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로 소극장 연극 하나 건너건너 주워듣고 급 질러서 보러 갔는데 관객 나 포함 9 명.
등장하는 배우가 3명이라 그래도 배우들보다는 관객이 더 많긴 했는데
안 알려져서 그런가. 이렇게 관객 적은 소극장 연극 오랜만이라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미안. 약간은 취향을 타긴 하겠지만
이 정도로까지 사람이 안 들만한 내용은 아닌데… 싶어서 게으름을 떨치고 뻘하게 후기.

원작자 가네시로 가즈키, 이 사람 소설 좋아하는 개로리라면
한국에서 연극화한 건 처음이라고 하니까 들어봤을 수도 있겠다. [꽃]이라는 연극임.
(플라이 대디 플라이 한국에서 영화화 한 건 망했더랬지…)
이건 원작을 안 보긴 했는데 원작에선 등장인물이 꽤 많다던가.
그걸 무대에선 남자 둘 여자 하나 세 사람 만으로 꾸릴 수 있게 구성해놨더라.

남 둘 여 하나 나온다고 삼각 관계 이런 건 아니고 \'잊고 싶지 않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
뇌동맥 질환에 걸려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랬다간 높은 확률로 기억을 잃을 수도 있는 젊은 남자와
살다 보니 소중한 것도 잊어버린 나이 먹은 변호사가 어쩌다 동행이 되어
변호사의(헤어진) 부인이 남긴 유품을 찾으러 길을 떠나면서 흩어진 기억을
하나 씩 되살리고 조각을 붙여나가는 과정.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 어떤 건지에 대한 생각도 들어가서 여행 속에 담아둔 내용이 많더라.
과거 회상하면 젊은 남자가 변호사의 젊은 시절 역할을 하고
여자 연기자는 젊은 남자의 여자 친구 역이랑 변호사의 부인 역할.

일본 작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거라 취향을 탈 수도 있고
일본식 감동 + 교훈 코드가 좀 밋밋하다는 인상도 없다곤 못 하겠지만
무대가 단촐한데도 배경 영상을 꽤 잘 사용해서 보다 보면 기분이 탁 트이는 순간이 있어.
찡한 부분도 있는데 일부러라도 관객들이 눈물 흘리지 않게 연출이 제어한 듯.




극 제목이 한 글자 짜리라 기대도 안 하고 검색해봤는데 공원 검색 생각보다 괜춘한지 결과 나옴.
그래도 당일 구매는 불가능해서 그냥 극장 현매했는데 평일 공연은 30 % 할인이었고
사랑과 남기고 싶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라서 커플 할인은 있긴 한데… 그래 난 혼자 가따!! ㅜㅜ

소셜에도 풀렸었는지는 잘 모르겠고. 극 시작 전에 퀴즈 하나 맞추면 원작 소설 줌.
(문제 엄청 쉬워서 들으면 너 님들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게 답 맞을 거임)
아, 무대 구조 상 지연 관객 입장이 불가능한데 극장이 대학로보다는 과학고 쪽이니까
혹시 관심있어서 챙겨보게 되는 개로리 있으면 공연 시간/ 장소 확인 꼭.

아 어떻게 마무리하지. 걍 이런 거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