일본여행 가고싶다.. ㅇㅇ(219.250) 15.11.05 22 0
32962 나 근데 진짜 미안한 애들있는데 [10] ㅇㅇ(144.0) 15.11.05 210 0
32961 여기가 바로 흙수저 동네 ㅇㅇ(175.223) 15.11.05 118 0
32958 흙수저 해외여행 사치냐? [4] 나그네(211.246) 15.11.05 119 0
32954 흙갤와서 기만하는 이유가 뭐냐 [3] ㅇㅇ(219.250) 15.11.05 104 0
32953 흙수저 특징.txt [3] 안성탕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05 246 0
32952 솔직히 딴애들이 차니 집이니 인증해도 잘 모르겠다 [4] ㅇㅇ(211.246) 15.11.05 100 1
32951 진짜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나는 대학교 3학년 되서야 처음 가봄 ㅋㅋㅋ [2] 채원트윈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05 98 0
32949 너네 사정 다아는 친구있냐? [13] ㅇㅇ(116.121) 15.11.05 195 0
32948 큰일났다 게이들아.. [6] 지야(182.221) 15.11.05 116 0
32946 경기도 흙수저 동네 [5] 3탄(175.223) 15.11.05 238 0
32945 너네 꿈이 뭐냐 [4] ㅇㅇ(219.250) 15.11.05 80 0
32942 김유식도 흙수저였나 ㅇㅇ(211.246) 15.11.05 33 0
32941 25살 넘은 흙수저는 ㄹㅇ(223.33) 15.11.05 62 0
32940 오늘 알바 사장님이 집에서 닭먹으라고 반마리 포장해주셨다 [4] 나그네(211.246) 15.11.05 148 0
32937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모기 물리는 것 자체가 가난한 거 dd(112.148) 15.11.05 46 0
32936 흙수전데 친구는 많거든?? 놀자하는거 마다하는거 힘들다.. [6] 흙아흙아(110.70) 15.11.05 165 1
32935 책본문인데 인상깊어서 알려주려고 [5] ㅇㅇ(59.27) 15.11.05 122 0
32934 인물이라도 금수저였으면 삶이 훨씬 윤택했을텐데 ㅇㅇ(125.186) 15.11.05 26 0
32933 이새끼드 다 컨셉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웃기네 [3] 11(211.226) 15.11.05 135 0
32932 인서울로대학가니까서울 애들이 받고자란 문화적혜택에 충격.. ㄴㅇㄹ(121.180) 15.11.05 85 0
32931 어제 흙수저코스프레 좀 했는데ㅋㅋㅋ ㅇㅇ(66.249) 15.11.05 73 2
32926 아니 왜 모기가 아직까지 있음? [2] ㄴㄴ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05 56 0
32925 ㅅㅂ오늘큰맘먹었다. [3] ㅇㅇ(221.165) 15.11.05 211 1
32924 인천 흙수저 동네 ㅇㅇ(175.223) 15.11.05 85 0
32923 윤콩이같은애한테 관심좀주지마 [1] 구라파보스(210.105) 15.11.05 48 0
32922 니네 그거아냐? ㄹㅇ(223.33) 15.11.05 36 0
32921 내가 진짜 흙수저라는걸 뜬금없이 느낀게 [2] 채원트윈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05 135 2
32918 꼬부기 진정한 흙수저네 ㅋㅋㅋㅋㅋ [1] 11(211.226) 15.11.05 106 0
32917 알바할꺼면 큰데서해라 플라스틱수저(121.143) 15.11.05 85 0
32916 윤콩아 ㅋㅋ 형이 주갤 3대 미남인데 형 앞에서 와꾸 기만질 하지마라. dd(112.148) 15.11.05 45 0
32913 ㄴㄷㅎ [1] 코미카도켄스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05 27 0
32912 내가어릴때 꿈이뭐냐하면 [2] ㅇㅇ(223.62) 15.11.05 35 0
32911 이혼할거면 연애는 왜하고 결혼은 왜한거냐 [5] 꼬뷰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05 145 0
32909 흙수저인데 개키우는썰.txt [1] 존나한심(175.223) 15.11.05 168 0
32905 윤콩아재 성형충이신거 같은데 ㅇㅇ(58.94) 15.11.05 40 0
32904 헬스 때문에 커피 존나 좋아하는 내가 커피 끊은 썰.txt 11(211.226) 15.11.05 199 0
32903 대학가서 애들이 알바비로 허세부리는거야ㅋㅋ ㅇㅇ(66.249) 15.11.05 58 0
32902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인듯 싶네 ㅎㅎ(211.179) 15.11.05 27 0
32901 흙수저와 쇠수저의 특징을 알려줄까? dd(112.148) 15.11.05 116 1
32899 가난그릴스 진자 닉값한다 맨vs와일드 헬조선 버전 보는거같다 [1]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05 257 0
32898 닭고기 배부르게 먹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냉동 닭가슴살 주문할때 ㅇㅇ(211.224) 15.11.05 58 0
32897 흙수저들은 저마다 마음의상처가있다 ㅇㅇ(211.38) 15.11.05 85 6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