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기하게 델포트로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왔네. 델포트로는 의심할 여지없이 작년에 은퇴한 선수야. 어쨌든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델포트로에 대한 글을 올려볼게. 많은 테갤러들에게 익숙한 내용일 수도 있어.

페더러의 커리어에서 가장 뼈아픈 패배는 다들 공감하다시피 2019년 윔블던 결승일 거야. 페더러는 그 경기에서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분전을 했지만 정말 안타깝게 패한 것이지. 그런데 페더러 커리어에서 가장 치명적인 패배는 말할 것도 없이 2009년 US오픈 결승이라고 생각해.

당시 페더러는 생애 첫 롤랑 우승을 달성한 후 로딕에게 극적인 풀세트 역전승으로 샘프러스를 넘어 남자선수들 중에서 최다 그랜드슬램 우승 기록을 달성하고 명실상부 GOAT로 인정받지. 바로 그때 페더러 커리어 절정의 순간에 열린 메이저 대회가 2009년 US오픈이고 페더러가 결승에서 만난 선수는 고작 20살의 델포트로야. 페더러와 델포트로는 2009년에 슬램대회에서 세번째 만나게 되었는데, 하드코트 슬램대회인 2009 호주오픈에서는 8강에서 맞붙어 페더러가 6:3, 6:0, 6:0이라는 일방적인 스코어로 승리한 적이 있었어.

당시 US오픈은 나달이 준결에서 탈락함으로써 결승전은 맥빠진 양민학살이 될 거라는 예상이 휩쓸었지. 당시 페더러는 US오픈에서 5년 연속 우승하는 등 무적포스였어. 하지만 그 경기의 승자는 다들 알다시피 델포트로야. 페더러는 커리어 동안 나달과 조코비치를 제외한 선수와 슬램 결승에서 17번 맞붙었고 그 중에서 16번을 우승했어. 유일한 1패를 안겨준 선수가 바로 델포트로야.

그 경기가 페더러 커리어에서 가장 뼈아픈 패배인 이유는 도저히 질 수 없는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이야. 페더러는 1세트를 6:3으로 가볍게 이기고 나서 2세트 5:4 서빙포더셋에서 30-0으로 앞서고 있었어.

당시까지 페더러가 본인 서브게임에서 30-0으로 앞섰을 때 그 게임을 지킬 확률은 99%가 넘었기에 모두가 페더러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지. 그런데 페더러의 심기가 흔들린 덕분에 델포트로가 극적으로 브렉에 성공하고 결국 타이브렉으로 2세트를 승리하지. 페더러가 3세트를 무난히 승리했기에 만일 2셋에서 페더러의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손쉽게 3-0으로 우승할 수 있던 경기였지. 4세트는 아주 팽팽하게 진행되어 또 한번 타이브렉 승부가 펼쳐졌어. 그런데 페더러는 또 다시 타이브렉에서 패해 마지막 승부는 5세트에서 펼쳐졌어. 최고의 타이브렉 승부사인 페더러가 슬램 결승에서 신출내기에게 두 번의 타이브렉을 모두 내준 것이야. 5세트에서 페더러는 이례적으로 체력이 고갈된 모습을 보여주며 무기력하게 패했지.

2009년 US오픈은 페더러 커리어의 분계점일 수 있어. 그 대회 직전 6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페더러는 14번의 슬램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US오픈 이후 7년이 넘도록 페더러는 고작 2번의 슬램대회에서 우승하는데 그쳤지. 우승이 영원히 이어질 거 같던 US오픈에서도 페더러는 더 이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은퇴하지.

델 포트로는 명성에 비해 빅타이틀 횟수가 아주 적은 선수야. 1번의 슬램우승과 1번의 마스터스 우승이 그의 빅타이틀 전부야. 커리어 대부분을 부상에 시달린 델 포트로의 두번째 빅타이틀은 2018년 인디언 웰스 마스터스 대회야. 결승 상대는 또 다시 로저 페더러였어. 당시 페더러는 20번째 슬램 타이틀을 차지하고 세계 1위로 복귀해서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맞고 있었지. 페더러는 커리어 최고의 순간마다 결승에서 델포트로와 만나는 이상한 인연을 갖고 있어.

2018년 인디언 웰스 결승전은 페더러의 커리어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어. 1세트를 델포트로에게 내준 페더러는 2세트 5:4로 앞서며 델포트로 서브때 40-15로 더블 세트포인트를 가져가지만 게임을 내주고 타이브렉 승부를 펼쳐. 타이브렉에서도 6-3 트리플 매치포인트를 만들었지만 7-8로 역전당해서 매치포인트에 몰리지. 하지만 페더러는 재역전으로 2세트를 승리해. 마지막 3세트에서 페더러는 5:4 서빙포더셋에서 40-15로 앞서며 더블 매치포인트를 만들어. 이거 아주 익숙한 상황이지? 그런데 페더러는 브렉을 허용하며 결국 타이브렉에서 패함으로써 우승을 날려버리지.

이전 2009년에도 페더러는 델포트로에게 우승을 헌납한 후 침체기를 맞았는데, 2018년에도 그 패배 이후 더이상 빅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어. 우승을 장담했던 윔블던에서 케빈 앤더슨에게 2:0에서 매치포인트를 만든 이후 충격의 역스윕 패배를 당하고 신시내니 마스터스 결승에서는 조코비치에게 커리어 골든 마스터스를 헌납하지.

델포트로는 상대 전적에서 페더러에게 일방적으로 뒤지지만 그의 커리어 두번의 빅타이틀을 모두 페더러에게 역전승으로 가져왔어. 페더러의 홈코트에서 열리는 ATP 500 스위스 인도어스는 페더러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대회로 무려 10번의 우승을 차지했지. 그런데 델포트로는 스위스 인도어스 결승에서도 2년연속 페더러에게 승리하며 우승하는 등 오히려 그가 페더러의 천적처럼 여겨질만큼 그와 결승승부에서 강했던 선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