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 한국시리즈 7차전.

4:1로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

그리고... 2사만루의 마지막 찬스.

노령화로 인해 온 몸을 기계로 대체한 덕아웃 메카 박경완 2호기 감독의 한마디.

'삐리리릭,강민이 내ㅡ'

김강민. 그가 누구인가. SK와 SSG에서만 50년을 뛰어온 명실상부한 인천의 레전드.2060년에도 유일하게 몸을 기계로 대체하지 않는 유일한 프로선수. '시즌이 끝난후 입원하겠다' 라고 예고은퇴를 선언한 그의 마지막 경기에, 결정적인 찬스에 박경완 감독은 김강민을 기용한다.

묵묵히 스윙연습을 하던 김강민은 터벅터벅 홈플레이트쪽으로 걸어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젠 이런 느낌도 다신 못느껴보겠지, 하고 김강민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지금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 김강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껌을 짝짝 씹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초구. 투수의 긴장감이 첫공에서 묻어나온다. 볼. 관중들은

안타 김강민~ 안타 김강민~ 안타 김강민~ 오오오오~ 김강민~ 오오오오~ 짐승 강민~ 오 김강민

김강민메들리를 부르고있다.

제 2구, 바깥쪽 꽉찬 스트라이크. 아직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다.

제 3구, 몸쪽 떨어지는공에 배트가 나가고만다. 김강민은 언제나 그랬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제 4구, 하이패스트볼 유인구, 그는 속지않는다.

제 5구, 몸쪽 패스트볼이 제구가 잘됐지만 스트라이크콜은 들리지않는다. 풀카운트.

...그리고 제 6구째, 상대팀 마무리투수가 던진 슬라이더가 정말 예술적으로 가운데쪽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의 방망이도 함께 돈다.

딱, 소리와 함께 공은 우중간 담장 너머로.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이상 들리지않는다. 한국시리즈 대타끝내기역전만루홈런. 김강민은 지난 선수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1루, 2루, 3루, 홈...... 그리고 다시 시점은 현실로. 덕아웃에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온다.

정우영 캐스터의 우렁찬 목소리가 밤하늘을 울린다.

ㅡ"김강민! 다시 한 번 최고령 홈런 기록 갱신! 오늘의 김강민은 어제의 김강민보다 더 늙었지만,더 강합니다!"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박경완감독을 찾아가 껴안은 박정권. 그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해냈구나, 강민아'

박경완 감독이 껴안자마자 관절염으로 쓰러지고 마는 78세 김강민의 노쇠한 몸.

ㅡ"강민아,진작에 국민연금이나 받으면서 살랬지..."

그리고 이듬해 그의 등번호 0번은 SSG의 영구결번으로 남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