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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릴미 맡던 노인(스크롤 주의)모바일에서 작성

뮤리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01.14 01: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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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릴미 맡던 노인 - 뮤리수


벌써 십여일 전의 일이다. 쓰릴미가 막이 오른지 얼마 안 돼서 충무로에 거의 살 때다. 충무로 왔다 가는 길에 프렌즈카드 적립하기 위해 매표소에서 일단 티켓을 내놔야 했다. 충무아트홀 한켠에 앉아서 쓰릴미를 맡아 연출하는 노인이 있었다. 쓰릴미에 쓰릴을 넣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듣지도 않고 트윗을 굉장히 빠르게 써대는 것 같았다. 좀 쓰릴을 넣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쓰릴미 하나 가지고 몇번을 보우? 나는 한번 보는 관객을 대상으로 극을 만든다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멘션도 못하고 제대로 만들어 달라고나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연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로드스터에서 조명을 돌리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눈부신데, 자꾸만 무대에 뭔가 더 넣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연출하라고 해도 못 들은 체한다. 배우들이 불쌍하니 게이물로 만들지 말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체 대꾸가 없다. 점점 회전문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숨기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책상과 침대를 바닥에서 꺼내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전문가가 끓여야 밥이 되지, 비전문가가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하면서 오히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초연 재연 본 사람이 별로라는데 무얼 더 넣는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려. 회전문 돌 총알이 없다니까……." 노인은 "다른 데 가 보우. 난 안 팔겠소." 하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이번 시즌 쓰릴미는 어차피 망한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諦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연출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비엘(BL)미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넥타이 풀고 키스하다 말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투다.

이번에는 트위터 다른 계정을 로그인해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군자의 예를 표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노인은 또 트윗하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쓰릴미의 쓰릴은 다 깎여 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무대 벽과 창살을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망하기는 아까부터 망했던 쓰릴미다.

이번 회차를 버리고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관객 본위(本位)가 아니고 자기 본위다. 불친절(不親切)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트위터를 하고 있다. 그 때,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이는 새해 인사, 기획사의 재관람 관객을 위한 배려,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과 케미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심도 조금은 덜해진 셈이다.

집에 와서 쓰릴미 티켓을 보여주니, 엄마는 이년이 미쳤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돈을 거덜낼 셈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에 하던 관극 방식(회전문)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노인의 설명을 들어 보면, 쓰릴미는 한 번 보는 관객 대상이지 여러 번 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일회성 다양한 관객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싶으며, 두 번 이상 쓰릴미를 보는 관객은 크레이지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뒤집혔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보이콧을 시작했다. 참으로 빡쳤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쓰릴미는, 피아노 미스터치가 나도 쓰릴이 있고 배우간 케미가 있고 무엇보댜 연출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관객과의 소통이 있었다. 그러나 요사이 쓰릴미는, 쓰릴이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쓰릴미에서 입술을 붙일 때, 극 중 상황에 쓰릴과 파워게임을 흠뻑 넣은 뒤에 비로소 붙인다. 이것을 "레전드다"라고 한다.

저번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쓰릴미를 보면 보통의 것은 얼마, 그보다 더 본 사람은 것은 얼마의 값으로 구별했고, 회전문을 수십번 돈 사람은 3배 이상 티켓이 있었다.  구구구쓸이란 구구페어가 나오는 쓰릴미를 아홉 번 찍었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아서는 다섯 번을 찍었는지 열 번을 찍었는지 알 수가 없다. 연출을 믿고 보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연출이 또 보지 말라는데 아홉 번씩이나 찍을 리도 없고, 또한 후기만 믿고 3배나 티켓을 더 살 사 람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生計)는 생계지만, 연출하는 그 순간만은 오직 훌륭한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心血)을 기울여 쓰릴미를 만들어 냈다. 이번 쓰릴미는 그런 심정이 1그램도 없었다. 나는 그 노인이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끼길 바랐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청년에게 크레이지라고 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회전문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 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 괴성에 멱살이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상경(上京)하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받을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쪽 기획사 해븐을 바라다보았다. 푸른 창공으로 날아갈 듯한 추녀 끝으로 흰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해븐이 저 구름을 보고 고민만 죽때리게 하고 있었구나. 열심히 이중계정으로 배우와 관객을 디스하고 군자의 예를 표한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연뮤갤에 들어갔더니 유명 고닉 갤러가 꿀물 포장을 뜯고 있었다. 전에 나이 먹을만큼 먹은 고닉을 밝힐 수 없는 볼드모트 같은 갤러가 꿀물 주고 나이 고나리 한 기억이 난다. 쓰릴미를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사이는 "변명 할 생각 마~설득할 생각도"라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애수(哀愁)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십여일 전, 쓰릴미 맡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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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번에 탈고한 수필인데 신춘문에 내려고... 어디서 본 것 같다면 개로리의 착각인듯^^! 해븐한테 진상떠는 한 떨기 크레이지가 된 듯한 강한 느낌^^!


이렇게 난 해븐과 노인에게 군자의 예를 표한 것이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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