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꽤 괜찮았다고 생각해. 그런데 확실히 이걸 "작품"으로 보면 평론가들의 평이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일반 대중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작품"으로 보러 가는게 아니고 "오락거리"로 보는 거거든. 이 영화는 "오락거리"로서는 훌륭해.
왜 평론가들이 이걸 바득바득 "작품"으로 보는가는 아무래도 다크 나이트의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본다.
놀란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으니 아무래도 같은 정도의 철학과 심오함을 요구하는거지.
그런데 슈퍼맨은 태생적 한계로 황당무계함을 안고 갈 수 밖에 없어. 배트맨과 달리 슈퍼맨은 인간이 아니거든.
하늘을 날아다니고, 눈에서는 열 광선을 쏘며, 수 만 톤에 이르는 바위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남자란 말이야.
그런 사람은 아무리 인간 사이에서 크더라도, 그의 관점이나 생각은 보통 인간과 괴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어.
그런 캐릭터로 인간과 인간사에 대한 통찰을 그린다? 그건 그것대로 황당무계한 거 아냐?
기껏해야 슈퍼맨은 인간과 인간사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 밖에 할 수 없어.
만약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평론가들이 원하는 깊이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면 그걸 인정하고 들어갈 수 밖에 없겠지.
그럼 어떻게 되느냐? 슈퍼맨은 더 이상 그 영화의 주인공일 수가 없어. 캐릭터 영화에서 캐릭터가 더 이상 중심이 아니게 되는거지.
신약을 봐. 신약을 소설로 쓰잖아? 그럼 예수는 주인공이 될 수 없어. 왜냐면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신의 아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가 없거든.
그래서 성경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의 주인공들은 예수의 제자, 아니면 관찰자들이지. 예수라는 초월적인 존재는 주변 인간들의 욕망과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비추는 거울로서밖에 존재할 수가 없는거야.
그리고 이건 맨 오브 스틸도 마찬가지지. 그래서 잭 스나이더는 그걸 어느 정도 포기하고 오락 영화를 만들었어. 영화의 빠른 페이스, 어린 칼-엘과 주변인들의 인간 관계를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후반부에 폭발하는 액션 씬은 그것이 감독의 의도임을 가감없이 보여주지.
난 그게 나쁘다고 보지 않아.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오만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플러스를 주고 싶어.
이 글을 보고 이 영화를 보러가는 사람들만큼은 머릿속에서 놀란을 지우고 갔으면 좋겠다. 그럼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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