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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흙수저이야기인데

ㅇㅇㅇ(119.149) 2015.10.31 02:29:46
조회 211 추천 8 댓글 4

생각난김에 아랫글에 이어서 내 이야기를 쭉 해볼께


이 글을 보는 너희가 이런놈도 아직 꿈을 잡아보려고 애쓰는데 나정도는 뭐 괜찮은 편이지 라고 생각하면서

삶에 희망을 가진다면 좋겠어


일단 집안 사정을 설명하자면 집에는 약 6000정도 빚이 있었어.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가 말아먹었거든.


그래서 할머니 부모님 나 동생 이렇게 다섯명이 10평 채 안되는 작은 월세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게되었어.

쥐도 많이봤고 바퀴벌레도 많이 봤지.


심지어 초등학교때는 100원짜리 도화지를 두고 300원짜리 컬러 도화지를 준비물로 구매했다고 발바닥을 맞기도 했어.

고작 200원인데도 그때는 참 절실했었지.


아끼기 위해서 듣고 보고 읽은 절약을 모두 몸소 실천했어.

'수도꼭지를 조금만 열어서 물방울이 1~2방울정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만든후 대야에다가 받는다' 던가 길거리에난 쑥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없었지.


화장실에 벽돌을 넣는건 못했어.

푸세식이였거든..


간식으로는 산에있는 아카시아를 따다가 뒤를 빨아먹었어.

살짝 단맛이 나거든.


가계를 돕겠다고 곱추마냥 허리가 구부러져버린 할머니는 폐지를 주우러 거리로 나오시고


아직 아무것도 몰르던 코흘리게에 불과한 나는 어머니를 따라서 빈 병을 주워 슈퍼마켓에 팔곤했지.


행여나 떨어뜨려 깨트릴까 조심조심하면서 슈퍼마켓까지 양팔가득히 빈 병을 모아갔던건 어머니와 나의 일상이였어.


소주병이 맥주병보다 조금 더 비쌌던거 같아.


그렇게 꾸깃꾸깃 모은 돈들을 행여나 누가 훔쳐갈새라 장판아래에 꼭꼭 숨겨두고

어쩔수 없이 돈이 필요한경우 (예를들어 급식비)라던가 부모님께 말씀드릴때..


장판아래에 주름진 돈봉투 속에서 피땀어린 돈을 기꺼이 내어주시던 어머니의 고된 손은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떨렸던거 같아.


그만큼 집안의 지출은 커다란 출혈이였고..


그쯤되면 어린 나라도 알게되지.

가난이란 무엇이고 돈이란 것이 우리 집안에서 어떤것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가난은 족쇄였어.

빚은 목줄이였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그것들과 함께였고

흐릿하기만하던 삶에 대한 촛점이 나이가 들고 머리가 커져감에 따라 점점 맞춰져갔어.


눈 앞에 당도한 가난이,

아니면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그 가난을


언젠간 떨쳐낼수 있을꺼라고 어릴적에 나는 아무 근거도 없이 생각했었어.


아까도 적었지만 어릴적에 친구들과 놀만한 장난감이 없었고


정확히는 부모님께 장난감을 사게 돈을 주세요라고 부탁할 염치가 없었어.

아무것도 하지않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부탁할수 없었던거지.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는 장난감들 (당시 탑블레이드, 유희왕, 비비탄 총 등)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는 그들 무리에 끼기가 힘들었고

물론 가난해서 잘씻지도 않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도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있었던거 같아.


학교 옆에 있던 도서관에 하교길에 들르게 돼.


내가 나온 초등학교는 등촌초등학교야.

바로 옆에 강서도서관이 있어.

지도에만 쳐봐도 바로 볼 수 있을꺼야.


그리고 책을 읽고 읽고 읽고..


그곳은 점차 나만의 놀이터가 되었지.


책을 읽고 등장인물들의 삶을 엿보고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고

너무 즐거웠어.

행복했어.


그리고 그런 행복을 다른이들에게 전할수 있는 작가가 된다면 어떨까?

그게 내가 가진 처음이자 마지막 꿈 이였어.


그런데 도서관에서 책만 읽다보니까 자연스래 말수가 줄어들고 내성적으로 변해가더라.


그렇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초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중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는데 교복값이 싼건 아니잖아?


그래서 어머니는 졸업생의 교복을 물려받자고 나에게 말씀하시더라고..


중학교 들어갈때 어머니가 교복을 얻기위해서 동네를 발로 뛰어다니며 졸업하는 3학년을 찾는게

그때는 왜그렇게 창피했는지 모르겠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한동안 어머니와 말도 하기 싫었지.

많이 싸우기도 했어.


사춘기였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교복을 물려받고 무사히 중학교에 입학하게 돼


왜 중학교가면 장래희망 조사같은걸 하잖아?


나는 당연히 작가라고 적어서 냈고


돌아오는 담임선생님의 대답은 '작가는 돈을 벌기가 힘들텐데..?' 였어.


맞아. 직업은 일종의 생계유지수단이기도 하지.


어린시절 나는 그저 꿈이라는 반짝이는 불꽃을 쫓아가는 불나방일뿐 이였고.


그시절 돈은 나에게 절대적인 의미였어.

어린시절의 부모님은 항상 슬픔이 가득한 목소리로 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있었고


10평남짓한 좁은 방안에서 오히려 안들린다면 청력을 의심해봐야겠지.



그리고 작가가 '직업'이 아닌 '꿈'임을 깨닫게 되었어.


나는 몽마가 아니라 사람이야.

꿈을 먹고살수는 없지.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지.


밥을 먹기위해서는 쌀을 사야하고

쌀을 사기위해서는 돈을 벌어야하지.


소수의 작가들만이 적절한 수입을 내고 생계를 유지한다는것 또한 그때 선생님께 들은거야.


가난의 족쇄는

어린시절의 나에게 친구를 앗아가고


이번에는 꿈을 좀먹고 있었지.


차가운 현실이 몸으로 와닿을때


열정이 식고

의욕이 꺼졌어.


그 때부터 책을 읽지 않았어.


읽으면 괴로웠어.

나는 할 수가 없기에 너무 너무 괴로웠어.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고..


마치 책장의 접힌 모서리마냥 내 마음의 한 조각도 접혀진거 같은 기분이였어.


레코드판을 달리는 사슴마냥

매일매일 돌고도는 중학교 생활


그냥 내성적이고 중위권의 학생으로 눈에 띄지 않고 친구한명 없는 그저 그런 중학생이였어.


아무것도 없는 중학교 시절이였지.


죽은 왕녀의 파반느에 나온것처럼


그건 생활이였어.

삶은 아니였지.


살아있기위해서 생활했지만 나는 그걸 결코 삶이라고 부를수 없을꺼야.


어렸던 그 시절에도 지금에도 늙어서도.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 들어서서 dc인사이드를 접하게 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


나보다 힘든 사람들, 아픈 사람들, 잘사는 사람들, 엄청나게 공부를 잘하던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 입이 거친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깨달았어.


좁은 시야로 내 눈앞에만 펼쳐지던 현실이


인터넷이라는 매개를 통해 순식간에 드넓게 펼쳐진거지.


말 그대로 우물안 개구리였어.


그리고 그곳에 일기쓰는 것처럼 글을 몇자 남기게 되지.


그때 달렸던 댓글중 하나가 너 글 잘쓴다 재밋어 였어.


그때 어땠는줄 알아?


작가를 꿈꾸던 내가 글로써 누군가를 즐겁게 했어.


뭔가 깨진것마냥 집에 올때까지도 그 댓글을 읽고 되뇌고 되뇌고 되뇌고...


그리고 다음날 다시 컴퓨터실에가서 다시 내 글을 찾아서 그 댓글을 읽으니까


가슴속에서 무언가 피어오른다고 해야하나..


정말 말로 표현할수 없다가 가장 적절한 표현같아.


잃어버렸던 삶을 그때 되찾았어.

다시 꿈으로 발걸음을 향했어.



나는 딱히 공부를 잘하던 고등학생도 아니였고


위에서 많이써서 생략했지만 집안사정이 상당히 안좋았으니 대학같은건 꿈도 꾸지 못했지.


내 인생의 목표를 잡았어.


큰건 아니야.


정말 열심히 딱 한 작품만 내자.


책으로 딱 한 작품만 내고 눈을 감자.


요즘은 하루하루가 행복해.


군대는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어릴적부터 밥을 제대로 못먹어서 177/48로 공익판정을 받았어. 이제는 사회복무요원이라고 하던가..?


평일에는 국방의 의무를 지키고

주말에는 겸직허가를 받아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보태.


매일 퇴근하면 글을 쓰고 디씨를 보면서 가끔 글도 올리고 그래.


나보다 더한 흙수저도 있고

나보다 나은 흙수저도 있겠지 물론.


내가 하고픈 말은 정말 꿈을 찾으면 삶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아무튼 여기까지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너희들에게 좋은일이 있기를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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