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넥투노는 김남한이었어.
그리고 솔직히 박칼린 배우의 실력을 과소평가했고 안 보려고 했었어.
그러다 재림게이브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시간을 보니 오늘 목요일 밤공 밖에 없었지.

김지현 배우가 날이 시퍼렇게 선 날카로운 식칼이라면,
박칼림 배우는 오래 되어 세제로도 닦이지 않는 얼룩이 조금씩 배어있는 이가 나간 그릇같았어.

오늘 진짜 소리만 안냈지 수도꼭지처럼 뚝뚝 울고 왔어. 내 옆 분들에게 사죄를^^;;;;;
코 안 들이마실라고 부지런히 휴지를 눈과 코 사이를 왔다갔다 와이퍼처럼 ㅜㅜ... 또르르...

사실 넥투노는 어찌보면 굉장히 아픈 뮤지컬이야 나에겐..
나는 장녀인데, 내 이전에 언니가 있었대. 근데 유산되었지..
몇 년 전에 엄마가 우울증 극에 달해서 내게 저 사실을 얘기해줬고..
나도 한동안 굉장히 상처받았고 그랬어.. 우리 엄마도 한시도 안 잊고 있더라고 언니를...
그래서도 더 보면 볼 수록 너무 아파서 미쳐버릴거 같더라고..

근데 박칼린 배우에게서 난 엄마를 봤고, 남경주 배우에게서 우리 아빠를 봤어...
넥투노의 굿맨 패밀리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많이 흡사한 모습들이 얼핏얼핏 보이는게 너무 아프더라..

김지현 배우 역시 감정선이 정말 좋아.
성량은 김지현 배우가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어.
굉장히 고음에서도 시원하고 힘이 있지.

반면에 박칼린 배우는 솔직히 고음처리는 아무래도 김지현 배우보다는 난 약하다고 느꼈어.
오늘 극 초반에도 약간의 발음과 다른 배우들의 목소리에 파묻혀버린 다이애나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근데 ... 진짜... 너무 아파하더라. 온 얼굴을 찡그리면서 울다시피 대사를 뱉는데 난 미치겠더라고...

그리고 몸매도 뭔가...
아주 가녀리고 정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신경질적으로 뾰족뾰족한 지현 다이애나의 느낌과 사뭇 달랐어.
그냥... 평범한 아주머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몰입되더라...
약간의 성량 부족 때문에 조금은 느릿하게 대사 치고 노래 하는게 더 내 감정을 건드렸던거 같아...
정말 의욕 하나 없고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다이애나의 모습이었어...

그리고 지상게이브만 많이 봤던 나도 사실 재림게이브 보기 전까진... 아 그냥 지상게이브 날짜로 돌릴까,
하고 고민을 상당히 했고 갤에 양도글도 쓰려고 했었어... 근데 내가 바보였더라 ㅎㅎ
역시 넥투노 캐스팅은 어떤 조합이라도 정말 너무 좋아...

재림게이브는 확실히 지상게이브보다 더 존재감 있게 보였어. 덩치 차이 때문인듯.
그리고 날 잘도 처분하셨군 하면서 노래를 부를 때는 진짜 전율이 일더라.
상처 더럽게 많이 입은 어떤 형체같았어. 근데 안은 완전히 굳지 않았고 자라지 못해서 미숙한 상태...
풀쩍풀쩍 붕붕 날아다니더라 ㅎㅎ... 노래도 안정감있게 소화 잘 했구...

남경주 배우는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쨍하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진짜... 전기치료 받고 기억을 찾으려다 오르골을 발견했을 때의
다이애나랑 대치할 때 진짜 그 때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울었어... 그 표정... 손 끝이 떠는게 진짜...
이정열 배우의 댄을 보고 싶긴 했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자꾸 꼬여서 ㅜㅜ
결국 2012 넥투노의 댄은 오로지 경주댄이 될거 같아 나에겐^^; 그래도 이정열 배우 노래도 들을 기회가 있으니...

상민헨리와 소연나탈리는 두 말하면 입 아프지..
특히 오늘 2부 무도회 때 곱게 차려입은 나탈리가 나타난 직후의 야~♬는 정말ㅋㅋㅋㅋㅋㅋ
엄청나게 반가움+애정이 듬뿍 담겨있었고 ㅋㅋ 사람들도 꽤 웃었어 ㅋㅋ

오늘 관크 걱정 정말 많이 했었음...
표 받고 대기할 때부터 가족끼리 온 관객들, 계모임이라도 대동하셨는지 친구분들이 오순도순 오신 아주머니 관객들도 많았거든..
근데.. 다른 때보다도 진짜 관크 없다고 난 느꼈어... 내가 2층 가까이 앉아서 그런가,
오늘 2층 뒤쪽에 앉은 개럴들은 다르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1부 끝나고 1열에서 어떤 분 하나가 안 들어왔는지 시야확보도 용이했구 ㅎㅎ
1부에서 1열 여자 두 분이 너무 몸을 앞으로 숙여서 좀 시방=_ㅜ이었는데 어떤 용감한 분이 인터때 곱게 타일르신거 같더라 ㅎㅎ

결론 : 오늘 자체막공 넥투노 최고였음... 칼린다이애나 정말 너무 좋았고... 지현다이애나와 다른 느낌.
         재림게이브 역시 공연을 보지 않았다면 내 좁은 감상을 깨지 못했을거야...
          정말 넥투노 보내기 너무 아깝고, 헤븐이 새삼 미워진다 ㅎㅎ....