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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진돗개(163.152) 2015.11.06 23:22:00
조회 46 추천 0 댓글 0


맨 처음, 우리 집은 1층짜리 한옥에 세가구가 사는, 약간 기묘한 형태의 집이었다


어릴 적엔 마당이 엄청 넓다고 느껴졌었는데, 나중에 듣기론 그 집 부지 다합쳐서 50평이 안됐다고한다


건물이 반 정도 차지했으니 25평남짓한 공간에 세가구가 살었던 모양.


그나마도 월세였다. 주인집은 같이 안살았는데 20년도 넘은 일이지만 옆집 아주머니께서 내 생일선물로 샤파(연필깎이)를 주신게 생각난다. 


파랑색 집모양.. 그거 아직도 집에 있다ㅎㅎ 연필 잘 깎인다 지금도


아버지는 초졸, 어머니는 고졸이셨는데, 자식이 나 하나뿐인지라 교육에 열심이셨다.


그 작은집에 한쪽 벽이 나 보라고 사놓은 책으로 꽉 차있었으니까


집에 있으면, 아버진 출근하고, 어머닌 부업을 하셨다. 인형 눈깔 붙이기 급은 아니었고.. 잘 기억은 안난다. 다만 매일 트럭이 와서 일감을 주고 가면


어머니는 하루종일 부엌에서 일을 하셨다. 난 옆에서 책을 보고 있고. 


그 집에서 2년쯤 살았을 때, 이사를 갔다.


부엌도,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이었는데


갑자기 왜 거기로 간지 몰랐었다. 단칸방에 세간을 가져다 놓으니 딱 세가족 누을자리만 남았었다.


아버지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엄마한테 사준 가스오븐이 놓을데가 없어서 구석에서 먼지쌓이고 있던게 생각난다.


난 너무 어렸던지라 이 변화에 별 생각이 없었다. 다만 씻을때 고무다라이에 물받는게 싫었을 뿐..


반년 뒤에 다시 돌아왔다.


1층 한옥집은 온데간데 없고 2층짜리 벽돌집이 있었다.


우리집이란다.


모은 돈으로 그 집을 사서 헐고 새로 지은거라고 했다.


내 방도 생겼다. 컴퓨터도 갖게됬다. 심지어 기르던 진돗개도 벽돌집을 지어줬다.



IMF가 오기전까지 우리집은 꾸준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97년


한보철강이 망한게 아직도 기억난다. 아버지가 거기다 주식몰빵하셨다고 한 것도 기억한다.


아버지가 일하던 공장도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 수학여행도 취소되고


암울한 시기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승부수를 띄웠다


다 망해가는데, 새 공장을 차리셨다..


이전 공장과 거래하던 곳 중에 살아남은 곳들을 다 거래처로 가져오고


버티고 버텼다..


결과는 지금이 말해준다


여긴 지방 광역시인데, 지역에서 업계 1위다


집은 60평대 아파트가 되었고, 시내에 건물 두채도 생겼다


빈손에서 여기까지 이 모든 걸 20년도 안되는 시간만에 이뤄내셨다.


아버지는 아직도 토요일에도 출근하신다


환갑되면 쉬면서 하실거라는데 아직도 나보다 에너지가 넘치시는 것 같다


어머니는 여전히 명품가방하나 없으시다.. 우리보다 없는 집도 하나 쯤은 있을 법한데



난 좋은 부모님만나서 그저 누리기만 했다


너무 받기만 하는 것도 죄송해서 3년전에 경제적으로는 독립하긴 했지만


아직도 갚을 빚이 많다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 해외여행도 시켜드리고 명품 가방도 사드리고, 외제차도 뽑아드리고 싶다..


물론 부모님 가진 재산이면 다하고도 남지만, 사치라는 걸 너무 싫어하셔서.. 아무래도 내 돈으로 시켜드려야 할 것 같다.


전에 얼핏 말씀드렸더니, 내 돈으로 그런거 시켜주면 거절 안할 거라고... 하셨다...


내가 성공하고 싶은 이유는 그냥 이런 이유 때문이다


좋은 부모님께 좋은 자식이 되고 싶다.


물론 나 또한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흙수저 갤러리에 맞지 않는 글 써서 미안하다.


거기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어서 더 미안하다.


그냥 가족이야기를 여기에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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