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는 지난해 완벽한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 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1위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이룬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정상에 서는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을 보내고 다시 맞는 정규시즌을 앞두고는 SSG를 향한 외부 평가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와 일본 오키나와 캠프 등을 취재하고 돌아와 시범경기 현장을 다니고 있는 중계방송사 해설위원들은 대체로 SSG의 불안요소를 조금 더 크게 보고 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LG와 KT, 두산을 3강으로 뽑으면서 SSG를 키움, KIA, 롯데와 함께 4중으로 꼽은 가운데 정민철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이순철 위원과 똑같이 SSG를 ‘4중’에 포함시켰다. 아직은 시범경기 중으로 여러 전문가들의 전망이 집계되는 과정이지만, SSG에 대한 전력 평가는 대동소이한 분위기다.

지난해 SSG는 갖고 있는 힘을 뛰어넘는 결과로 주목받았다. 144경기에서 720득점에 622실점을 기록하며 득실차 ‘+98’로 정규시즌 2위 LG의 득실차 ‘+194’에 크게 모자랐지만, 시즌 중반까지 압도적인 레이스를 이어간 끝에 1위를 지켜냈다. 박빙의 경기를 효과적으로 잡았던 데다 승운도 따랐다. 일례로 지난해 5월18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를 맞고도 상대 주자들의 본헤드 플레이로 이닝을 끝낸 뒤 연장 12회 승수를 추가하는 기이한 경기를 하기도 했다. 시즌 막판, LG의 추격을 받는 과정에서 복기할 때는 굉장히 커보인 경기였다.

SSG는 지난해 수치화된 기록 이상으로 올린 승수가 올해는 오히려 불안요소로 보일 수도 있다. 여기에 전체 전력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더 크게 보이는 봄을 보내고도 있다. 이순철 위원은 “SSG는 지난해에도 셋업맨과 마무리가 약했다. 그 자리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안되면 올해 굉장히 어려운 시즌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의 지적대로 SSG는 불펜을 지키던 좌완 김태형이 입대한 데다 ‘전천후’ 이태양마저 FA(자유계약선수)로 한화로 돌아가 투수 구성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정민철 위원은 SSG의 경쟁력 중 하나였던 선발진에서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한 윌머 폰트가 미국으로 돌아가 공백을 만든 것을 크게 봤다. “폰트는 벤치에서 계산 가능한 ‘상수’였다. 다른 외국인투수들이 어느 정도 해줄지 지켜봐야겠지만, SSG로서는 폰트의 빈자리를 메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설상가상, SSG 새 외국인투수 중 한명인 좌완 에니 로메로가 연습경기 등판 도중 어깨 통증으로 자진 강판한 뒤 복귀 시점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투수 운용의 변수다.

SSG로서는 에이스 김광현이 건재하고 지난해 개막 시점에서는 함께 하지 못했던 다년계약 투수 박종훈, 문승원 등이 전력에 가세해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빠진 자리가 더 커보이는 시즌을 맞고 있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우승팀이 한 시즌만에 바로 우승권에서도 멀어지는 일이 잦았다. 2020시즌 챔피언 NC가 2021년 7위로 내려앉았고, 2021시즌 우승팀 KT도 한 시즌만인 지난해 4위로 처졌다.

우승팀은 우승반지뿐 아니라 자부심을 안고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SSG로서는 새 시즌이 입증하고 싶은 시간일 수 있다. 최근 약재 속에서도 ‘보여주고’ 싶은 시즌일 수 있다. 지난해 그랬듯 시즌의 뚜껑이 열리면 다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게 야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