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사과문의 아주 좋은 예... 이거슨 빨래 영업글

라바네 · 2012.01.14 00:09:29

어제 갤에도 유동닉으로 올렸다 펑해서 본 횽들은 있겠지만

내가 11일에 빨래 보러 갔다가 불친절한 매표소 직원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적이 있었어

현장에서 싸우기는 싫어서 집에와서 컴플레인을 했더니

그날 새벽 1시 조금 넘어서 정황을 묻는 글이 왔고 새벽 3시쯤 긴 답변을 써서 보내고 잤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그날 새벽 4시쯤 내 글보다 더 긴 메일이 와있더라

명랑씨어터 프로듀서님의 사과문 첨부해봐

안녕하세요.

저는 빨래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이지호라고 합니다.

꼼꼼하게 적어서 보내주신 메일 잘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추운날씨에도 힘들게 시간내어 방문해주신 극장에서

저희가 그만 불쾌한 경험을 드리게 되버렸습니다.

티켓박스에서 근무하는 매니저를 대신해서

빨래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보내주신 메일을 두번째로 찬찬히 읽어보며

머릿속에 오늘 오후 6시 20분쯤의 시간을 그려보았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이나 추운날이었으니 아마도 바람이 많이 불었을겁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티켓박스앞에는 바람을 피할 장소도 마땅치가 않으니

어깨를 잔뜩 웅크리신채 시린 손을 호호 불고 계셨을테고

친구분과 함께 티켓을 찾고 식사를 하실 계획이셨으니 허기도 많이 느끼셨을 테지요.

이제나 저제나 도대체 이 티켓박스는 언제 여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시던 중에

말씀주신 여러 상황이 시작되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 저희의 잘못은 티켓박스를 오픈하던 그 시간부터 라고 생각합니다.

약속된 시간에 응대를 해 드리지 못한 출발을 사과드리지도 않은 채

먼저 인사를 건네드리지 못한 점, 불친절한 응대자세를 보여드린점,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던 점, 자세하지 않은 안내를 드린 점 등등

너무 많은 잘못이 있어 뭐라 말씀드리기가 참 어려울만큼

말 그대로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수가 없어요. 다시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사실 메일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오늘의 티켓박스 근무자가

관객분께 이러한 응대를 드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거든요.

내부적으로 그간 여러 티켓매니저들이 빨래의 티켓박스를 지키고

또 일정시점이 지나 바뀌는 일이 반복되었는데요.

제가 알기로 지금 빨래의 티켓박스를 지키시는 분은 지난 11월부터 저희 빨래와 함께 하시며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12월을 성공적으로 책임져주신 능력있는 매니저분이시거든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변명을 드린다면 아마도

오늘 ㅇㅇㅇ님을 응대드리기 전

낮 공연에서 초등학생의 단체관람 건으로 굉장히 많은 현장 이슈들이 있었고

그 이슈들을 정리하고 해결하느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식사도 거른채 업무를 해야했었고

또 그 언짢음을 잘 갈무리하지 못한채 연속 근무에 투입되느라 그만

본의아니게 ㅇㅇㅇ님께 그러한 태도를 보여드리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합니다.

그러나 엄연히

낮 공연의 일과 저녁 공연의 일은 다른 일이며

비단 다른 회차의 공연이 아니라 하더라도

관객 한분한분은 모두 빨래의 소중한 손님입니다.

저는 ㅇㅇㅇ님이 느끼시고 또 적어주신 여러가지 상황들이

공연을 만드는 저희가 관객에게 해서는 안될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저희 티켓 매니저와 파트 책임자는 물론 전 직원에게 정확한 파악과 공유를 해서

힘든 걸음을 해주신 ㅇㅇㅇ님을 비롯하여 앞으로도 오실 관객분들께서

불편한 경험을 하고 돌아가시는 일이 없게끔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공연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용자 경험"의 예술이고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ㅇㅇㅇ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공연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공연을 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후도 관객에게는 아주 소중한 일부분' 이라는 점에 적극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저희 구성원들 모두와 항상 공유하고 싶은데 현장에서 일하는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은

가끔 그 중요한 사실을 그만 잊게끔 만드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빨래에 대한 애정으로 한결같이 극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빨래에 대한 애정으로 따끔한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오늘은 미숙한 모습으로 불편을 드렸지만 언젠가 다시 극장을 찾으실 일이 있을때는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ㅇㅇㅇ님을 맞을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는 꼭 저에게 미리 연락을 주시고 오세요.

제가 뭔가 좋은 것을 드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가까운 시일에도, 먼 시일이라도 좋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고

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이날은 공연잘보고 집에와서도 너무 화가나고... 왜 그런거 있잖아

별것도 아닌일같지만 괜찮다가도 생각나면 열받고 하는? 기분때문에 그냥 꽁기꽁기했는데

관객 한명에게 이렇게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글을 보낸 프로듀서님의 맘을 생각하니까

오히려 내가 너무 오버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잠도 못 주무시고 새벽에 이 글을 써내려갔을텐데.... 죄송하더라

사실 이 날 나보다 더 기분나빴던건 친구였는데......

친구도 이 사과문 읽더니 웃으면서 "야 한번더 보러가야겠다~" 이러더라구

이게 옳은 대처지

마음을 움직이는 대처

아무튼 횽들과 나누고 싶어서 한번 더 올리고

새벽 내로 펑할게

보고 있니 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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